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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권 Oct 25. 2024

복잡계 지식으로 조직 문제 해결하기 (2)

사례 2. 조직 내 갈등 회복하기  

설명에 앞서 복잡계에 대해 서술한 글들을 읽고 오시면 이해하는데 도움을 될 것입니다.


1편. 요즘 조직문화를 이해하려면 알아야 할 '복잡계' 이론

2편. 복잡계 이론으로 의사결정하기: 크네빈 프레임워크

3편. 조직문화랑 복잡계랑 도대체 무슨 상관일까?





사례 2.

조직 내 갈등

회복하기


때는 바야흐로 2020년, 저는 새로운 회사에 입사해 신규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프로젝트의 큰 걸림돌이 생겼습니다. 조직 내 급격히 불거진 갈등 때문이었습니다. 


그 배경에는 두 조직의 결합에 있었습니다. 투자와 동시에 두 회사가 합병하게 되면서 갑작스럽게 서로 다른 조직이 결합하게 된 것이죠. 서로 일면식도 없는 직원들이 함께 사무실을 쓰는 것은 물론이고,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실은 리더들 또한 합병이 처음이었기에 섣부른 판단으로 일을 결정해 버린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때문에 구성원들에 대한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고, 리더들은 이를 수습하고자 긴급하고 강력한 조치들을 취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구성원들은 이해할 수 없는 데다, 갑작스럽게 이루어지는 리더들의 결정들이 반복됨에 지쳐갔습니다. 당연히 리더들에 대한 신뢰는 잃어버린 지 오래였죠. 


이때 단순하게 생각하면 리더가 능력이 부족하다거나, 나쁜 사람으로 여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직이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리더나 구성원 또한 그 조직의 '일부'이기 때문에 이는 진실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적은 외부에 있다', '자신에 위치에만 충실하면 된다'는 피터 센게가 꼽은 대표적인 학습 장애 요인들입니다.


또한 이러한 결과는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조직은 '복잡계'이고, 일이 일어난 뒤에 되짚어보면 '이렇게 하지 말았어야 해'라고 생각을 떠올릴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쉽게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시스템 원형: 단계적 확대(Escalation)


이번 문제의 본질은 리더가 갖게 되는 방어적인 사고와 태도에 있었습니다. 크리스 아기리스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곤 합니다. 특히, 해답을 알아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는 리더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불완전한 부분이나 모자란 점은 감추길 원합니다. 왜냐면 자신을 따르는 구성원들이 실망하고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것이 역설적으로 상황을 더 악화시킵니다. 구성원들의 불만에 위협을 느낀 리더들은 더 신중히 그리고 틀리지 않는 결정을 하기 위해 일이 진행되는 과정에 대한 공유를 멈췄습니다. 그러다 리더들이 내놓은 결정이란 것은 구성원의 공감대와는 멀리 떨어진, 갑작스러운 통보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구성원들로 하여금 리더들을 더욱 못 믿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피터 센게가 설명한 시스템 원형 중 '단계적 확대(Escalation)'로도 설명이 가능합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리더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부터 바꿔야 했습니다. 저는 경영진을 따로 찾아가 조직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딱 1가지를 요구했습니다 (다행히도 리더들은 저의 돌발적인 의견을 수용해 줄 만큼 좋은 분들이었습니다). 완벽하게 정리되지 않았거나 확신이 없는 사항이라도 구성원들에게 그 맥락을 공유해 달란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결과로 주 1회 조직 내 소통 및 회고 시간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현재 조직의 문제를 심각하게 느낀 리더들이 내린 결론이었죠. 이 시간을 통해 리더들은 현재 고민하고 있는 것들, 진행 상황, 그리고 앞으로 조직이 가려고 하는 방향들에 대해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구성원들도 자신이 갖고 있던 고민이나 불만 사항들을 얘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순간이었습니다. 많은 리더들이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바로 즉각적인 솔루션을 가지고 와서 문제를 해결하려 합니다. 하지만 해답은 '긍정적 일탈(Positive Deviance)' 사례처럼 자발적인 의견 교환 도중에 불현듯 나타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가 해야 할 일은 무엇보다 그러한 주제들이 공식적으로 소통이 될 수 있는 시공간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이제 비공식적으로 구성원들 사이에서 나온 수많은 문제들이 테이블 위로 올라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과정에서 퍼실리테이터를 맡아 다양한 의견이 막힘없이 나올 수 있도록 조율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시작으로 여러 가지 시도들이 나타났습니다. 


조직이 겪고 있는 문제를 서로 공유하고, 이를 위해 새로운 제도나 일하는 방식을 적용해 보고, 그다음 주 재차 수정해 나가는 일종의 실험실이 열린 것입니다. 이 시간을 통해 당시 저희 팀은 Daily Stand up이나 OKR을 포함한 여러 솔루션들을 실험할 수 있었습니다.


당연하지만 이를 통해 조직은 놀랍도록 안정화되었습니다. 이후 이 시간은 점점 빈도를 줄여나가 월 1회로 변경되었지만 그 역할과 존재의 의미는 계속해서 유지되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갈 수 있는 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문제가 일어났을 때 개인을 탓하지 말라.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순간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기 어렵다.

즉각적인 솔루션보다 맥락과 상황부터 공유해라. 솔루션은 그다음이다.

항상 내가 해답을 갖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있는 시공간을 마련하면 그보다 더 많은 것들을 해결할 수 있다. 






참고 자료


David J. Snowden and Mary E. Boone (2007), <A Leader’s Framework for Decision Making>, HBR 

피터 센게 (2014), <학습하는 조직>, 에이지21

Jurgen Appelo (2012), <How to Change the World: Change Management 3.0>, Jojo Ventures

롭 그레이 (2023), <인간은 어떻게 움직임을 배우는가>, 코치라운드

테니스 이너 게임 (2022), <테니스 이너 게임>, 소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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