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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우카 Oct 01. 2021

위문 (慰問)

병중인 나를 위문하다.

기다림의 끝에는 

아픔조차 그리움이 되는 시간이 있다.

벗어나려고 혼신의 힘을 다한

어느날.

.

귀에 익은 엄마의 잔소리가.

노모의 소변을 받기위한 잠설침이.

술취한 남편의 술버릇조차도

벗어나고 싶다고 몸부림쳤던 것은

머릿속 이성이었을 뿐

익숙해진 몸과 마음은 

허망함과 한기를 느끼는 

외로움.

.

벗어나려했던 삶의 자리가

생각보다 깊은 

사랑임을 깨닫게 될 때

.

나는 울게 된다.

.

계절은 길목을 돌아 

새로운 문을 연다.

눈부심보다 빛바랜 하늘이

싱그런 잎보다 말라버림으로

그것은 오히려 위로다.

.

바스락거리는 발밑의 낙엽처럼

내 조각난 심장도 소리를 낸다.

방울지는 눈물과 버무려

밟혀지고 짓이겨짐으로

이뤄내는 하모니.

.

계절조차 숨죽인 오늘.

들숨을 잊고

날숨만 더하는 나는

병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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