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상권 Feb 07. 2024

조직이 멍청한 결정을 내리는 이유

조직에 진실이 들릴 기회를 만들어라

집단은 실패하게 되어있다.


우리는 흔히 집단사고라고 하면 한 명의 개인보다 훨씬 더 똑똑하고 현명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고 있습니다. 특히 여러 전문가들이 포함되어 있는 집단이 다수결의 원칙을 통해 내린 결론은 큰 신빙성을 갖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여러 연구 결과에 의하면 집단은 개인보다 똑똑하지 않으며 오히려 오류를 낳고, 확대하기까지도 합니다. <넛지>의 저자이자 행동경제학 연구자인 캐스 R. 선스타인은 집단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 집단은 구성원의 오류를 바로잡는 데 실패할 뿐 아니라 오히려 오류를 확대한다.

- 집단 구성원들은 먼저 말을 꺼내고 행동을 시작한 사람을 그대로 따르려는 경향이 있어 폭포효과가 나타나기 쉽다. 설령 그런 말과 행동이 집단을 불행하고 심각한 비극에 몰아넣더라도 말이다.

- 집단은 논의를 거친 후에 더욱더 극단화되어, 논의 전 구성원들의 성향 중 가장 극단적인 입장을 결론으로 도출하게 된다. 이를테면 지나치게 낙관적인 사람들이 모여 논의한 결과 한층 더 낙관적으로 변하는 식이다.

- 집단은 공유된 정보, 즉 모든 사람이 이미 아는 내용에 초점을 맞추느라 공유되지 않은 정보를 간과하여, 한두 명이 가지고 있는 결정적인 정보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 캐스 R. 선스타인, <와이저 - 똑똑한 조직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1) 개인은 실수하고 조직은 이를 확대시킨다.


개인이 실수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조직은 어째서 이를 수정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이는 이전 글에서 이미 설명한 바 있습니다. 조직은 보이지 않는 '시스템'에 의해 동작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시스템이라는 구조를 지각하지 못하고 단편적인 사건에 집중하여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도리어 역효과를 낳아서 상황을 더 악화시킵니다. 이는 여러 시스템 원형들 중 '부담 떠넘기기'가 정확하게 보여줍니다. 선스타인을 이를 두고 '쓰레기를 투입하면 쓰레기가 산출된다'라고 표현했습니다.


시스템 원형 - 부담 떠넘기기(Shifting the burden)

[설명]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표면적으로는 즉각적인 효과를 보이며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듯 보이는 ‘단기 해결책’이 활용된다. 이러한 단기 해결책을 많이 사용할수록,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서는 더더욱 멀어진다. 그로 인해 시간이 흐르면서 근본 해결책을 활용할 능력은 위축되거나 불가능해지고, 증상 위주 해결책에 대한 의존도가 한층 높아지게 된다.

[사례]
- 경영진에서 제시한 공격적인 목표에 부담을 느낀 영업 부서가 빠른 목표 달성을 위해 핵심 고객을 위주로 대규모 거래를 한다. 그 결과 소수 고객에게 크게 의존하게 되었고, 산업의 변화로 침체기를 맞이하자 매출이 반토막 났다.     
- 개발 속도가 느려진 상황에 대해 관리자에게 압박을 가하거나 단순히 개발자 수를 늘려서 해결하려고 하는 경우
- 예산 집행을 점검하기보다는 돈을 빌려 당장의 금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관리 원칙]
근본 해결책에 집중하라. 근본 해결책 도출이 지연되면서 증상 위주 해결책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시간을 버는 용도로 그러한 대책을 활용하되, 근본 해결책 모색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 피터 센게, <학습하는 조직>



2) 옆사람 의견이 당신에게 미치는 영향


기본적으로 인간의 뇌는 태어날 때부터 다른 인간과 조화롭게 살고 남들을 모방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근본적으로 남들을 따라가려 하는 습성이 존재하며, 그것이 심지어 잘못되거나 틀린 내용일지라도 동일하게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사회학자 메슈 살가닉이 진행한 연구 사례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살가닉의 연구 진행 방식은 다음과 같다. 연구자들은 실험 참가자들이 신규 밴드의 48개곡을 듣고 그중 한 곡 이상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통제집단을 구성했다. 통제집단의 참가자들은 음악의 본질적 가치와 개인의 취향에 따라 음악을 선택했다. 그들은 다른 사람이 어떤 음악을 다운로드하거나 좋아하는지에 대해 아무 말도 듣지 못했으므로, 순전히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자신이 좋아하는 곡을 고를 수 있었다.

