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곱슬머리앤 Dec 17. 2021

너는 내게 가장 많은 뜻을 가진 단어가 될 거야



     어느 날 둘이 엎드려 책을 보다가 ‘사랑’이란 말이 나오길래  “사랑이 뭘까?”하고 물었더니  

 “사랑은, 가족이야.” 한다. 그럼 “그럼... 가족은 뭐야?” 했더니 반짝이는 눈으로 또박또박 말한다.


 “엄마랑, 아빠랑, 나!”

     이 조그만 아이는 아직 모를 거다. 누군가의 사전에 사랑이라는 뜻으로 올라 있다는 게 얼마나 뭉클한 일인지. 하지만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누구나  저마다의 사전을 만들며 살아간다는 걸, 사람마다 자주 찾는 단어가 다르다는 걸,  단어는 하나여도 그 뜻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걸. 어떤 뜻은 계절처럼, 어떤 뜻은 날씨처럼 바뀐다는 걸. 

     

아이를 키우면서 이제껏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아이의 보드라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을 때마다, 통통한 볼을 어루만질 때마다 행복이나 기쁨, 걱정과 슬픔이 이제껏 느껴온 것과는 다른 질감으로 와닿는다.


아직은 말해도 이해할 수 없고, 나조차도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반짝이는 눈을 보며 마음으로나마 이런 말을 전한다. 
너는 내게 가장 많은 뜻을 가진 단어가 될 거라고.

수많은 날들이 지나도 그 뜻이 ‘사랑하는’으로 시작하는 건 변하지 않을 거라고.

이전 01화 너에게 배우는 말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