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며 보호자인, 따뜻하고 싶지만 혼란스러운
어머니 병원에서 두 통의 전화를 받았다.
병원에서 전화 오면 가슴이 떨리고 긴장된다.
다행히 큰일은 아니었다.
낮에 온 전화는 병실을 옆방으로 옮기겠다는 거였다. 현재의 중환자 병실은 인공호흡기 등 기계 장치를 다는 환자 위주로 치료하여 어머니는 더 아프신 분들에게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사실 조금 더 넓고 조용하게 쓸 수 있는 병실이고 공동 간병하시는 분도 안정적이어서 안심이 되는 곳이다. 그만큼 바이탈이 안정되셨다는 의미로 생각할 수 있다. 병원 방침에 따라 병실을 옮기기로 했다. 내 마음만 편하자는 고집을 부리기보다 주변을 볼 줄 알아야 오래 같이할 수 있다.
퇴근하다가 받은 전화에는 정말 무슨 일 있는 거 아닌지 깜짝 놀랐는데, 독감 예방접종에 대한 전화였다. 나중에 내원했을 때 동의서에 사인하고 오늘 접종하겠냐는 내용이다.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그러시라고 했다.
접종비는 만 오천 원 정도다. 그다지 부담스러운 비용도 아니고 고민할 문제도 아니지만, 그런 예방접종이 어머니의 고통을 연장시켜 드리는 거 아닌지
슬며시 혼란이 밀려왔다. 그렇다고 거절했다가는 아들로서의 내게 트라우마가 남을 것이다.
잘한 거야, 절대 잘한 거야, 생각하면서도 이제는 예전과 동일하게 고통 없이 지내시는 데 기도제목을 맞추면서 고통이 많아 보이시는 어머니 모습에 대해 순간순간 혼란이 오고 있다. 단순하게 생각하자고 하면서도 상황은 매우 복잡하다.
이러한 나의 생각을 하나님께서 도닥여 주시리라 믿는다. 이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랑이 서로에게 가장 선한 과정과 결과로 인도해 주시리라는 안심으로.
날씨가 많이 추워져 새벽에 출근할 때 오리털 파카라도 껴입고 싶어 진다. 정장을 고수해야 해서 외투가 아니면 뭘 껴입는 건 거추장스럽다. 일교차로 인해 출퇴근 때만 정장 위에 파카를 입고 다닐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10월에 벌써 한겨울처럼 대비한다는 게 어색하다.
16년째 의식이 없는 어머니께 예방접종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의견도 지금 내겐 너무 어색한 말이다. 이렇게 복잡한 마음의 하루하루, 우리 모자를 좀 구원해 주시길...
2012.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