한편 살가닉과 공동 연구자들은 사회적 압력의 효과를 시험하기 위해 여덟 개의 다른 하위 집단을 구성했다. 이 하위 집단에 속한 참가자들은 자신이 속한 특정 집단에서 다른 사람들이 이전에 어떤 곡을 다운로드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

결과적으로 그런 정보는 참가자들의 선택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통제집단에서 적은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해 최하위권에 머무른 노래가 다른 하위 집단에서 최상위권에 오르거나, 많은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해 최상위권에 머무른 노래가 다른 집단에서 최하위권에 머무르는 경우는 없었지만, 그 외에는 사실상 어떤 일도 벌어질 수 있었다. 실험집단에서 초기 다운로드 횟수가 많은 노래는 계속 상위권에 머물렀지만, 초기 다운로드 횟수가 적은 노래는 거의 예외 없이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


- 캐스 R. 선스타인, <와이저 - 똑똑한 조직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위의 사례처럼 다른 사람의 의견에 우리는 쉽게 휩쓸립니다. 그것이 처음에 등장한 의견이고, 내용이 긍정적이고, 주류의 생각에 해당할수록 이 현상은 더욱 심해집니다. 메슈 살가닉에 따르면 거짓으로 어떤 곡의 다운로드 횟수가 많다고 선전한다면, 그 곡의 다운로드 횟수가 실제로 급격히 늘어나 히트곡이 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정답을 알고 있음에도 집단 다수가 틀린 답을 고르면 같이 틀린 답을 고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3) 논의할수록 더 커지는 극단화 현상


선스타인은 집단 구성원은 서로 이야기를 나눈 후에 그들의 판단에 대한 확신이 훨씬 굳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즉 일련의 회의를 거치고 나면 옳고 그름을 판별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판단이 더 굳어진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다른 구성원의 확증이 본인의 판단에 대한 자신감을 북돋아주기 때문입니다. 또한 의견 합일을 이루려고 하는 경향 때문에 결론이 한쪽(가장 확신에 찬 구성원의 입장)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아래 선스타인과 데이비드 슈케이드가 직접 진행한 실험 사례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실험에서 우리는 콜로라도 주에 있는 두 도시의 시민을 대상으로 실험 참가자를 모집한 뒤, 그들을 같은 도시 출신끼리 여섯 명 정도씩 묶어 여러 개의 소집단으로 나눴다. 각 소집단에는 당시 가장 첨예한 쟁점이던 기후변화, 소수집단 우대정책, 동성애 시민연대 등 세 가지 주제를 논의하게 했다.

참가자를 모집한 두 도시는 대단히 진보적인 정치 성향으로 유명한 볼더(Boulder)와 대단히 보수적인 정치 성향으로 유명한 콜로라도스프링스(Coloardo Springs)였다. (...) 실험 참가자들은 먼저 각자의 생각을 익명으로 기록한 후 토론에 참여해 집단으로 의사결정을 내렸다. 논의를 마친 후에 참가자들은 다시 한번 각자의 생각을 익명으로 기록해 제출했다.

[결과]
1. 볼더 시민들은 세 가지 주제 모두에 대해 논의 이후 훨씬 더 진보적으로 변했다. 반면에 콜로라도스프링스 시민들은 훨씬 더 보수적으로 변했다. 집단적 논의의 결과는 개개인의 의견을 더욱 극단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2. (...) 논의 시작 전에는 많은 집단이 구성원들의 의견이 제각기 다양하다는 의미에서 상당한 다양성을 보여줬다. (...) 하지만 논의 후에는 진보 성향의 참가자들끼리 의견이 비슷해졌고, 보수 성향 참가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짧은 논의를 마친 후 익명으로 조사한 개인적인 의견에서 집단 구성원들은 다양성이 크게 줄어들고 합의점이 크게 늘어난 변화를 보여줬다.

3. 논의 후에 대체로 진보적이었던 볼더 시민과 대체로 보수적이던 콜로라도스프링스 시민 간의 의견 격차가 더 크게 벌어졌다. (...) 진보 성향과 보수 성향으로 극명히 나뉜 것이다.


