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니 Jan 01. 2023

1월 1일과 아이스 아메리카노

더 나은 삶을 위해

1월 1일을 맞아 새로운 달력의 페이지를 넘겼다. 시간의 흐름을 언제나 종이의 넘김으로 실감했다. 1은 어딘가 찡하고 설레는 숫자였다. 1이 두 개나 있는 1월 1일은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내겐 성스럽기까지 한 날이었다. 뭐든지 결심할 수 있었고 하루쯤은 실천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아무것도 결심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헛된 다짐보다 그저 성실히 쌓아 올리는 하루하루의 힘을 믿게 되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바보 같은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시간이 흐르며 자라난 내가 해결해내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건 그리 오래된 예전의 일은 아니었다. 새로운 해가 밝았고 새로운 시간에는 새로운 마음을 담아야 한다는 걸 이젠 안다. 지나간 것들은 지나간 대로 보내주어야 한다는 것을 지난한 경험을 통해 배웠다. 아쉬운 것들이 많았던 한 해였지만 그런대로 일 년을 통과해오며 내가 부쩍 자랐다는 것 또한 느꼈다. 생의 절기들은 언제나 가르침을 수반했다. 나는 그 양분으로 한 뼘씩 훌쩍 컸다.


이제는 이유를 불문하고 내 삶을 아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구석구석 모든 마디마다 기꺼이 햇빛을 선사하겠다고 다짐한다.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스스로를 내몰며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은 진부하지만 나를 더 많이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작년 한 해동안 써왔던 활자의 수만큼, 아니 그보다 더 많이 나를 사랑해야지. 내가 사랑해왔던 복숭아 같은 사람들처럼 그렇게 나를 예뻐해야지. 아이스 아메리카노 속의 얼음은 꾸준히 제 몸을 녹여가며 커피의 수면을 높여가고 있었다. 그렇게 높아져가는 수면을 바라보다 결국 하지 않으려 다짐했던 새해의 결심을 또 해버렸다.


오늘이 가기 전에 글 한 편을 꼭 올리고 싶었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그럼에도 나는 늘 주인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