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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lsim Mar 10. 2019

01일째 아침식사

30일간의 아침식사 기록

*이 시리즈는 2018년 7월 1일부터 30일까지 기록했던 글입니다.


꽃게랑 소고기를 넣고 끓인 뭇국, 찹쌀밥, 두부, 살구, 유산균


몸이 많이 아프면 무기력하다.

아침을 먹기로 결심했던 첫날, 스스로 밥을 차려먹을 기운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아침 6시 반에 무겁기만 한 몸뚱이를 억지로 일으켜 세워 침대를 벗어나서 일단 무를 썰었다. 힘들었던 그 날 아침을 떠올리며, '30일간의 아침식사 기록' 첫째 날인 오늘 메뉴로 뭇국을 선택했다.



홧김에, 창고에서 밥솥을 꺼냈다.


사실, 나는 요리를 즐겨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건선 때문에 밀가루 금식도 1년 넘게 해보았고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굳이 즐기는 사람도 아니었다. 엄청 웰빙 라이프는 아니었지만 나름 평범한 사람보다는 음식을 신경써서 사 먹는 편이었다.


2017년이 시작하는 겨울, 몇 년째 차도가 없는 내 몸상태를 체크하시던 한의사분이 배드에 누워있는 나를 내려다보며 퉁명스럽게 물었다.

"이 정도로 약값에 돈 쓰셨으면 이제 스스로 좀 챙겨 드시고 바뀌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때는 건선 때문에 한 달 한약 비가 70만 원씩 들어가던 시기였고 그 외에 편도염, 위염 등으로 추가로 드는 병원비까지 합하면 한 달에 최소 100만 원 이상은 병원비로 쓰고 있던 시절이라 나는 매우 기분이 나빴다.

그날 집에 돌아와서 복층 창고에 처박혀 있던 밥솥을 꺼내어 밥을 지었다.


2017년 겨울 한의원을 다녀온 후 올린 사진

그렇다. 사진을 보면 알다시피, 나는 요리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홧김에 마켓 컬리에서 주문한 미니 양배추와 메로를 거의 태웠고 명란은 짜고 밥은 너무 꼬들했다.


2017년 새해가 시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몸이 아파서 봄이 올 것 같은 날씨에도 병원을 가서 형광등 조명 아래 누워 침을 맞아야 했다.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돈도 너무 아깝고 맨날 아픈 내 몸뚱이가 원망스러웠다.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 모진 질문을 던졌던 한의사 선생님은 본인의 건강한 삶을 위해서 휴직기를 갖기로 했다며 담당 의사가 바뀔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침을 놓고 있는 한의사에게 저도 이제 스스로 건강하게 살고 싶은데 좋은 방법을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다. 휴직기를 앞둔 그 여의사는 나의 절박한 눈빛을 보고는 짠한 표정으로 조언을 해주었다.


"유산균 안 드시죠. 유산균을 좀 많이 챙겨 먹어요. 건선에는 유산균이 효과가 있다는 것이 논문으로 많이 발표되고 있어요. 그리고 늘 이야기 하지만 비싼 화장품 살 돈으로 좋은 식재료를 사서 아침을 챙겨 먹으세요. 왜 10만 원 넘는 스킨로션은 사면서 본인이 먹는 고기는 싼 걸로 먹어요? 제일 비싼 소고기 좋은 부위로만 챙겨 먹고 신선한 제철 재료로 국을 끓여서 먹는 게 더 피부에 좋을 거예요. 그리고 규칙적으로 적당한 강도의 운동을 하고 잠을 일찍 자는 게 중요해요."


유산균 이야기 외에는 다 늘 나에게 하던 이야기였지만 흘려듣고 한약 먹으면 좋아지겠지..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그날따라 그 한의사의 조언이 내 마음에 칼날처럼 꽂혔다.



그래, 약 값을 낼 돈으로 식재료를 사서 아침을 먹어야겠다.


건선이 많이 심한 상태였기 때문에 당장 다음 달부터 한약을 끊는 것이 무서웠지만, 일단 집에 들어가는 길에 무를 사서 뭇국을 끓였다. 아래 이미지가 아침을 직접 해 먹기로 다짐한 첫날 올린 사진이다.  

어둑한 시간에 일어나는 것부터가 고역이었다. 늘 안 먹던 아침밥이라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 아침을 굳이 챙겨 먹겠다고 새벽부터 일어나 설치는 기분이 들었지만 정말 힘겹게 무거운 몸을 치켜세우듯이 일어났다.


생전 쓰지 않던 도마를 꺼내서 두부, 파 무를 썰고 멸치를 볶아 육수를 우려내어 뭇국을 끓였다.

