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록 1일차 2019.6.10.
꿈같은 여행이 시작되었다.
어느 날, 언젠가 유럽 같은 곳을 함께 가면 좋겠다고 했다. 그 마치 올 것 같지 않았던 어린시절의 꿈은, 슬그머니 다가왔다. 한차례, 지영과 파리를 갔었고, 이번엔 두번째, 남편이나 아이들을 떼어놓고, 둘만의 여행을 하게 되었다. 오랫만에, 이러저러한 계획을 세우고, 돌아다닐 꿈을 꾸었다.
지영과는 두번째 유럽, 이번엔 미술축제다
베니스에서는 두해마다 한번씩 흥미로운 미술 축제가 열리고, 언젠가 한번 가보겠지라는 막연함을 넘어 이번해엔 꼭 가고 싶었다. 처음엔 기사를 보고, 막연히 아, 가고 싶다라고 했었다. 두번짼, 교수님과의 대화를 나누다가 현실적인 생각을 좀 해보게 되었고, 구체적으로 여행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여기엔 남편의 응원이 좀 필요했는데, 왠일인지 그는 생각보다 흔쾌히 혼자의 여행을 동의했다. 물론, 경제적으로 힘든 집안 사정을 생각해본다면, 지금 내가 이 시기에 여길 여행하는 것이 온당하느냐의 문제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여행은 결정이 중요한 법이다. 상황이나 형편을 돌아보다가는 죽는 날까지 단 한걸음도 떼기 어려우니까. 지영에게 연락을 하니, 동행에 얼른 찬성했다. 중간에 가니 안가니 하는 마음의 흔들림이 있었지만, 지영은 다시금 가기로 결정했고, 처음의 계획보다는 좀 더 일찍 합류하기로 했다.
지영은 스무살부터 절친 중의 절친이다. 몇해전 파리에 나의 남편과 그녀의 여동생, 막내아들과 함께 여행한 적이 있었고, 즐겁게 지내다 온 기억이 있었다. 두어해 동안 전쟁을 치루듯, 삶이 고행이었던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도 싶었다.
하지 말아야 할 것 타인을 위해 나를 너무 희생하면서 스트레스 받지 말 것. 그리하여 여행을 망치지 말 것.
해야 할 것 비엔날레 꼼꼼히 보고, 꼼꼼히 생각해 볼 것. 생각할 거리를 매일 정리할 것. 다섯단계 숙고해보기. 기록하고, 저장할 것.
이 두가지를 비행기안에서 메모해 두었다. 타인과의 여행 안에서 할 말을 쭈볏거리며 못하다가, 내내 속을 끓이면서 여행을 망친 것이 몇차례나 되었다. 동행자가 지영이라, 큰 걱정은 없지만, 조금이라도 앙금이 생긴다면 여행도 망치고, 관계도 망치는 법이니까.
사족
항공편은 6월 20일 직전이 그나마 저렴한 편이다. 여름 방학이 시작되면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다. Skyscanner 앱이 유용했으며, 결국 루프트한자 항공 홈페이지에 가서 직접 예약을 했다.
베네치아의 경우, 기차역을 기준으로 본섬에는 베네치아 산타루치아 역이 닿는다. 본섬에서 숙박을 하는 것은 여러모로 즐겁겠으나, 나는 베네치아 메스트레역(본섬을 들어가기 직전 기차역)으로 숙소를 정했다. 숙박비 면에서 절약이 된다. 과거 한때 본섬의 값비싼 호텔에서 숙박해봤지만, 생각만치 근사하지는 않았던 기억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