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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함의 나라, 코리아

여행기록 3일차, 2019. 6. 12.

by CALM

아침엔 한국에서 사온 사발면을 끓여 먹었다. 1층에 내려가 식당 언니에게 뜨거운 물을 좀 달라고 했더니, 웃으면서 쓰라고 한다. 로비에서 지영이가 볶아온 고추장을 찬으로 아침을 서둘러 먹고는, 에스프레소 한잔을 만들어 객실로 올라왔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비엔날레 본섬으로 향했다. 먼저 다음 일정을 예약하기 위해, 메스트레 역을 방문하여, 기차표(유레일 패스3일권)을 개시하고, 내일 나폴리까지 가는 기차를 예약했다. 여행에 있어서 많은 시간은 다음번 스케쥴의 고민과 준비에 할애된다.


비엔날레에 방문하니 어제에 비해 줄이 한산했다. 왜일까?
지영과 함께 내가 어제 방문하지 못하였던 ‘국가관’을 중심으로 관람하기 시작했고... 여러 곳을 둘러둘러 들여다 보았다. 어느 국가관은 황당했고, 어느 곳은 진부했고, 어느 곳은 신선했다.

덴마크 국가관
Mary Katayama

한국관은 작은 편에 속한다. 다른 국가관도 작은 곳이 많이 있으니까, 그 점은 뭐, 딱히 비교의 대상은 아니다. 기실, 한국관의 특유의 진지함이 사뭇 촌스럽게 느껴졌다. 베니스를 돌아다니다 한국인을 보면 그가 한국인이라는 걸 딱 알아볼 수 있는데, 나는 그것의 이유를 지나친 단정함에 있다고 생각한다. 머리카락의 손질, 손발톱의 관리, 가방을 매거나 신발을 신은 모습, 단정하다 못해 답답하고 촌스럽게 느껴지는 느낌 같은 것 말이다. 그런 느낌이 한국관에서 느껴진다고나 할까. 단정함을 비난할 수는 없다. 나의 모습도 그러할지니... 그러나 마음만이라도 좀 자유로웠으면 하는 것이다.


한국인이 외국에서 한국인을 알아보기는 쉽다.
나는 그 이유를 우리네 특유의 '단정함'에 있다고 생각한다.
고운 화장, 머리카락의 손질, 손발톱의 관리,
가방이나 신발의 모습에서 단정함이 느껴진다.
뭉툭하거나, 투박하기도 하는데,
여행자의 모습 자체에서 조차 진지함이 풀풀 풍겨난다.
그 진지함이 예술작품에서까지 풍겨나온다니 원...

Russia 국가관

예술적 자유로움이 아니라, 정신의 속박 같은 것이 느껴져, 가히 즐겁지 못했던 전시관이었다. 아마 더이상 내가 광주 비엔날레에서 재미를 못느끼고, 지나치게 진지하고 어려운 척하는 예술에 지친 것과도 비슷한 느낌이다.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관람객도 오래 머무르지 않고, 슬쩍 보다가 재미없고 뻔한 스토리라는 느낌 때문이었는지, 보는 척 하다가 나가버렸다.


바로 옆 일본관에서 여러 관람객이 들어와 마치 숨을 쉬는것 같은 푹신한 의자에 벌렁 누워 시간을 한참 보내고 나가는 것과는 대조되었다. 그 밖에도 프랑스관, 영국관, 독일관, 벨기에관 등은 기억에 남는 국가관이다. (나중에 각각의 전시내용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을 써보도록 하자.) 지영과의 점심. 공원의 가장 중앙에 있던 카페에서 맥주와 함께 샌드위치를 먹고는, 남은 전시를 보러다녔다. 어느덧 6시가 되었고, 못본 전시가 3군데 정도 남았을때, 경비가 와서 그만 나가라고 하였다. 아쉬워라..


URUGUAY 국가관



버스를 타고, 산마르코 광장으로 다시 돌아와서 골목골목 구경을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이다. 이렇게 골목골목 다니다 보니, 당연히 길을 잃고 헤매었다. 지영이가 검색해 온 식당을 찾아갔다. 해산물요리 플래터, 스테이크, 맥주를 함께 먹고는 약 65유로. 맛난 음식과 맥주... 베니스의 특이점은 '빽빽함'에 있다. 미국이나 동남아시아 혹은 중동지방으로 가면 바닥과 벽이 썰렁한 공간을 의외로 자주 만날 수있는데, 그럴때면 그 빈 곳의 허전함이 황량함으로 느껴지기 일쑤다. 그에 비해 이탈리아의 모든 가게들은 어마어마한 물건들로 빽빽하다. 도시 자체가 건물로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것과 같다. 수다를 떨면서 먹고 있는데, 자꾸 종업원이 와서 끝났냐고 묻는다. 원체, 지영과 나는 타인의 부담을 견디지 못하는 성격인지라, 주섬주섬 짐을 챙겨 숙소로 오자고 나왔다. 이리저리 발길 닿는대로 걷는데, 완전 골목안에서 발길은 완전히 복잡해졌다.


눈길이 닿는 슈퍼마켓을 들러, 스파게티, 토마토페이스트, 요리용 스파게티 재료, 와인 등을 구매했다. 이런 여행패턴은 흔히 내가 다니는 여행과는 좀 달랐는데, 역시 슈퍼마켓은 어딜가나 즐겁다. 게다가 지영이는 이탈리아 식재료를 잘 알고있어 이것저것 도움을 얻어 조금씩 맛나고 재미있는 재료들을 사왔다. 물론, 식재료를 살때마다 이건 누굴 갖다 줘야지라면서 말이다.

베네치아 본섬 내의 마켓, 다시 가라고 하면 못찾을 터이다.

화장실이 급해졌으나, 그 곳 안에서는 도통 화장실을 찾을 수 없었다. 구글맵이 베네치아 본섬 골목 안에서 툭하면 방향을 잃는 바람에 길 안내가 복잡하여 정신이 없는 지경이었다. 겨우 레알토 다리까지 걸어오고서야, 수상버스를 탔다. 내 저질체력이 쉬이 바닥이 난 것에 비해, 지영이는 평소에 매일 걷기를 해서 그런지 체력이 짱짱하다. 돌아와 푹 쓰러져 잠을 청하였다. 지영이는 다니는 동안 인터넷 연결이 안되어서, 아주 속상하고 복잡했다만, 겨우 호텔에 와서 안내문을 읽고서야 제대로 세팅... 후우.. 쉽게 되는일은 없다.


어째. 밤만되면 말을 하고 있어도 눈이 감긴다.


사족

이탈리아 여행객의 특징은 그 손에 핸드폰을 꼭 쥐고, 그걸 들여다 보면서 걷는다는 점이다. 구글맵을 보면서 걷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국내용지도앱을 사용하지만, 해외에 나가면 구글맵이 어쩜 그리 유용한지 모르겠다. 반응속도가 살짝 느린게 흠이다만... 뿐만아니라 렌터카에서도 구글맵으로 충분히 운전이 가능하다.

국내에서 데이터전용 유심칩을 사갔는데, 2G를 사용할 수 있는 영국산 유심이 약 15,000원 가량이다. 내 경우는 자유롭게 구글맵, 네이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수시로 접속했는데, 열흘이 지난 날 2G를 다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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