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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초 Jan 30. 2022

백신 맞고 시작된 병원 투어



지난 글에서 말했다시피 나는 디스크 환자다. 10년 전에 디스크 판정을 받고 한방병원에서 한 달간 치료를 했으며 약간의 왼쪽 엉치 통증만을 남긴 채 퇴원했었다. 그리고 10년을 별 탈 없이 잘만 살아왔는데 작년 10월 백신 2차 접종을 맞고 관절과 근육에 병이 나기 시작했다.



잠시 지나가는 근육통을 겪은 사람들은 많지만 갑자기 사고라도 난듯 몸이 망가짐을 느낀 사람은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기에 나도 처음부터 백신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최근에 무리한 운동을 하셨나요? 아니오.

장시간 오래 앉아있었나요? 아니오.

다치셨나요? 아니오.



나는 늘 같은 패턴으로 같은 강도의 일만 하며 살아왔다. 넘어지지도 않았고 교통사고가 나지도 않았고 일상의 변화도 없었다. 5년째 같은 카페 주방에서 일을 하고 있으며 그 외의 시간에 야외 활동을 즐기는 편도 아니다. 내가 허리가 약한 걸 알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엉치에 통증이 느껴지는 날이면 바로 누웠다. 나는 내 몸을 잘 알고 있다. 건강한 사람보다 건강하지 않은 사람이 자기 몸에 예민하다. 어떻게 하면 내가 아파지는지 알고 있으니까.



처음부터 백신 때문이라고 생각한 건 아니었기에 날짜를 세어보진 않았지만 내가 백신 2차 접종을 10월 26일에 했고 고관절 통증으로 병원에 처음 방문한 게 10월 29일이었다. 28일 저녁, 퇴근을 하고 집에 걸어가던 중 갑자기 고관절이 심하게 찢어지는 통증이 느껴졌다. 걸음을 내딛을때마다 송곳으로 찌르는듯한 통증까지도. 나는 병원에 잘 다니는 사람이 아니었다. 사흘 정도 지나면 되겠지, 오늘 하루 누워있으면 괜찮아질 거야. 하는 나름의 기준이 있다. 하지만 그때의 고관절 통증은 하루도 더 견딜 수 없을만큼 심했기에 다음날인 29일에 바로 정형외과를 찾았다. 다행히 자고 일어나니 통증이 줄어들긴 했지만 고관절은 걸음과 연관된 거라 그냥 지나치면 안 될 것 같았다. 엑스레이 촬영 결과는 이상 없음이었다. 이때는 디스크 때문이라고 생각도 못했기 때문에 일단 물리치료와 3일치 약 처방을 받았다. 3일치 약을 다 먹기도 전에 나는 통증을 참지 못하고 동네에 유명한 통증의학과를 찾았다. 역시나 고관절엔 이상 없음.



엎드려보시겠어요?



손으로 몸 구석구석을 촉진해보더니 허리 건강은 어떤 편이냐고 물어왔다. 10년 전에 5번 6번 추간판 돌출, 퇴행성 디스크 판정을 받았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골반쪽으로 내려가는 신경 문제일 것이라고 했다. 주사 치료를 아직 권할 정도는 아니고 일단 약물치료와 물리치료를 병행하라고 했으며 정형외과에서 지어준 약과는 조금 다른 약을 받았다. 그걸 먹고 통증이 조금씩 잡히는듯 느껴졌지만 여전히 고관절 통증은 내 일상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고관절 통증은 빠르게 다른 통증으로도 번져갔다. 허벅지 근육과 무릎 뒤쪽이 쑤시기 시작했다. 서서 양말을 신을 수도 없었다. 오른쪽 다리를 굽혀 '4'자로 만드는 것 자체가 불가능이었다.



저는 아무것도 안 했어요. 늘 하던 일만 하고 남들처럼 엑티비티를 즐기지도 않아요. 디스크 첫 판정받은 뒤로 10년 동안 디스크 때문에 병원을 방문한 적도 없고요. 고관절, 갈비뼈, 허벅지 통증 다 처음이에요. 왜 이런 거죠? 처음 고관절 통증이 생겼을 때 제 일상에 변화가 있었던 거라고는 백신 맞았던 것 뿐이에요. 그 전에 전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백신에 대해 이런저런 이론적인 이야기를 해주었지만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원래 염증이 있던 곳에 더 큰 염증을 발생 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백신 때문일 수도 있어요. 그렇다고 100% 백신 탓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안 좋았던 부위가 수면 위로 드러나는 거죠."



그 말을 들은게 11월 말이었다. 꼬박 한 달 동안 원인 모를 통증과 싸우다가 그제야 백신과 연관을 짓게 된 것이다. 그때 든 생각은 '다행이다'였다. 백신 때문이라면 남들처럼 금방 지나갈테니. 하지만 새해가 밝고 1월 30일이 된 지금까지도 나는 병원을 다닌다. 통증의학과에서 도수치료를 받고 신경외과에서 약을 받아 먹는다. 이젠 갈비뼈 통증까지 생겼는데 이것 때문에 난생 처음 위내시경과 초음파를 받았다. 갈비뼈 안쪽에 있는 장기에 문제가 생긴 걸 수도 있다는 얘기가 있어서. 하지만 내과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었고 통증의학과에서 들은 말이 '갈비뼈 사이사이에 있는 근육에 이상이 생긴'거라고 한다. 갈비뼈는 물리치료도 불가능하고 뭘 해줄 수 있는 게 없기에 최대한 움직임을 줄이라고만 하셨다.



디스크 환자로 10년을 살면서, 사실 10년 중에 9년 반은 디스크로 일상 생활에 지장이 있었던 적은 없기에 10년'째' 환자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나도 나름대로 주워들은 게 많아 척추 위생에 신경을 쓰고 있다. 절대 쭈구리고 앉아서 머리를 감지 않고, 쉴 때는 앉는 것 보단 무조건 누워 있고, 허리에 압박이 가는 자세는 최소화하고, 몸을 따뜻하게 하고 있는다. 이것들은 사실 지난 9년 반 동안 내가 신경쓰지 않은 부분이다. 왜냐하면 신경쓰지 않아도 아프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작년 10월을 시작으로 난 척추 위생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소염진통제며 신경통약이며 이런 것들을 오래 먹는다고 내 몸에 좋을 게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약물 치료라는 것도 어느정도 한계가 있고 약을 장기 복용했을 때 오는 다른 문제도 있을 것이기에. 하루 한 시간 나가서 걷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아직 고관절 통증 때문에 그러지는 못한다. 약이 있어야 불편한 없이 나가서 돈을 벌고 건강을 위해 운동도 가능하다. 



요즘들어 가장 힘든 건 사장님이 백신 3차를 강요하는 것이다. 나는 백신 3차 접종이 너무 두렵다. 언젠가는 맞을 수 밖에 없으리란 걸 알기에 그 두려움이 아주 크다. 약을 먹는 것 갖고 젊은 애가 무슨 약을 그렇게 오래 먹냐고 한 소리 하는 것도 듣기 힘들다. 젊은 사람이 아픈 것에 대해 주변 어른들은 참 할 말이 많은 것 같다. 나도 백신 맞기 전엔 약 같은 거 안 먹고 살았는데.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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