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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사 Jun 22. 2015

낯선 도시에서의 러닝  

전 세계 어디든 내가 달리는 곳, 그곳이 바로 길 

달리기를 시작한 뒤로 국내든 해외든 어딘가를 가게 되면 달리고 싶어진다. 뉴욕에 가든 홍콩에 가든 부산에 가든 제주에 가든. 비행기표를 끊은 다음 바로 하는 일은 그 도시에서 달리기 좋은 곳을 찾는 것. 전세계 어디든 운동화 한 켤레만 있으면 달리는 그곳이 바로 길이 되니까. 전 세계 어디든 내가 달리는 곳, 그곳이 바로 길이니까. 길은 계속 되니까. 


방콕에 갔을 때는 벤자키티 공원과 룸피니 공원을 달렸다. 홍콩에 갔을 때는 스타의 거리와 구룡공원을 달렸다. 오키나와에 갔을 때는 나하 시내 근처 해변가를, 교토에 갔을 때는 가모강을 달렸다. 상해에서는 인민공원을, 뉴욕에서는 허드슨 리버 파크, 센트럴 파크를, 치앙마이에서는 핑강을 서슴없이 달렸다. 부산 광안대교, 제주의 협재 쪽 해안도로, 제천의 청평호, 남양주의 팔당댐, 서울의 한강, 여의도공원, 도심 곳곳, 탄천까지. 


매일 같은 코스, 매일 같은 트레드밀을 달리다가 낯선 도시에서의 러닝은 또 다른 기쁨을 준다. 아마, 새로운 길에 발을 내디뎌본 사람이면 알 것이다. 평소와 다른 공기, 날씨, 달리면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얼굴 등등을 보면 낯설고 생경한 기분인데 또 뭐랄까. 내가 이 낯선 도시에 발자국을 꾹 남기고 가는 기분도 든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똑같은 행위인데도 비일상적인 공간에서의 달리기는 생각보다 오래 기억에 남는다.


달리기는 몸으로 시공간을 기록하는 일. 전 세계, 국내외 방방곡곡 내가 다녀온 곳, 달리기 여행을 차곡차곡 기록해보려 한다. 아름다운 곳을 그저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달리는 것도 얼마나 좋은 지,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 둘 다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의미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러닝, 맥주, 여행. 내가 참 사랑하는 세 가지. 여행 가서 러닝 후 마시는 맥주는 엄청난 기쁨이 됐다. '이제 조금만 참으면 차가운 맥주를 마실 수 있다'는 생각만 되풀이하면서 달린다는 하루키의 말이 조금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 달리기를 시작한 장소라 기억에 오래 남는다. 서울시 마포구 성산2동 월드컵경기장 앞 불광천 그리고 한강 난지지구.


▲ 오키나와 나하시 근처 해변. 바다 근처에 잘 닦인 길은 참 달리기 좋다.


▲ 뉴욕 센트럴 파크. 열하루 머물렀고 그 중 7일을 달렸다.




▲ 해질녁의 팔당댐. 우리나라에도 달리기 좋은 곳이 엄청 많다.




▲ 태국 빠이. 아무도 없는 길을 나 혼자 달리는 기분.



▲ 성산대교. 이제는 저 동네에 살지 않아서 나이키 대회 때 기쁜 마음으로 달렸다.



▲ 무라카미 하루키가 달렸던, 교토, 가모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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