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가 검정색에 갇혀 버렸네?
자동차가 터널에 들어가자 아이가 한 말이다. 캄캄하다는 말을 저렇게 표현할 수 있다니.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의 표현력은 참으로 놀랍다. 직관적이고도 시적인 표현이 숨 쉬듯 나온다. 때로는 말을 고르고 문장을 다듬는 일이 직업인 나보다 더 뛰어나다.
아이가 툭툭 던지는 말들을 다람쥐 도토리 모으듯 쟁여 놓고 오래오래 손때를 묻혀 보고자 자꾸만 꺼내 쓴다. ‘검정색에 갇혀 버렸네’는 유난히 피곤하고 고단한 날 쓰기 좋다. 덕분에 요즘은 걱정이 생기면 ‘아, 내가 또 검정색에 갇혀 버렸네’ 하고 만다. 그럼 기분이나마 좀 가뜬해지면서 세상 무너질 것 같았던 일이 별일 아닌 일이 된다.
아직 생기지도 않은 일에 팔다리를 달아주느라 전전긍긍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방법이다. 이렇게 오래오래 반질반질 손때가 묻어도 좋을 요긴한 말 하나를 또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