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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권 Oct 17. 2024

조직문화는 정말 MZ 세대를 위한 걸까? (1)

요즘 조직문화를 이해하려면 알아야 할 '복잡계' 이론

'조직문화'라는 단어가 회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였을까요? 최근에는 MZ세대, 즉 지금의 젊은 세대를 고려한 조직문화를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화두인 것 같습니다.


흔히들 MZ세대는 자유롭고 수평적인 조직, 투명한 소통과 공유를 선호하고, 개인의 성장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딱딱한 성과 평가보다는 피드백 문화를 원한다고 말합니다. 이에 몇몇 조직에서는 무엇인지 소위 '애자일(agile)' 조직으로 탈바꿈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최현석 셰프, 흑백요리사 中


최근 화제가 된 프로그램이죠. 흑백요리사 방영 이후 사람들은 최현석 셰프의 리더십에 열광했습니다. 명확한 지시와 이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감탄했습니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세대와 상관없이 구성원들은 리더가 결정권을 가지고, 책임을 지기를 원합니다 (정확히는 그러한 것처럼 보여집니다).


조직에서 임파워먼트를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처음 결정권을 위임했을 때 구성원들은 어떻게 반응하던가요? 대게는 당황해하고 심지어는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물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는 젊은 구성원이라 하여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최현석 셰프는 이 경쟁에서 어떤 요리를 할지 팀원의 의견을 구하지도 않았고, 작업할 레시피를 공유하지도 않았습니다. 만약 조직에서 투명한 소통과 공유를 위해 커뮤니케이션 코스트를 늘린다면 구성원들은 좋아할까요 아니면 싫어할까요? 만약 그 구성원이 MZ세대면 다른 반응을 보일까요?   


물론 흑백 요리사 안에서 최현석 셰프가 보여준 리더십은 훌륭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서바이벌이라는 극한의 상황에서 성립되는 예시입니다. 이것이 현대 조직에서 반드시 적합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또 MZ세대라고 해서 반드시 어떠한 조직의 모습, 리더십을 원한다고 얘기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무엇을 위해 조직문화를 바꾸어나가려 하는 것일까요? 실리콘밸리의 유명한 회사들을 하고 있으니 그들을 따라가기 위해서일까요? 아니면 조직문화가 성공을 보장하는 방정식이어서 그럴까요? 막상 대답하려니 막연하게 느껴집니다.





답은

'복잡성'에 있다


'VUCA'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각각 Volatility(변동성), uncertainty(불확실성), complexity(복잡성), ambiguity(모호성)의 앞 글자를 딴 용어입니다. 현대의 인간들은 VUCA 시대에 살고 있다고 종종 얘기합니다. 실제로 우리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은 매우 '복잡한(Complex)' 경향을 띱니다.



단, 여기서 말하는 '복잡한(Complex)'의 의미는 우리가 일상에서 말하는 '복잡한'과는 조금 다릅니다. 소위 '복잡계(Complex System)'라고 하는 이론 또는 과학에서 출발합니다.


'복잡계'는 그 시작이 1970년대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현재는 물리학, 생물학 수학 외에도 경제, 교육 등 사회과학과 철학 등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는 엄연한 학문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복잡계'란 무엇일까요? 안타깝게도 복잡계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대신 복잡계가 가지고 있는 특징들을 알게 된다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합니다.


우선 간단한 질문으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여러분은 우리가 사는 이 세계가 질서 정연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질서가 없는 무질서한 세계라고 생각하시나요? 사람은 어떨까요? 현실 속의 사람들은 기계처럼 체계적이고 규칙적인가요? 아니면 무작위로 행동하나요?


아시다시피 인간은 어떤 때는 매우 체계적이면서도 또 부주의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 또한 완전히 규칙적인 패턴과 무질서한 패턴 사이 어딘가에 있습니다. 이를 두고 닐 존슨은 '생명의 보편적인 패턴'이라고 말하는데요. 여기서 말하는 그 어딘가가 바로 복잡계라고 할 수 있으며, 우리가 겪는 많은 자연 및 사회 현상이 이 복잡계에 해당합니다.


