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록 6일차, 20196.15(토)
노닥노닥, 왠종일 수영장에서... 관광이고 뭐고...
아름다운 아말피. 호텔 안쪽에 붙은 수영장... 전날 도착한 후, 해변가를 거닐었고, 다음날엔 도통 움직이기 싫어하는 게으름병이 도졌다. 이 먼곳까지 왜 온 것인가. 호텔 수영장에 종일 놀면서, 아름다운 이탈리아 남부 햇빛을 만끽했다.
맥주를 몇 캔 사다놓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에 이르기까지 종일 놀다.
여유로운 놀기는 분명 필요한거니까...
다이빙도 즐거웠고, 3.4미터 깊이의 수영장을 유유히 물에 누워 종일 노는 것은 그야말로 최고다.
저녁이 되어 식사와 산책을 위해 숙소를 나섰다. 길 안쪽으로 끝까지 거닐었더니, 뛰어노는 아이들이 어찌나 많은지 모르겠다. 한국에서, 많은 아이들이 학원 공간에 갇혀 소리지르며 떠들때엔 그리 밉고, 싫더니, 거리에 뛰어놀며 카페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이탈리아 소년 소녀들을 보니 ‘해피니스’의 전형같이 보였다. 이 남부시골 마을 광장에 가득찬 아이들, 곳곳의 레스토랑에 들어찬 휴양지의 관광객들... 어디에고 주렁주렁 열린 레몬. 풍요롭다. 물건이 가득차지 않은 작은 상점들도 신기하다. 물건을 꽉 채운 곳은 와인상점 밖에 없다. 주민을 위한 빵집, 잡화점들엔 물건을 가득 채우지 않는것이 특이한데, 베니스의 빽빽함과는 상반되었다. 필요한 것만 몇개씩과 많이 찾는 물건 위주로만 구비해두는 것 같았다.
거리에 가득한 이 아이들은 먹고 사는 일에 목매어 각박하게 하루하루 버티며 사는 것이 아니라, 이 아름다운 남부마을에 살면서 강한 햇빛과 여유로움과 와인을 만끽하면서, 동네사람과 한담을 나누는 삶, 그렇게 평생을 살아가겠지, 별 욕심안부리고... 과연 그게 가능한가의 문제는 둘째치고, 그럴 수만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는 부러움이랄까 뭐 그런 생각들도 스쳤다. 나는 가끔, 우리가 세운 기준보다 못미치는 환경과 삶에서도, 주어진 것을 기쁘게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외경심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욕망을 이야기하지만 그 욕망을 벗어던지기란 본능을 거스르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어서 말이다.
유머와 친절을 잃지않는 사람들
바깥쪽에 해산물을 보여주는 레스토랑이 신선한 맛집이라는 말을 듣고, 지영이가 선택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대체로 피자는 4~6유로, 파스타를 8~10유로 정도다. 우리가 자리에 앉고, 음식을 시키고 나니 식당은 점점 사람이 많아졌다. 바야흐로 토요일 밤이었고, 휴가지였으니까. 음식은 늦어지고, 요청한 올리브오일과 발사믹은 안나오고 있었다. 시켰던 샐러드는 모든 음식을 다 먹고서야 2개나 나오고... 온통 뒤죽박죽인데, 대부분 식당 종사자들이 영어를 못한다고 하니, 영어가 가능한 서빙맨은 그야말로 식당안에서 뛰어다니는 지경이었다. 서빙맨이 한명 두명 늘더니 나중엔 주인 아저씨, 안주인 아줌마, 딱봐도 한동네 살면서 알바뛰는 여고생까지, 모두 뛰어 들어도 식당을 가득 메운 손님을 감당 못하는 지경이 되 버렸다. 레스토랑 안의 모든 식탁은 손님으로 가득 찼고, 전채요리, 빵, 와인이나 맥주, 샐러드, 메인요리, 후식을 딱딱 시간맞춰 제공하는 것이 신기할 지경이다.(홀이 이러니 주방은 어떻겠나.) 이렇게 복잡한 식당안에서도 유머와 친절을 잃지않는 사람들이 고마웠다.
예전 유럽 여행 중, 고흐마을에 갔다가 들어간 한산한 식당안에서 동양인을 무시한다고 밖에 생각 할 수 없는 프랑스 시골마을의 청년웨이터의 불쾌했던 태도를 떠올리면 더 그렇다. 그는 잔돈을 우리에게 던지듯 내줬고, 친구의 아들 꼬맹이가 사탕하나 더 달라는 것도 거절했었던 기억.
지영이 주문한 문어 요리는 정말 맛있었다... 문어는 이런 맛이었구나!
돌아오는 길, 거리의 아이스크림 집앞에 자리잡은 아저씨는 유쾌한 음악을 크게 틀고, 노래도 한다. 주변엔 강아지 산책시키는 주민들도 많고, 경쾌한 음악에 아이들은 춤을 추기도 했다.
정말 이 거리는 사랑스럽다...이런 길을 걸어본 적이 있었나 싶다.
사실 아말피 해안에 자리를 잡은 후, 여기도 가고, 저기도 가려는 많은 계획을 잡았다. 그러니 렌터카를 빌렸던 것. 하지만 수영장을 보는순간 싸그리 다 잊고, 쉬고 마시고 놀기로 결정했다.
종일 빈둥거리기.. 그간 너무 바쁘게 살았으니까...
그 어떤 계획에도 함께 해주는 나의 친구에게 경의를 표한다.
사족
남부 이탈리를 제대로 관광하려면 우리처럼 방을 잡을게 아니라, 로마에서 '자전거나라'투어를 신청해서 다니는 것이 더 확실할 것 같다. 소렌토, 아말피, 카프리섬, 포지타노 마을 말고도 갈데는 많다. 그런데 막상 현지에 와보면 여긴 그냥 놀러와서 쉬는곳이지 돌아다니는 곳이 아니라는걸 금새 눈치채게 된다. 아마도, 일일투어로 이 동네를 둘러보고 갔다면 바로와서 쉬고 놀지 못한것에 대해 외려 한이 맺힐지도 모른다. 어떤 것을 선택할 지는 본인의 취향에 달려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