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살이 오동통해졌다. 매일 아침 기상 직후와 잠자리에 들기 직전 체중을 잰다. 속옷 위에 걸쳐 입은 커다란 잠옷 티셔츠까지 훌렁 벗어두고 경건한 마음으로 체중계 위에 두 발을 올린다. 티셔츠를 벗고 시선을 내리면 익숙한 내 배가 보이는데 매일 체중을 재다 보니 이제는 배의 볼록한 정도를 보고 소수점까지 무게를 예측해 맞추는 경우가 있다. 어디에 자랑하기 뭐 하지만 보통 능력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요즘, 배가 나오기 시작했다. 예측을 못 했던 건 아니다. 나는 겨울이 되면 살이 찌는 사람으로 여름보다 평균 2-3kg가 늘어난다. 약 5년 이상 축적된 데이터를 봤을 때 한 해의 추위와 더위를 기준으로 살이 찌고 빠지는 흐름은 꽤 규칙적이고 안정적이었다. 여름에는 더우니 수분 섭취 위주로 식사를 하고 겨울에는 어떻게 해도 추우니 고열량 음식을 찾기 때문인 것 같다. 이번 겨울은 나름 살이 붙는 걸 경계한다고 했는데 한 달 새 체중계 숫자가 번듯하게 올라가 있었다. 종잡을 수 없는 이번 겨울 날씨에 내 몸이 스스로 체지방을 늘리며 똑똑하게 대비를 하는구나 싶다가도 늦은 밤 티셔츠를 벗고 배를 내려다보면 조금 심란해진다.
이렇게 체중 관리에 열심인 이유는 분명하다. 매일 하는 아쉬탕가 요가 수련에 체중이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아쉬탕가 요가는 동작과 순서가 정해져 있어서 매번 같은 움직임을 한다. 그래서 몸의 변화가 더 예민하게 느껴지고 살이 조금만 붙어도 잘 되던 동작이 안 되거나 불편해져 버린다.
점프백과 점프스루를 열심히 연습하는 요즘이었는데 도톰하게 오른 살들 덕분에 다시 발이 바닥에 질질 끌리는 점프를 하고 있다. 마리치아사나 c, d와 같이 몸통을 깊게 비트는 동작이나 가르바핀다사나와 같이 굽힌 다리 사이로 팔을 집어넣는 동작을 할 때면 늘어난 몸의 부피를 극명하게 느낀다.
인생을 통틀어 자의적으로 다이어트를 한 것은 딱 한 번이다. 몇 년 전 이맘때쯤이었다. 그해 겨울도 역시나 증량을 하고 있구나 싶었지만 몸무게 앞자리가 바뀌는 것을 보고서는 더 이상 못 본 척 넘길 수가 없었다. 의지력이 약해 남들처럼 독한 다이어트는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내가 그 당시에는 꽤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칼로리를 계산하며 식단을 관리하고 유튜브 선생님들의 활기찬 리드에 맞춰 홈트레이닝을 하며 한 달 반에 걸쳐 3kg을 뺐다. 그 후 아쉬탕가 요가 수련을 매일 하면서 4-5kg 정도가 더 빠졌다. 첫 다이어트는 나름 성공적이었지만 이후로 그때와 같은 굳은 결심은 없었다. 찌면 찌는 대로 빠지면 빠지는 대로, 겨울이 오면 지금과 같은 체중 상승세에 불안감을 고스란히 느끼며 이것은 계절의 탓인가 나의 탓인가를 재보기만 할 뿐이었다.
입춘이 지났지만 아직은 겨울 날씨다. 저절로 몸이 가벼워지는 더운 날이 오기까지는 한참 기다려야 하기에 올해는 마음을 조금 달리 먹었다. 야금야금 불려 온 뱃살을 걷어내는 데 지금 당장 의지력을 발동해 보기로 했다. 이유는 또 명확하다. 좋아하는 아쉬탕가 요가를 더 잘하고 싶기 때문이다.
요가를 수련하고 나누는 사람으로서 체중의 변화에 집착하는 것이 스스로 탐탁지 않게 느껴지기도 했다. 자신의 어떤 모습도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요가 수련자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조금 불어난 몸을 격하게 미워하는 것은 아닌데 만족하는 것도 아니다. 몸을 사랑하는 현명한 방식이 각자에게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사랑하고 아끼는 일을 위해 기꺼이 에너지를 내기로 선택했다. 이번 겨울은 계절 탓을 하지 않고 가벼워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