복잡계의 여러 예시들


위 이미지에 나와있는 새 떼, 아메바, 토네이도 외에도 개미, 벌집, 눈 결정과 같은 많은 자연 현상들이 모두 복잡계에 해당합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인체 또한 복잡계라 할 수 있으며, 교통 체증과 주식 시장과 같은 사회 현상도 모두 복잡계의 예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들은 모두 공통된 어떤 특징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복잡계'를 이해하려면

알아야 할 것들



(1) 창발(Emergence)

 

'창발(Emergence)'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개개의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그것들이 상호 작용했을 때에 나타날 것으로 결코 예상하지도 못한 동작이 그야말로 창조적으로 발현되는 것(John. L. Casti, 1997)' 쉽게 말해 우리는 보통 1+1 = 2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실제 세계에선 그렇지 않은 현상들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아프리카 초원에 사는 버섯흰개미는 높이가 4m나 되는 탑 모양의 둥지를 짓습니다. 이 집에는 온도를 조절하는 냉난방 장치가 있으며, 애벌레에게 먹일 버섯을 기르는 방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이런 놀라운 모습에도 불구하고 개개의 개미 자체는 집을 지을 만큼의 지능이 없습니다.


흰개미 집에 대한 유튜브 영상


이는 아메바와 꿀벌도 마찬가지입니다. 각 부분들의 성질만을 바라봤을 때는 이해할 수 없는 새로운 성질이 시스템 전체 수준에서 나타납니다. 이를 두고 보통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라고 얘기하며, 이 '창발'이야말로 복잡계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자기 조직화(Self-Organization)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러한 행동들이 누군가가 리더 혹은 지휘자가 되어서 지시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새 떼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수만에서 수십만 마리의 새 떼들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한 방향으로 이동합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매와 같은 포식자가 나타나면 모양을 변형해 가면서 공격을 피합니다.



이때 이 새들 중 리더가 있어 그들이 가야 할 방향과 움직임을 지시하거나 명령하지 않습니다. 각자가 자유롭게 행동하면서도 몇 가지 간단한 규칙을 통해 경이로운 군무를 만들어냅니다. 이러한 모습은 새 말고도 물고기, 소, 메뚜기 등의 생물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비슷한 예가 우리에게도 있습니다. 2002년 월드컵의 붉은 악마를 떠올려보시길 바랍니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붉은 옷을 입고 거리에 나와서 응원을 했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이를 시키지 않았고 강제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말해 중앙집권화된 통제가 아닌 개별 개체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발적인 질서를 만들어내는데, 이를 '자기 조직화(Self-organization)'라고 합니다.



(3) 적응 (Adaptation)


그렇다면 어떻게 이러한 창발과 자기 조직화가 가능한 것일까요? 우선, 복잡계는 다수의 상호작용하는 개체 또는 행위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들의 상호작용은 서로 물리적으로 가깝게 있거나, 같은 집단에 소속되어 있거나, 어떤 공통의 정보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또한, 복잡계는 열려 있습니다. 즉, 외부 환경과 단절될 수 없고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 완전히 닫힌 시스템은 극히 드물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면 모든 생명체는 복잡계이고, 생명체는 외부 환경의 영향 없이 살아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복잡계의 구성 요소들끼리 변화하는 환경에 반응하면서 '적응(adaptation)'해나간다는 것입니다. 쉬운 예로 바이러스가 있습니다. 바이러스는 숙주에 기생하면서 생존하기 위해 계속해서 변이, 변종 과정을 거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이를 통해 숙주의 면역 시스템에도 변화가 일어납니다.


맹그로브 나무를 중심으로 한 먹이 사슬의 예


이렇게 상위 시스템(숙주)과 하위 시스템(바이러스)이 함께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진화를 거듭하는 것을 '공진화(Co-Evolution)'라고 합니다. 먹이사슬 또한 이 공진화의 예시입니다. 다시 말해, 복잡계는 시간에 지남에 따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적응하고, 또 서로를 변화시킵니다.



 

(4) 비선형(Nonlinearity)


또한 복잡계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은 '비선형적(Nonlinear)'입니다. 선형적이지 않다는 말은 곧 비례하지 않는다는 말과 같습니다. 즉, 복잡계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양은 시간에 비례하지 않고 갑작스럽게 변화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나비효과(Butterfly Effect)'입니다. 보잘것없는 나비의 날갯짓이 변화를 증폭시켜 거대한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 있도 있다는 것이죠.