- 캐스 R. 선스타인, <와이저 - 똑똑한 조직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4) 공유되지 않은 정보는 쓰레기와 같다.


마지막은 정보가 원활하게 공유되지 않아 생기는 문제점입니다. 실제로 집단에 옳은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정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단에서 그 정보가 무시되거나 공유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선스타인은 이를 '숨은 프로필'이라고 얘기하는데 '집단이 내부적으로 얻을 수 있었지만 얻지 못한 정확한 정보'를 가리킵니다. 이 숨은 프로필은 '공유지식 효과' 때문에 발생하는데 이는 '소수의 구성원만 아는 정보보다 집단의 모든 구성원이 아는 정보가 의사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제대로 정보가 공유되지 않았을 때 심각한 성과 차이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는 애자일 코치 김창준 님의 저서 <함께 자라기>에서 '전문가 팀이 실패하는 이유'라고 해서 잘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전문가로 구성된 팀이 경우에 따라서 비전문가보다도 성과가 낮았다고 합니다. 그 차이는 '협력 개입'과 '비협력 개입'에 있었는데, 즉 뛰어난 전문가들이 모였다 하더라도 서로 협력하지 않고 자기들이 알아서 하게 놔둘 경우 그 성과가 비전문가보다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협력 개입'이 가져다주는 변수는 '정보 공유의 차이'였습니다. 전문가라는 지위(에고)가 오히려 정보의 공유를 막았고 그 결과가 성과로 나타난 것입니다.


이러한 공유지식 효과는 특히 지위가 낮은 구성원이 침묵했을 때 자주 발생합니다. 우선 지위가 낮기 때문에 정보에 대한 접근 권한이 적어서 사람들을 설득할 만큼의 충분한 정보를 모으지 못합니다. 또한 다수가 반대하는 주장을 할 경우 조직의 반감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선뜻 주장을 하지 못합니다.




집단의 실패 원인


1) 정보 신호


선스타인은 이러한 집단의 오류, 집단의 실패에는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하나는 '정보 신호'다른 구성원이 공개적으로 말하는 정보를 존중하다 보니 자신이 아는 바를 밝히지 못하는 상황을 말합니다. 이는 지위가 높은 리더나 관리자 혹은 회사에서 인정받는 직원이 주장하면 후광 효과 때문에 실제는 틀렸음에도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호감도라는 요소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큽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바를 말해주는 사람을 더 좋아하고 존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심지어 자기 자신 또한 좀 더 나은 사람이라고 느낀다고 합니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걸 보니 이 사람은 유능해. 그리고 저 사람과 생각이 같은 나 또한 유능한 사람이야!") 문제는 모든 사람이 이미 알고 있는 정보가 틀렸을 경우 '공유지식 효과'를 거스르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또한 그 상태로 논의를 이어나가면 의견이 더욱더 굳어질 확률이 높습니다.



2) 사회적 압력


두 번째 영향은 '사회적 압력'입니다. 사회적 압력을 느끼게 되면 사람들은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침묵이라는 선택지를 고르게 됩니다. 문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더라도 조직이라는 형태 자체가 이 '사회적 압력'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입니다.


조직은 기본적으로 맡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권한과 책임에 따른 위계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조직의 규모가 클수록 더 강해집니다. <통찰, 평범에서 비범으로>의 저자 게리 클라인은 이 조직이라는 시스템 자체가 개인의 통찰을 막는다고 말합니다. 조직은 그 성격상 자연스럽게 예측가능성을 높이려고 하고, 실수하지 않으려 하며, 완벽하려고 합니다. 이는 추측하기를 주저하게 만들고, 이례적인 것들을 억누르려 하며, 매뉴얼과 규칙에 따라 사람을 수동적으로 만듭니다. 저자는 이를 '조직적 억압'이라고 부릅니다.


조직의 위계적인 구조는 통찰을 걸러낸다. 통찰이 최상위 의사결정자에게 도달하려면 각 단계의 결정자 모두가 사인해야 한다. 만약 하급 정보 분석가가 이례적인 것을 감지하고 알렸다고 해도 그 메시지가 위로 올라가는 연결고리 중 어딘가에서 묻혀버릴 확률이 있다. 이것이 바로 '조직적 억압'이다. (...)

