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곱슬머리앤 Oct 04. 2023

하찮고, 귀엽고, 사랑스럽고.


윤이는 요즘 가게에 가서 물건 사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오늘은 집에 오는 길에  빵집에 들러 한 봉지에 세 개가 들어 있는 쿠키를 샀다. 쿠키를 손에 꼭 쥐고선 신이 나는지 걸어오는 내내 엄마꼬~ 아빠꼬~ 유니꼬~ 흥얼흥얼 거린다. 


집에 오자마자 순순히 손을 씻고 엄마 다리에 엉덩이를 착 대고 앉더니 공손하게 포장을 벗겨 주십사 청한다.  하나를 먹고는 무척 맛있었는지 쪼끄만 손이 살금살금 쿠키 봉지 안으로 숨어든다. 은근슬쩍 하나를 더 집어 드는 걸 보고 “엄마꼬~ 해 놓고 윤이가 먹을 거야?” 하니까 헤헤헤 웃는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괜히 크게 웃으면서 야금야금 하나를 다 먹는다. 먹으면서도 쪼끔 마음에 찔렸는지 자꾸만 남은 하나를 가리키며 “아빠꼬~아빠꼬~” 한다. 


그런데 막상 다 먹고 나서는 남은 하나를 또 만지작만지작한다. 표정이 점점 시무룩해진다. 두 개나 먹고 하나 남은 것까지 마저 먹기에는 마음이 좀 따꼼했을 거다. 한참을 만지작만지작하고 있길래  “쿠키 하나 더 먹고 싶어?” 속삭였더니 몇 번 머뭇거리다가 아주 조그맣게 “응….”이라고 한다. “그럼 윤이가 먹을까?” 하니까  그제야 세상 환하게 웃으면서 “응!!!” 한다. 어린이의 양심이라는 게 이렇게 하찮고, 귀엽고,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이전 02화 너는 내게 가장 많은 뜻을 가진 단어가 될 거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