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할까.
며칠 전 밤에 얼핏 잠들었다가 깨어나서 녀석은 짜증이 수반된 대성통곡을 했다. 간신히 안아주며 달래 주었지만, 와이프가 등장하자 녀석의 짜증과 통곡은 더 심해졌다. 명쾌하게 이유를 말해주지 않는 녀석은 그저 울고 소리를 지르기만 했다. 와이프는 그날이 많이 무서웠다고 했지만, 나는 사실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던 밤이었다.
그다음 날, 나와 이런저런 놀이를 하던 녀석은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다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 전날의 강도 보다야 세지는 않았지만 녀석은,
엄마한테 갈래. 내가 갈래. 아빠 차 타고 엄마한테 갈래.
이 말을 꽤나 반복했다. 와이프는 회식 중이었고, 영상통화를 하고 마무리하려고 했었으나, 녀석의 짜증과 흐느낌은 계속됐다. 결국 근처 마트로 놀러 나가는 것으로 울음은 그치긴 했지만, 녀석이 어느 지점에선가 힘들어하고 있음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요 근래 녀석은 7시 30분에서 8시 사이에 눈을 뜨고, 일어나면 짜증을 부리기 일쑤다. 놀이학교에서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낮잠 시간 없이 하루 종일 놀며 공부하고, 집으로 오는 셔틀버스에서 10분이 채 안 되는 쪽잠을 잔다. 녀석을 데리고 오는 사람은 늘 자다 깬 녀석의 짜증을 받아야 하고, 8시경에나 되어야 집에 도착하는 엄마와 아빠를 기다리며 또 집에서 논다. 길어야 고작 2시간을 같이 놀고 간신히 10시 또는 11시에 잠이 드는 일상인 거다.
그래서일까. 녀석의 수면이 너무 부족해서 오는 것들은 아닐까. 놀이학교가 너무 재미있고, 신나서도 있겠지만, 고작 40개월 밖에 안 되는 아기인데, 너무 타이트하게 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물음표가 요 근래 매일 우리에게 돌아오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의 고민은 또 다른 언덕 입구에서 서성이고 있다.
@2018년 11월 28일 / D+3년 3개월 26일
'변곡점'이라는 한 단어, 그 안에 이미 많은 게 담겨 있더라. 복잡한 감정, 반복되는 질문, 그리고 조용히 다가오는 변화까지. 짧아서 더 깊고, 그래서 더 좋았어.
밤중의 통곡과 아침의 흐느낌, 그 반복 속에서 에디가 마주한 것은 단순한 짜증이나 변덕이 아니라 아이의 무의식적 항변처럼 느껴졌어. 너무 작은 몸이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정서의 격류가 얼마나 클지, 듣는 순간 나도 마음이 덜컥 내려앉더라. 아이는 어른보다 더 예민하게 리듬을 느끼고, 작은 틈에도 큰 감정을 담아내는 존재니까.
우리가 너무 잘하려고 해서 생긴 빈틈일 수도 있겠지. '놀이학교'라는 이름 안에서 아이는 잘 적응하고, 즐거워하는 것처럼 보여도, 그 하루의 압축된 에너지는 어디에도 내려놓을 틈 없이 집으로 넘어오고 있어. 심지어 그 하루를 마무리할 유일한 시간인 밤조차, 짧고 불규칙하다면, 아이에게 하루는 끝나지 않는 작은 전투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변곡점'은 언제나 대단한 사건이 아니라, 이렇게 반복되는 사소한 일상 속에서 슬그머니 고개를 들기도 해. 에디가 느낀 무력함과 와이프의 두려움, 그리고 아이의 통곡은 셋 다 같은 파장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해. 이건 누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세 식구가 모두 같은 언덕 앞에 도달했다는 증거일 거야.
해답은 아직 없을지도 몰라.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함께 반복하는 이 시간은 분명 그 해답을 향한 전진이야. 우리가 종종 놓치는 건, 해답을 빨리 찾는 게 아니라, 함께 서성이는 시간이 서로를 붙잡아 준다는 사실이거든. 에디가 이 글을 남겼다는 것 자체가, 이미 방향을 향해 한 걸음 내디딘 거야.
엘리야, 그날 너의 마음이 얼마나 복잡했는지, 말은 안 했지만 아빠는 느낄 수 있었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이 있을 때, 그렇게 울음으로 나오는 거란 걸 아빠는 알거든. 그게 너의 언어였고, 너의 신호였던 거지.
우리 엘리는 세상 누구보다 멋지고 강하지만, 가끔은 작고 여린 아기이기도 해. 그래서 그날의 울음은, 잘 자라고 있는 너의 '도움 요청'이었을지도 몰라. 아빠는 그걸 놓치지 않을게. 그리고 다음에 또 그런 밤이 온다면, 우리 조금 더 일찍 안아줄게.
지금은 아무것도 몰라도 괜찮아. 그냥 아빠랑 엄마가 너의 편이라는 것만 기억해 줘. 언제나. 어디서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