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의 소설들

혁명을 다룬 네 개의 소설 작품

by 송성근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질서를 확립하는 사회 운동을 지칭하는 말이 ‘혁명’이다. 소설 작품은 의외로 혁명에 대해 많이 다룬다. 구 소련 내부의 정치 선동적 경향을 다룬 소설이었던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은 정치색이 짙은 동화이다. 이 소설은 인간이 경영하던 농장을 빼앗아 동물들의 천국을 건설하려 했던 동물들 내부의 진상을 고발하고 있다. 특히 동물 농장의 지도자인 돼지 무리가 그 농장의 실질적인 지식 계층 실천가였던 스노우볼을 내쫓고 농장 전체를 장악하는 모습은 스탈린과 트로츠키의 대립, 트로츠키의 해외 망명을 직접적인 소재로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의 <홍길동전>도 따지고 보면 매우 급진적인 사회 진보 운동을 직접적으로 그리고 있다. 서자로 태어나 사회적 박해를 받던 홍길동은 그와 비슷한 소외 집단에 속한 도적떼들을 규합해 혁명 무리인 활빈당을 조직한다. 이들은 사기와 협잡, 폭력에 기초한 지배 계층의 횡포를 물리치기 위한 방편으로 폭력적 방법을 동원한다. 즉 직접적인 봉기와 소요를 일으켜 양반 지배 계층의 창고를 털고 거기서 나온 재물을 백성들에게 나누어준 것이다. 홍길동은 지배 계층의 전복을 꾀하는 사회적 반란을 꾸민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의 활동이 정부 조직과 심한 마찰을 빚자 홍길동은 그보다 더한 혁명적 발상을 실행에 옮긴다. 아예 새로운 국가를 창설하기에 이른 것이다. 홍길동이 만든 이상 국가 ‘율도국’은 능력에 따른 정당한 대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보호 등 오늘날 자유주의적 복지국가와 유사한 국가 건립 이념을 내세운다.


소설 한 권이 실제 전쟁을 확산시킨 도화선이 된 경우도 있다. 미국의 남북전쟁(1861-65) 당시 해리엇 비처 스토가 쓴 <톰 아저씨의 오두막, 1862>이 그 경우다. 이 작품은 미국 남부 지방에 사는 흑인 노예들의 비참한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특히 흑인 노예 톰이 여러 농장으로 팔려 다니면서 겪게 되는 비인간적인 처우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지키려 하는 믿음의 세계가 대립을 이루면서 소설은 극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게 된다. 결국 마지막에 팔려간 농장에서 도망친 노예들의 행방을 묻는 농장주의 잔혹한 고문에도 굴하지 않고 비밀을 지키며 죽어가는 톰을 보면서 당시 미국의 독자들은 분노의 감정에 휩싸였다고 한다. 소설이 발표될 당시는 남북전쟁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이 소설은 노예 제도에 반대하는 진영인 북부군에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스토 여사를 직접 만난 자리에서 해리엇 비처 스토 여사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당신이 이 큰 전쟁을 일으킨 그 작은 여성이군요!” (이 말은 전쟁의 여론 형성에 기여한 스토 여사의 작품을 격찬하는 말이었다.)


혁명과 전쟁의 와중에 탄생한 소설 중에서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소설은 나폴레옹 정권이 실각한 이후 프랑스에서 공화파와 왕당파의 대립이 일어났던 때를 배경으로 한다. 소설에서 주인공 장 발장은 프랑스 대혁명(1789) 이후 삼엄해진 사회 분위기의 희생자로 나온다. 그는 일곱 명 조카들의 생계가 위태로워지자 빵집에서 빵을 훔친다. 그 죄로 5년 형을 받고 감옥에 들어간다. 이후 여러 번 탈출 시도를 하다 형기가 늘어나 19년 동안 감옥에서 수형 생활을 한다. 출소한 이후에도 장 발장은 전과자라는 이유로 사회적 차별을 당한다. 장 발장은 가명을 쓰고 신분을 바꾸어 새로운 삶을 산다. 그러나 끊임 없이 그의 발자취를 뒤쫓는 형사 자베르가 있다. 자베르는 장 발장이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 때마다 나타나 그의 삶을 파괴한다. 장 발장은 그가 도와주려던 한 여인의 딸아이 코제트를 끝까지 지키려 한다. 그의 인생을 건 이 행동은 프랑스의 내전 중에 코제트와 코제트의 연인 마리우스를 살려 내는 희생으로 이어진다. <레 미제라블>은 신문에 연재 형식으로 실린 소설이었다. 소설 덕분에 신문은 판매 부수가 급격히 늘어 났고, 사람들은 날마다 신문을 붙잡고 울었다고 전해진다. 이 소설은 19세기 전반부 프랑스의 어지러운 정치 현실을 직접적으로 그리고 있으며 정치 현실이 어떻게 사람들의 삶을 바꾸어 놓는지를 극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모든 소설은 어느 한 시대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다. 시간적 배경을 떠난 소설은 있을 수 없다. 판타지 소설들도 중세 시대나 바로크 시대와 같이 역사적 맥락을 토대로 한다. 혁명을 다루는 소설들은 대체로 한 사회의 모순이 내부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울 때 등장한다. 소설가들은 비판의 눈으로 혹은 저항의 눈으로 사회 내부를 응시한다. 사회의 아픔을 인물들의 삶의 형상화하는 것이 소설이다. 지금 우리 시대에도 혁명의 소설들이 필요치 않은지 조심스레 물어 본다.

keyword
이전 23화우산을 잃어버린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