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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재 Dec 20. 2023

얀테의 법칙

< 시각적 환상, 시간적 환각 >

어느 쪽 원이 더 큰가?


아래 두 그림의 가운데에 있는 원 중에서 어느 쪽이 더 크다고 생각하는가?





세계 행복 보고서


UN 산하 '지속가능 발전 해법 네트워크(SDSN)'는 매년 국내총생산(GDP), 사회적 지지(Social Support), 건강 기대 수명(Healthy life expectancy), 자유(Freedom to make life choices), 관용(Generosity), 부정부패에 대한 인식(Perceptions of corruption)의 6개 항목을 바탕으로 국가 별 행복 지수를 산출하고 있다.


우리는 얼마나 행복할까?


SDSN이 발표한 '2022년 세계 행복 보고서 (2022 World Happiness Report)'에 따르면, 한국의 행복 지수는 조사 대상 146개국 중 59위였다. 비슷한 순위의 국가로는 그리스(58위)와 필리핀(60위)이 있다.


한국은 생활수준을 상징하는 국내총생산(GDP)나 건강 기대 수명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나머지 항목(사회적 지지, 자유, 관용, 부정부패에 대한 인식)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만 추려보면 35위로 최하위권에 속한다. 우리는 그렇게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고 살고 있나 보다.


유독 행복한 북유럽 국가들


조사 결과 중에 특이한 것은,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끼고 있는 북유럽 국가들은 다른 지역의 국가들에 비해서 행복 지수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핀란드가 1위, 덴마크가 2위, 아이슬란드가 3위, 노르웨이가 6위, 스웨덴이 7위이다.


얀테의 법칙


유독 북유럽 국가들이 행복 지수가 높은 이유는 이상적인 복지 제도와 선진 교육 시스템 때문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북유럽 사람들의 의식에 깔려있는 '얀테의 법칙'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얀테의 법칙'은 덴마크계 노르웨이 작가인 악셀 산데모세(Aksel Sandemose)가 풍자소설 '도망자'(A Fugitive Crosses His Tracks, En flyktning krysser sitt spor, 1933)에서 묘사한 '얀테의 법칙'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소설 속에 모든 사람들이 서로를 알고 있는 작은 덴마크 마을 얀테에 10가지 불문율이 있으며, 이 불문율을 깨려는 자는 마을 공동체의 조화를 깨는 공공의 적으로 간주된다. 실제로는 북유럽에서 더 오래전부터 사람들 사이에서 계속 이어져온 행동지침을 작가가 정리하여 표면화시켰다는 주장도 있다.


산데모세가 쓴 10가지 얀테의 법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둘째, 당신이 남들만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셋째, 당신이 남들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넷째, 당신이 남들보다 낫다고 생각하지 마라.

다섯째, 당신이 남들보다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 마라.

여섯째, 당신이 남들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일곱째, 당신이 모든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지 마라.

여덟째, 남들을 비웃지 마라.

아홉째, 누군가 당신을 걱정하리라 생각하지 마라.

열 번째, 남들에게 무엇이든 가르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마라


'얀테의 법칙'과 스칸디나비아 사람들


얀테의 법칙은 스칸디나비아 반도 국가 사람들의 생활 규범으로 삶의 기저에 깔려있는 암묵적인 강력한 규칙이다. 일종의 '겸손의 규칙'이라고 할 수도 있고, 한마디로, '스스로를 남들보다 더 뛰어나거나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라고 줄일 수도 있겠다.


얀테의 법칙이 북유럽 사회가 개인주의와 사적인 성공에 몰두하기보다는 집단과 공동체의 이익을 중시하는 사회로 자리 잡게 하였고,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을 평등 사회, 복지 선진국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개인주의적인 성향의 사람들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를 형성하고, 개인의 개성을 말살한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존재한다.


'얀테의 법칙'과 '시각적 환상, 시간적 환각'


시각적 환상과 시간적 환각을 통해서, 경쟁과 성장 중심 사회에서 남들보다 더 뛰어나고, 남들보다 더 특별하다고 훈련되고 강요되어 형성된 우리 굳건한 믿음을 한 번쯤 의심해 보기를 원한다. 우리가 남들보다 특별히 더 똑똑하지도 않으며, 남들보다 더 낫지도 않고, 남들보다 더 많이 알지도 못하고, 그냥 다른 사람들이 보듯이 똑같이 보고 또는 똑같이 잘 못 보고, 유달리 특별하지 않는 동일한 방식으로 인지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어느 쪽 원이 더 큰가?


처음에 물었던 질문을 다시 한다. 아래 두 그림의 가운데에 있는 원이 어느 쪽이 더 크다고 생각하는가?





두 원 중에 더 큰 쪽을 구별해 낼 수 있다면, 당신은 남들보다 더 뛰어나고, 남들보다 더 특별할 지도 모르겠다. 한쪽 원이 더 크다고 느낀다면, 위에 있는 10가지 얀테의 법칙을 다시 한번 읽어 주면 좋겠다.


그럼 두 원을 비교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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