2017년 2월 처음 아침을 직접 해먹기 시작할 때 올린 포스팅


그렇게 딱 3개월만 해보자. 라는 마음이었다. 중간에 포기할까 봐 인스타 계정을 만든 것은 정말 잘한 일이었다. 몇 명 안 되는 지인들의 댓글 응원이 큰 힘이 되었고 그들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1년 반이 훌쩍 지나 (지금까지도) 이 시리즈를 글로 쓰기 시작했던 2018년 여름이 되었을 때에도 나는 아침을 챙겨 먹고 있었고 무척 건강해졌다.


2018년 7월 1일 '30일간의 아침식사 기록'을 시작한 첫날


일단 국을 끓이자.

아침밥을 먹기로 결심했다면, 뭇국이나 미역국을 일단 만들어 보자.

둘 다 더 오래 끓일수록 맛있기 때문에 전날 밤에 해놓고 아침에 더 끓여 먹으면 국물 맛이 더 깊어지고, 한번 만들면 며칠 동안의 아침을 해결할 수 있다.


몸이 안 좋았던 초반에는 소화가 잘되는 찹쌀밥, 뭇국이나 미역국, 두부나 연한 부위의 소고기, 그리고 제철과일로 아침을 차려 먹었다. 이렇게 먹으면 탄수화물과 단백질 비타민 등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다.



몸이 많이 약할 때는 좋은 음식을 다 소화시킬 수 없다.

현미밥이나 샐러드 역시 아침식단으로 좋겠지만, 당시 나는 위장이 안 좋았던 상태라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이 소화가 잘 되지 않아 배탈이 나곤 했다. 그래서 영양분이 더 풍부한 식재료보다는 소화하기 쉽고 부담이 적은 음식으로 아침을 먹었다.



매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미지근한 물 한잔과 유산균을 먹는다.

장은 우리 몸에서 뇌 다음으로 신경이 가장 많은 곳이고 우리 몸의 면역기능의 80%를 담당하고 있다. 유산균은 장 내에서 활동하는 유익균인데, 나의 장에 유익균이 많다는 것은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내 편이 되어주는 보디가드가 많다는 것과 같다.


면역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대부분 장내 유익균이 매우 적은 상태라서 유산균을 꼭 챙겨 먹길 추천한다. 위액이 나오기 전에 먹는 게 좋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공복일 때 물 한잔과 함께 먹고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장의 기능에 대해서 좀 더 궁금하다면 기울리아 엔더스가 지은 ‘매력적인 장 여행’이라는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https://book.naver.com/bookdb/today_book.nhn?bid=8338017


몸 상태가 많이 나빴을 때는 3종류의 유산균을 매일 먹었다.
락토 500, VSL#3(현재 드시모네), 부인과 병원에서만 살 수 있는 부인과 유산균을 먹었다.

모두 10만 원이 넘는 고가의 유산균이고 온도에 민감한 균이 많아 냉장보관을 해야 하는 것들인데 건강을 위해 먹을 거라면 나는 균의 종류와 수가 많고 냉장 보관해야 하는 생균을 추천한다. 건선이나 아토피가 있는 경우 비피도 박테리움과 락토바실러스 람노수스가 들어있는 것을 먹으면 도움이 많이 된다.

특히 몸이 약한 상태에서 항생제를 먹고 있다면, 몸에 있는 나쁜 균과 함께 유익균까지 죽어나가기 때문에 유산균을 꼭 먹어주어야 한다. 영양분 흡수를 도와주고 역시 피부 질환과 피로 해소에 좋은 비타민 B6가 50mg 이상 함유된 건강보조제를 함께 먹으면 좋다.


현재 나는 건강이 많이 좋아졌기 때문에 유산균은 1종으로 줄였고, 비타민 B6와 비타민C (1000mg 이상 함유된)를 꼭 챙겨 먹는다. 개인적으로 영양제는 브랜드를 따지기보다는 나에게 필요한 성분이 충분한 양 이상 함유되어 있는지를 기준으로 보고 고른다.



제철 음식을 챙겨 먹는다.

요번에는 마트 선반에 있는 부끄러워 보이는 살구들이 너무 귀여워서 사 왔다. 살구는 몸을 따듯하게 하는 성질이고 항산화 효과가 있는 과일이다.

*해당 글은 7월 1일에 쓰인 글이라 살구가 제철인 시기였다.


국에서 모랑모랑 피어오르는 김이 너무 귀여워서 기분이 좋았다.


아침을 차려먹기로 했다면,

음식을 남길 만큼 그릇에 담지 않는 것을 권장한다.

난 이미 배가 부른데 음식이 남아 있어 잔반을 버리거나 덜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번거롭기도 하고 맛이 없어지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나는 음식을 정말 내가 먹을 만큼만 담아서 남기지 않고 다 비운다. 내 몸을 위해 희생하는 재료들에 대한 예의를 지킨 기분이 들기도 하고 깨끗하게 비워진 그릇들이 보기 좋아 기분이 좋아진다.


언제나 그랬듯, 7월 1일 아침도 입설거지로 아침식사를 마무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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