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입니다. 수정 중... 계속...
수정에 수정에 수정 중인데, 얼글 글 하나라도 올려야겠다는 압박이...
올려 놓고, 그래도 수정에 수정에 수정할 예정입니다. ㅋ
"방학 땐 뭐 할 거야?"
나는 뻔한 질문을 하고 말았다.
이 질문은 어쩌면, 계획이 아니라 뭘 하고 싶은지 묻는 질문이었는지도...
"학원. 그리고 독서실. 그리고 EBS. 이 세 개가 반복되겠지."
말하는 히메의 표정은 무.
질문을 제대로 했어야 했다.
'방학 때 뭘 하고 싶어?'
하지만 이 질문도 좋은 질문은 아니었겠지.
오히려 히메의 속을 긁어놓았을지도.
히메는 전교 1등이었다. 말했지만, 모범생.
사실, 히메 모르게 뒤에서 시기하는 X들이 떠드는 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도대체 뭘 어떻게 공부하길래, 성적이 저렇게 나오지? 고액 과외라도 하는 거 아냐?
그다지 부자도 아니라던데, 무슨 돈으로 고액 과외를 받는 거야."
이미 고액 과외를 받는 거라고 확정 지은 채 떠드는 이딴 소리였다.
그리고 더 심한 시답잖은 소리들.
화를 냈어야 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히메에게 미안했다.
뒤에서 저렇게 저런 애들이 떠드는 걸 히메는 알고 있었을까?
아마 알았을 테지만, 관심 없었겠지.
"나... 아까 읽어준 네 소설 왠지 마음에 들어."
갑자기?
"그리고 실은 아까 듣고 놀란 이유가 있어."
"이유? 무슨?"
"그러니까... 아! 방학 때 내가 너네 집에 놀러 가도 돼? 하루 정도 비울 수 있을 것 같아."
갑자기 딴소리. 근데 우리 집에 놀러 오겠다고?
히메는 빤히 쳐다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그런 얼굴인데, 어떻게 싫다고 하겠어.
그리고 당연히 싫을 리도 없지만.
"좋아! 언제 되는데? 갑자기 그런 마음이 왜 든 거야? 그나저나 시간을 낼 수 있기는 한 거야?"
"내가 그때, 그 이유 말해줄게. 네 소설 듣고 놀란 이유. 아마 네 소설 완성하는 데 도움이 될거야. 분명히."
내 질문은 여러 갠데, 히메는 그중에 하나도 제대로 답하지 않았다.
히메 답게...
"내가 그 이유 들려주면, 너 아주 놀랄 걸?"
"뭔데, 뭔데!? 지금 말해주면 안 돼? 엥, 궁금하게..."
"지금은 안 돼!"
그러면서 코를 찡끗...
"언제 시간낼 수 있는지는 방학 시작할 때 알려줄게."
히죽하면서 주먹을 살짝 말아쥐곤 내 머리를 콩 했다.
"알겠지만,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
갑자기 어두워지는 얼굴.
"넌 언제든 상관없어?"
"그럼, 나야 집에서 묵언수행이나 하는 수도자의 길을 걷고 있겠지. 어쨌든, 알겠어! 꼭 방학 때 만나는 거다!"
나는 히메가 약속을 지키려고 할 걸 알면서도 불안한 마음에 보챘다.
"알았어. 약속할게. 어쩌면, 마지막 방학일 테니까..."
'약속'이라고까지는 말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히메가 먼저 '약속'이라고 말했다.
그 '약속'이라는 말 속에는 '다짐'이라는 의미가 내포된 듯 느껴졌다.
그리고 '마지막'이라는 말도 어딘지 슬픈 생각이 들도록 했다.
어쩐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짧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이렇게 매일 하교하는 그 시간이...
표정에 비친 히메의 생각이 마음속에서 들리는 듯했다.
학교에서 집에 돌아가는 길은 그리 멀진 않았다. 히메와 방향이 같은 건 주택들이 빼곡히 들어선 곳에 들어선 작은 공원까지뿐이었다. 거기서 히메는 나와 갈라져 다른 길로 갔다. 나는 아파트 단지 쪽으로 갔고 히메는 주택들이 몰려 있는 쪽으로.
듣기로는 그쪽 어딘가의 단독주택이라고 했는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지금도 히메의 집이 어디였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히메는 아파트가 좋다고 했다. 단독주택이 왜 싫은지는 말하지 않고.
단독주택이라고 하면, 정원이 있고, 그러면 풀밭이 있고, 아! 연못도 있을지 모르겠...
"나 갈게~!"
"으..응~!"
히메랑 인사하고 뒤돌아 멀어지는 히메의 등을 보고 있으니 나는 다시 슬픈 생각에 빠졌다.
히메는 목표가 분명했으니까, 그땐 그게 참 부러웠다.
'하지만 분명히 힘들거야. 매일매일 불과 2년 후의 목표만 바라보며 살아가겠지.
전교 1등을 하려면, 그 정도로 공부해야 할거야.
전교 1등은 괴로울 것 같다. 내가 1등이 아닌 게 다행이야.'