영화 '나비효과'와 '데스티네이션'


위 이미지는 각각 '나비효과'와 '데스티네이션'이란 영화입니다. 꽤 알려져 있는 영화여서 보신 적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영화 나비효과에서 주인공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문제는 과거에 돌아가서 했던 행동들이 현재의 자신에게도 영향을 미쳐 불행을 겪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영화의 스토리처럼 과거의 어떤 일이 현재의 일이 영향을 주거나, 어떤 한 장소에서 일어난 일이 다른 장소에서 일어나는 일에 영향을 주는 것'되먹임(Feedback)'이라고 합니다. 앞서 얘기한 바이러스와 숙주를 살펴보면 숙주에 반응해 바이러스만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숙주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먹이사슬에서 상위 포식자가 하위 포식자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다시 돌아와 상위 포식자에게 영향을 줍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을 되먹임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의 기억 또한 되먹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똑같은 '나'라고 해도 어제와 '나'와 오늘의 '나'는 다릅니다. 왜냐면 어제의 '나'는 갖지 못한 정보가 되먹임 되었기 때문이죠. 즉,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는 기억을 통해 학습합니다. 외부의 개체나 환경 말고도 '나'라는 대상 또한 계속 변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9.11 테러는 1981년 레바논 내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복잡계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영화 데스티네이션에서는 주인공들이 죽음을 피하려고 갖은 노력을 해보지만 이해하기 힘든 연쇄 작용으로 죽음을 맞이합니다. 물론 극단적인 예이지만, 실제로 복잡계는 분석하고 대비한다고 해서 그 결과를 예측하거나 피해 갈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9.11 테러 또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미리 예측할 수 있었을까요? 수많은 과학과 기술의 발전에도 우리는 당장의 내일 날씨조차도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복잡계는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고, 어디로 어떻게 그것이 나타날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비선형이라는 단어로 다시 돌아가보면, 선형적이라는 것은 다른 말로 원인과 결과, 즉 인과 관계가 분명하다는 얘기입니다. 반대로 선형적이지 않다는 것은 원인과 결과를 이해하거나 해석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문제는 인간이 특정한 원인과 결과를 연결 짓는데 탁월하다는 것이고, 그것이 때로는 끔찍한 편견을 만들어낸다는 것이죠. 

 


(5) 비평형(Nonequilibrium)


복잡계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가 '비평형(Nonequilibrium)'입니다. '평형으로부터 멀어진(Far from Equilibrium)'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비평형이라는 단어가 어려워 보이지만 이 또한 우리에게 친숙한 현상입니다.


우리가 운동을 시작하거나 음악을 연주하게 되면 '버릇'이라는 것이 생깁니다. 즉, 처음에는 모든 동작들이 낯설지만 점차 익숙해지면서 '고착화된 패턴'이 생겨납니다. 다시 말해 한쪽으로 치우침, '편향'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때, 이 고착화된 패턴을 반복하는 것은 매우 익숙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안정감(Stability)'을 가져다줍니다. 문제는 더 이상 발전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어느 종목이든 간에 운동을 잘 해내려면 다양한 패턴의 동작을 할 수 있어야 하며, 음악 또한 지루하지 않고 다채로운 연주를 하려면 또 다른 연주법을 익혀야 합니다.


체계적인 연습 없이도 브라질이 축구를 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럼 반대로 이제 새로운 동작을 연습하면 어떻게 될까요? 우선 해보지 않았던 동작이기 때문에 어려운 건 당연하고, 이전에 갖고 있던 버릇이 오히려 새로운 동작을 익히는데 방해가 되면서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안정'과는 거리가 멀어집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변화에 적응하여 최적화를 마치면, 새로운 동작뿐만 아니라 과거에 익힌 동작이 더해져 '새로운 패턴'이 생기게 됩니다. 정리하면 안정된 균형 상대보다 오히려 불안정한, 균형이 깨어진 상태에서 새로운 것의 발현, 다시 말해 '창발'이 일어나기 더 쉽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이 창발은 불안정성이 최대로 높았을 때 일어나기 쉽습니다. 왜냐면 우리의 몸은 원래의 '고착화된 패턴'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막으려면 작은 변화가 아니라 큰 변화가 필요합니다. 다시 말해 질서도 무질서도 아닌 그 사이, 그중에서도 가장 질서가 덜 하고, 복잡성이 높은 혼돈의 경계부가 그 지점이 될 것입니다. 이를 '혼돈의 가장자리(Edge of Chaos)'라고 표현합니다.








참고자료


David J. Snowden and Mary E. Boone (2007), <A Leader’s Framework for Decision Making>, HBR

C.F. Kurtz and David J. Snowden (2003), <The new dynamics of strategy: Sense-making in a complex and complicated world>, IBM Systems Journal

닐 존슨 (2020), <복잡하지만 단순하게>, 바다출판사

롭 그레이 (2023), <인간은 어떻게 움직임을 배우는가>, 코치라운드

KOOFA (2020), <조직개발 OD STAMP 모듈4 | 시스템과 복잡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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