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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lsim Apr 07. 2019

05일째 아침식사

30일간의 아침식사 기록

*이 시리즈는 2018년 7월 1일부터 30일까지 기록했던 글입니다.


보섭살 스테이크, 살구 샐러드, 발사믹 식초, 진저 티 


오늘은 고기를 구워 먹기 위해 조금 일찍 일어나서 보섭살 스테이크 두 덩이를 자연해동시켰다.
고기를 밖에서 사 먹을 때는 정말 많은 양을 한 번에 먹는 거 같은데, 혼자 구워 먹으면 작은 덩이로 두덩이만 구워도 충분히 배가 부르다.



기름진 육류는

몸에 열을 쌓이게 한다.


어릴 때는 고기 씹는 느낌을 안 좋아해서 스테이크는 잘 먹지 않았고 비교적 육질이 부드러운 닭고기를 좋아했는데, 건선을 앓고 난 뒤부터 돼지고기와 닭고기는 자주 먹지 않게 되었다. 둘 다 몸에 열을 쌓이게 하는 성질이 있어 건선 환자에게는 좋지 않다. 건선은 면역체계 이상으로 생겨나는 질환인데 몸의 밸런스가 깨진 상태이기 때문에 부스팅 역할을 하는 보양식을 먹으면 더 좋지 않다. 


더운 여름날 힘을 내기 위해서 삼계탕을 먹고, 몸이 허하면 인삼을 챙겨 먹기도 한다. 하지만 몸 면역체계의 균형이 깨진 건선환자가 이런 부스팅 역할을 하는 음식들을 먹게 되면 불균형인 상태가 더 강해질 뿐이다. 척추가 휜 사람이 자세교정을 하지 않고 무거운 중량으로 운동을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운동 강도는 세지만 결국 휘어진 척추는 더 심하게 변형되고 손상될 것이다. 


그래서 건선이 있다면 몸에 열을 강하게 쌓이게 하여 부스팅 효과가 있는 보양식보다는 소화가 잘되고 성질이 따듯하여 장의 온도를 낮추지 않는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위장에 부담이 되지 않는 양만큼만 규칙적으로 챙겨 먹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건선이 있기 때문에 수육이나 닭가슴살 같이 기름기가 적고 삶아먹는 것 외에는 돼지나 닭고기는 굳이 찾아서 먹지는 않는다. 그리고 비싸더라도 기름이 적고 부드러운 부위의 소고기를 사서 구워 먹는다. 



양성 식품과 음성 식품을 

적절히 섞어 밸런스를 맞춘다.


소고기를 사면 두 덩이씩 랩에 싸서 냉동실에 보관하고 그때그때 먹을 양만큼만 해동시켜서 먹는다.

냉동 고기는 하루 전날 냉장고에 넣어서 천천히 해동시키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나는 주로 아침에 즉흥적으로 고기를 구워 먹고 싶어 지기 때문에 이 방법을 써본 적이 없다.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겉 부분만 익어서 맛이 없어지고 비닐에 싸서 뜨거운 물에 담가놓기는 뭔가 찝찝해서 웬만하면 그릇에 담아 한 시간 정도 자연해동을 한다. 자연해동을 할 때에는 로즈마리가 있으면 위에 얹어놓기도 하고 없을 때는 그냥 후추만 뿌리거나 미림이나 올리브유를 조금 부은 후 해동시킨다.

보섭살은 양성 식품으로 몸을 따듯하게 하고 로메인 상추는 음성 식품으로 몸을 차게 한다. 그래서 나는 고기와 샐러드를 함께 먹으면 밸런스를 맞추는 거 같아 기분이 좋다. 그리고 역시 양성 식품인 생강이 들어가 있는 진저 티를 얼음물에 차갑게 우려서 함께 마셨다.

고기가 자연해동이 되는 동안, 그날그날 있는 과일과 야채로 샐러드를 만든다. 오늘은 살구와 로메인 상추가 있어서 살구 샐러드를 준비했다.



화이트 와인 같은

발사믹 식초


살구 샐러드에 발사믹 식초를 뿌려먹었다. 
발사믹은 이탈리아 말로 ‘향기가 좋다’는 의미로 향이 좋고 깊은 맛을 지닌 포도 식초를 말한다. 단맛이 강한 포도즙을 나무통에 넣고 목질이 다른 통에 여러 번 옮겨 담아 숙성시켜 만드는데 숙성 기간과 첨가한 재료, 포도의 종류에 따라서 맛이 달라진다고 한다.

아침을 먹기 시작한 뒤로 조미료도 좋은 것을 사고 싶어 졌다. 얼마 전에는, 이탈리아 모데나 지역에서 400년 이상의 전통을 가졌다는 주세페 주스티의 ‘아그로돌체 비앙코 발사미코’라는 발사믹 식초를 구입했다. 발사믹 식초에 대해서 잘 몰라서 판매하는 분 추천으로 시음을 해보았는데 새콤한 화이트 와인 같은 맛이 너무 좋아서 바로 구매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아그로돌체는 이탈리아 말로 달면서 신맛이 나는 액체를 지칭한다고 한다. 

제품의 원재료부터 생산까지 모두 한 지역에서 수작업으로 생산되는 것들만 받을 수 있는 DOP라는 고급 등급이 있는데 이 식초는 그냥 공장식 생산으로 이루어지는 IGP 등급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향도 상큼하고 모든 샐러드에 가볍게 잘 어울려서 나는 매우 만족하며 먹고 있다.


오늘도 입설거지로 아침식사를 끝냈다. 
상큼하고 든든한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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