예측 가능성에 대한 필요와 완벽성(실수의 회피)에 대한 필요 같은 힘들은 조직들이 선택하는 가치가 아니다. 그것들은 조직의 본성 그 자체에 내재되어 있는 것 같다. 심지어 스스로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도 조직은 어찌해야 할지 모른다.


- 게리 클라인, <통찰, 평범에서 비범으로>



진실이 들릴 기회


이제까지 얘기한 집단 오류의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했을 때 방법은 명확합니다. 그것은 조직에 '진실이 들릴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위대한 경영 구루 짐 콜린스는 위대한 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일차적인 과제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기회, 즉 진실이 들리는 기회가 매우 풍부한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를 위해선 우선 발화자에 의해 정보의 평가가 달라지지 않도록 정보의 익명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리고 반대 의견 혹은 다양한 의견이 보장되도록 조직의 사회적 압력을 제거하거나 사회적 압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장치를 차용해야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정말 다양한 방법들이 있는데 간단하게 아래 나열해보고자 합니다.   


짐 콜린스의 '붉은 깃발(Red Flag)'

짐 콜린스는 그의 저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정보를 무시할 수 없는 정보로 전환시키는 붉은 깃발 장치를 구축하라고 말합니다. 그는 자신이 MBA 과정 학생들 대상으로 사용했던 것을 사례로 듭니다. 붉은 깃발은 학생들에게 학기에 1번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됩니다. 깃발을 들면 수업이 중단되며, 교수에게 이의를 제기하거나 기타 요청을 하는 등 무슨 행동이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붉은 깃발을 어떤 용도로 사용하든 간에 불이익은 없다는 점을 밝힙니다.


그리고 이 붉은 깃발을 실제로 한 학생이 사용했습니다. 효과적이지 못했던 수업 방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고, 교수였던 짐 콜린스는 그 정보를 무시할 수 없었고 수업을 개선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즉, 교수라는 포지션이 가져다주는 사회적 압력을 제거할 장치를 제공한 것입니다.


픽사의 '브레인 트러스트(Brain trust)'

에이미 에드먼슨은 <두려움 없는 조직>에서 솔직함을 제도화할 수 있는 장치로 픽사의 '브레인트러스트'를 이야기합니다. 브레인 트러스트는 제작 중인 작품의 진행상황을 공유하고 솔직하게 피드백을 나누는 자리입니다. 이 브레인 트러스트는 회의 진행자 없이 모두 평등한 위치에서 아이디어를 내며, 오로지 작품의 성공만을 집중해서 피드백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특히 더하기(Plusing) 화법, 'Yes, and(의견 좋아요. 그리고 이런 건 어떤가요?)'를 통해 긍정적인 피드백이 오갈 수 있도록 합니다.


악마의 변호인 또는 레드팀(devil's advocate / Red Team)

악마의 변호인은 일부 구성원들에게 '고의적으로 집단의 다수 의견과 반대되는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맡기는 것으로 조직의 사회적 압력을 벗어나 반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레드 팀 또한 이와 비슷한데, 본래 팀의 실행 계획을 비판하거나 무산시키는 임무를 부여받은 팀을 말합니다. 마찬가지로 제안이나 기획에서 생길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공격하는 형태로 놓칠 수 있던 정보들을 들춰내어 '공유지식 효과'를 제거하는 목적으로 사용됩니다.


챔피언 스켑틱(Champion Skeptic)

Linda Rising과 Mary Lynn Manns의 <Fearless Change>에서 소개된 방법으로 원래는 변화에 부정적인 사람, 다시 말해 회의론자를 어떻게 변화의 길로 유도할지에 대한 팁입니다. 챔피언 스켑틱은 회의론자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그를 존중하고, 도움을 요청하여 중요한 역할로 끌어올립니다. 이를 통해 '악마의 변호인'과 유사한 역할을 맡기는 것입니다. 실제로 악마의 변호인이 가장 효과적일 때는 역할 당사자가 진심으로 자신이 말하는 바를 믿을 때라고 니다. 챔피언 스켑틱은 이에 딱 맞습니다.


