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비가 내리길래, 오늘도 달리기는 포기해야 하나 섭섭했습니다. 그런데, 비가 그치더라고요. 기분 좋게 달려 나갑니다. 바람에서 냉기가 느껴집니다. 정신이 바짝 들어요. 그래서인지, 해마다 이맘때면 정신을 차리고 뭔가를 하곤 했습니다.
요즘 제겐 아침 3종 세트가 있어요. 20분 간 글쓰기, 5킬로미터 달리기, 그리고 20~30분의 요가. 뭐 하나라도 빠지면 섭섭합니다. 시간이 없을 땐 글쓰기에 우선순위를 두고 시간을 배분합니다. 달리기와 요가는 5~10분 정도 약식으로 하고 모자란 시간은 하루 중 틈틈이 채워 넣습니다.
손으로 쓰는 글쓰기는 마음의 찌꺼기와 상처들을 옮기는 휴지통 같은 기능을 해요. 정신줄을 잡아당길 수 있게 합니다. 달리기는 빠르게 뛰는 심장 덕분에, 몸 곳곳까지 산소를 충전하는 활력의 시간이 되고, 요가는 마음을 침착하게 가라 앉히고, 뭉친 근육을 풀고, 근세포의 단단함을 기르는 운동이 됩니다. 몸과 마음과 생각의 균형을 잡는 시간. 혼란스러운 세상의 태풍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피로도가 쌓이니, 안정을 찾는 시간이 꼭 필요해요.
어제가 아들의 생일이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며 물론 기쁘고 즐거운 일들도 많았지만, 슬프고 힘든 일들 역시 많았어요. 구구절절 이야기하자면 너무 길어서, 한 문장으로 축약합니다. 사회적인 역할과 개인적인 역할 사이에서 항상 쫓기게 됩니다. 엄마가, 나의 몸과 마음을 챙기는 건 어딘가 미안하고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결승점에 왔나 싶은데, 또 레이스가 펼쳐지고, 끝이 안 보이고... 내가 가진 능력을 티슈 곽에서 한 장 두 장 계속 뽑아 씁니다. 정신력으로 견디는 데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금세 바닥이 드러나요. 그걸 우린 번아웃이라고 부릅니다. 번아웃이 위험한 이유는 잡아당기다 잡아당기다 탁 끊어져 버리기 때문이에요. 질기지만 탄성이 부족한 인대처럼요.
번아웃은 생산성과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리는 현대인에게 종종 발생하는 브레이크 고장입니다. 최근 우울감과 번아웃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저도 그럴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일단 멈춰야 해요. 건널목 빨간 불에서 잠시 멈춘다고 세상이 무너지진 않습니다. 초록불이 켜지면 그 길을 다시 걸으면 됩니다.
번아웃을 피하려면,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충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진정한 휴식은 마음에 에너지를 채워 줍니다. 습관처럼 짧은 휴식시간에도 스마트폰을 손에 잡지만, 내적 충전을 위해서라면 피하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우리의 뇌는 스마트폰을 잡기만 해도 전투 상태에 돌입하니까요.
마음에 에너지가 차오를 때를 잘 기억해 주세요. 다이어리 한 구석에 손글씨로 적어 두어도 좋습니다. 제는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달리기, 사진이 많은 책들, 이성당의 버터크림 빵, 바삭한 잼 앤 브레드의 스콘, 레몬을 짜 넣은 시원한 물, 어릴 때 사진들, 목욕탕, 서점, 벼룩시장, 미술관, 아로마 향기, 실외 온도 21도, 식물들에게서 마음을 채우는 에너지를 얻습니다.
가끔 휴식을 취하는 건, 몸과 마음에 마중물을 주는 것입니다. 그래도 기분이 울적할 땐, 맑고 밝은 날, 운동화를 신고 산책로를 걷거나 뛰어 보세요. 햇빛과 바람은 우리를 건강하게 돕습니다. 아이와 함께해도 좋습니다. 자기 몸과 마음을 잘 다스리는 방법을 알아 두는 건, 평생 쓸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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