목표가 있는 게 부럽다는 생각은 어느새 1등이 아닌 게 다행이다로 흘렀다.
나답네...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간 후, 부쩍 졸업 이후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 어른이 되는 게 두려운 걸까? 스무 살이 되면, 정말 바로 어른이 되긴 하는 걸까?
나는 무엇을 하게 될까? 고작 2년도 남지 않았는데...'
그런 생각으로 머릿속을 가득 채운 채, 갈길 가려고 다시 뒤돌아섰다.
그때, 고양이 한 마리가 후다닥 내 눈앞을 지나갔다.
고양이에 관해 잘 알지 못하지만, 녀석은 극도로 신경을 바짝 세운 모습이었다.
그런 걸 보고 있자니 슬픈 생각에 서글픈 생각까지 들었다.
'길고양이들은 매일매일 얼마나 고달플까...'
이런 감상에 빠져서...
'뭐지? 사춘긴가? 고2에 사춘기...?'
인간이 이곳을 점령하기 전, 진짜 주인은 고양이가 아니었을까?
아주 오래전부터 녀석들이 이곳을 터전 삼아 지배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렇다면, 인간이 얼마나 미울까...
인간이 이 마을에 오기 전, 그러니까 이 마을을 인간의 관점에서 개발하기 전
이미 고양이는 이곳에 자리 잡고 자신의 터전을 일구고 살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같은 시기 이곳을 발견해 찾아온 다른 동물들과의 경쟁에 직면해야 했을 것이다.
그중 들개는 고양이의 가장 큰 적이었으리라. (아마...?)
고양이와 들개는 자신의 영역에서 서로를 견제했겠지.
그러면서 호시탐탐 상대의 영역을 빼앗으려고,
기회를 엿봤을 것이다. (아니면, 반대로 침범당하지 않으려고...)
몇 번은 고양이가 들개의 영역을 침범해,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을 것이다.
생존을 위해서...
대개는 들개 떼의 침범에 고양이가 당하곤 했겠지만,
당하고만 있을 고양이가 아니다!
냥냥 펀치와 날카로운 발톱으로 그들의 침범에 맞섰겠지.
고양이와 들개가 이 지역에서 팽팽하게 세력 균형을 이루는 모습은
마치 세렝게티 평원의 사자와 호랑이... 아니 늑대와 여우의 혈투처럼 격렬했으리라.
(근데, 세렝게티에 늑대와 여우가 살던가... 아무튼...)
그런데, 어느 순간 이곳의 분위기가 바뀌고 말았다.
바로 인간이 등장하면서...
인간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면서 가장 크게 바뀐 건
지금껏 서로 각자의 영역에서 대치해온 들개 떼의 실종이었다.
들개 종족 전사 중 제일 약한 녀석이 사라지더니,
점점 눈에 보이지 않는 녀석이 늘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들개의 수는 눈에 띄게 줄어버렸다.
염탐묘가 어느 날인가 헐레벌떡 우두머리의 거처로 뛰어 들어왔다.
'두목, 두목냥!'
'어인 일인가냥? 그렇게 숨을 헐떡 거리면서냥.'
두목묘는 짚으로 만든 거처에서 커다란 엉덩이를 깔고 앉아
종족의 장래를 골똘히 고민하고 있었다. 꾸벅꾸벅...
'제가 이 마을 뒷산 묘당 언덕에 올라 풀숲에 숨어서, 들개놈들 쪽을 염탐하고 있었습니다냥.'
'그러한데냥?'
'그러던 중, 말입니다냥. 인간놈 중 통통하게 살이 오르고 얼굴에 털이 수북한 놈이
기다란 막대기에 그물 단 것을 들고 들개 영역에 들어서지 몹니까냥!
그리고 차례차례...'
'차례차례...?'
'차마 제 입으로...'
'얼른 말해보거라냥!'
'들개놈들을 잡아서는 커다란 수레에 실었습니다냥. 한 놈씩, 한 놈씩...
그 수레 위에는 커다란 감옥이 달려 있었습니다냥.'
'그... 그래서냥?'
'결국... 마지막에는 들개 두목도...'
두목묘의 표정이 찌푸려졌다.
처음에 인간이 이 지역에 나타났을 때, 염려하긴 했다.
어딘가 인간에게서 구린내가 풍겼다.
하등한 동물인 데다가, 정신 수준도 낮은 인간이 과연 말이 통할 만할지 의심이 됐다.
그런데 그 우려가 현실이 됐다.
그놈들은 곧 우리 고양이 영역까지 쳐들어올 것이다.
인간은 하등한 동물이지만, 덩치가 고양이보다 크고
기운도 세서, 가볍게 생각할 수 없다.
들개 두목까지 쉽게 제압하고 납치했으니...
이제 고양이는 인간과 경쟁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렇다면, 공생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인간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아서, 인간이 고양이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할 방법.
인간이 고양이에게 일종의 연민을 느끼도록 할 방법.
인간 중에서 고양이와의 공생을 이야기하는 이들이 더 많아지도록 할 방법.
그것은 어쩌면...
애... 애교?
"규민아!"
"으...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