사전부검(Premortem)

게리 클라인이 창안한 방법론으로 흔히 말하는 사후부검(Postmortem)과 반대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사전 부검은 일이 시작하기 전,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을 때 사용합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닥칠 수 있는 모든 위기와 실패의 스토리를 얘기하고, 그 원인을 탐색합니다. 그다음 이것들을 추려서 프로젝트가 실패할 수 있는 요인들을 사전에 제거하는 것입니다. 왜냐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우리는 잘 되었을 때를 가정하면서 얘기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놓치고 있던 정보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여섯 색깔 모자(6 Hat)

에드워드 드 보노가 고안한 아이디어를 평가하는 방법입니다. 각각 흰색, 빨강, 노랑, 검정, 초록, 파랑의 여섯 색깔 모자로 나눈 다음, 구성원들에게 각 모자가 가진 역할을 부여합니다. 예를 들어 하얀 모자는 '객관적인 정보 공유', 노란 모자는 '장점, 긍정적 가능성', 검은 모자는 '경고, 리스크, 부정적 파급효과', 파란 모자는 '사고 과정의 순서를 짜는 일, 진행에 대한 의견, 결정 촉구'와 같은 식입니다. 구성원은 자신이 부여받은 모자의 색깔의 관점으로만 의견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평상시 입장이 아닌 전혀 다른 측면을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돕습니다.


변형된 델파이 기법(Modified Delphi Method)

델파이 기법은 다양한 전문가 패널을 통한 미래예측기법입니다. 각 패널들이 서로의 존재를 모르는 익명의 상태에서 예측 대상에 대한 질문과 그에 대한 피드백을 수차례 진행하여 최종 결론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평판이나 지위 등의 '정보 신호'가 사라져서 다른 사람의 생각에 휩쓸리지 않는 효과를 가져다줍니다. 이를 응용한 변형된 델파이 기법은 '(사전)추정 - 집단 논의 - (결론)추정'의 과정에서 앞뒤의 추정 단계에서 익명성을 보장함으로써 '정보 신호'를 지우는 방법입니다.


비용-효과 분석(Pay-off Matrix)

비용-편익 분석이라고도 하는 이 기법은 문제해결 시 사용하는 우선순위 결정기법 중 하나입니다. 노력/비용/실행용이성을 한 축으로 삼고, 효과/편익을 다른 한 축으로 삼아 4분면 매트릭스에 배치하여 가장 뛰어난 대안을 찾는 방법입니다. 여러 가지 대안을 살펴본다는 점에서  사전부검이나 6 hat과 비슷한 효과를 가져다줍니다.




해결책부터 전달하지 마세요


여기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제가 권장드리는 바는 정보를 최대한 해석이나 평가 없이 RAW 데이터 상태로 전달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데이터는 숫자로 된 데이터뿐만 아니라 의견과 주장 아래 깔려 있는 맥락과 상황들도 해당합니다. 사람들의 다양하고 창의적인 생각을 막지 않으려면 최대한 오염되지 않은 정보들을 전달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들 스스로 패턴을 해석하고, 불일치를 찾고, 또 새로운 연결을 통해 창의적인 대안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유호현 님이 얘기한 '역할 조직' 개념과 맞닿아있습니다. 역할 조직은 유호현 님이 실리콘밸리 조직문화를 설명하기 위해 만든 용어로 CEO나 윗사람이라는 개인의 권력에 의해서 모든 것이 결정되는 구조가 아니라 각 분야별 뛰어난 전문가들이 결정권한을 가지고 빠르게 진화해 나가는 조직을 말합니다.


역할 조직에서 CEO는 윗사람이 아니라 경영 역할을 맡은 직장 동료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디자인은 디자이너가 결정하는 것이고, 기능을 어떻게 개발할지에 대해선 엔지니어가 그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조직을 정의했을 때 달라지는 것은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어떤 해결책이 가장 좋을지에 대해서는 전문성을 지닌 각 담당자가 판단하기 때문에 역할 조직에선 그들에게 HOW TO를 전달하지 않습니다. 솔루션을 먼저 전달하면 더 다양한 좋은 대안을 미리 차단해 버리는 셈입니다. 그러므로 그들에게 전달해야 될 정보는 구체적인 상황과 맥락이라는 RAW 데이터가 됩니다. 반대로 위계조직은 결정 권한이 윗사람에게 있기 때문에 모든 HOW TO를 정해져서 내려옵니다. 그러면 남는 일은 이 일을 어떻게 하면 '빨리 정확하게 해내는가' 밖에 없고, 다른 대안은 살필 수가 없게 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5 Why 기법이 잘못된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