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가드닝 | 일의 기준
커리어는 우리의 경제적 자아입니다. 우리가 모두 다르듯, 커리어 역시 각기 다른 모습으로 존재합니다. 커리어를 확장하고, 피보팅하고, 재설계한 이야기를 '커리어 가드닝'으로 씁니다. 정재경 작가
버스 종점 앞 시멘트 건물 2층엔 작은 화실이 있었습니다. 미닫이문을 도르륵 열고 들어가면 연필에서 풍기는 향나무 냄새와 함께 나지막한 라디오 소리가 반겨주었습니다. 석고상을 향해 나란히 서 있는 이젤 앞에 가방을 내려놓고, 연필을 깎았습니다. 사각사각. 사각사각.
연필을 다 깎고 나면 새하얀 도화지를 이젤에 걸었습니다. 손바닥으로 밀어 종이를 평평하게 펼 땐 마음이 깨끗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의자에 앉아 숨을 고르고, 석고상을 보며, 한쪽 눈을 감고, 연필을 세워 비례를 잰 다음 종이 위에 윤곽을 그렸습니다. 뾰족하게 깎은 연필심이 고개를 꼿꼿하게 세우고 부드럽게 미끄러졌습니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어느새 밖이 깜깜했습니다. 그렇게 일 년이 다 되어 갈 무렵, 원장 선생님이 미술 전공을 해 보면 어떻겠느냐 여쭈셨고, 저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가방을 챙겨 교실 문을 나서는데 친구가 와서 물었습니다.
“재경아, 너는 무슨 과 갈 거야?”
“글쎄…. 나는 책을 좋아하고 사람들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그럼 뭘 하면 좋을까?”
“그럼, 작가? 소설가? 기자?”
“기자 좋다, 기자.”
“어! 너랑 어울리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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