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칼날처럼 갈라진 하늘 아래, 비명이 흩어진 얼굴들이 보였다. 그날의 광경은 내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며 여전히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두 손에 휘말린 고통이 나를 관통하며 흐느끼게 만들었다. 세상이 침묵하는 가운데 홀로 절망 속에 남은 그의 모습에서 눈을 돌릴 수 없었다.
이 감정은 뭉크의 작품을 보고 느낀 것이었다. 미술관에 전시된 그의 작품 속에는 절규와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 작품 앞에 선 나는 마치 그 절망이 내 안으로 스며드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바람조차 숨을 죽인 듯한 고요 속에서, 나의 안에 감춰져 있던 연민이 깊은 어둠 속에서 깨어났다. 그 순간 느껴진 감정은 마치 무겁고 차가운 돌덩이 같았다. 그의 작품 속 고통의 무게가 얼마나 클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 무게가 너무나도 무겁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의 절망을 마주한 그 순간, 나는 그를 붙잡아주고 싶었다. 붕괴된 그곳에서 겨우 버티고 있는 그의 영혼이, 마치 허공에 던져진 외로운 별빛처럼 보였다. 내 손길 하나로 그를 완전히 구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에게 어떤 위로라도 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작은 위로의 말은 혀끝에서 얼어붙었다. 그 무거운 고통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말 한마디조차 차갑게 식어갔고, 눈물조차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말라붙은 듯했다.
그렇게 나는 멍하니 그의 고통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을 감고, 그가 겪고 있는 절망 속에 나 자신을 던지고 싶었다. 그의 고통에 나의 두려움이 스며들기를 바랐다. 아픔을 함께 나누고, 조금이라도 그의 짐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이 얼마나 불가능한 일인지도 알고 있었다. 그 누구도 타인의 고통을 완벽히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순간 그의 곁에 서 있고 싶었다. 그의 절망 속에 나도 한 조각이 되어, 그가 혼자가 아님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고통을 가지고 산다. 때로 그 고통은 너무 깊어 다른 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 고통은 세상의 침묵 속에서 홀로 겪어야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그날, 뭉크의 작품 속 절규를 보며 그런 고통의 깊이를 처음으로 마주했다. 그리고 그 앞에서 느꼈던 나의 무력감은,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닫게 했다. 그러나 동시에 깨달았다. 우리가 서로의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그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질 수 있다는 것을.
어쩌면 내 손을 뻗은 것은 나를 위해서였는지도 모른다. 그를 구하려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의 고통 속에서 나 자신의 연민과 두려움도 마주하고 있었다. 그 순간, 나도 그와 다를 바 없이 연약하고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그러한 연약함 속에서 우리는 인간으로서 서로의 손을 맞잡고, 서로의 고통을 함께 나누며 살아간다. 그것이야말로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그날 이후로 나는 가끔씩 생각한다. 누군가의 고통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말로 다가가 위로하는 것도, 손을 내밀어 잡아주는 것도 때로는 충분하지 않을 때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바라만 보는 것은 나 자신에게 너무나 큰 무게로 남을 것이다. 나는 그의 절망 속에서 느낀 그 무거움을 기억하며, 언제든 누군가가 혼자라고 느낄 때, 그 곁에 서 있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고통의 균열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작은 손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작은 빛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빛이 모여 서로를 따뜻하게 감싸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믿는다. 고통 속에서도, 절망 속에서도, 서로를 향해 내미는 손길이야말로 우리가 가진 가장 진정한 힘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