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랄 때 착한 사람이 되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어른이 되고 보니 착하다는 것이 그리 단순하고, 단편적인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사회에서 착하다는 것은 어쩌면 경쟁력이 부족하고 약하다는 뜻일 수 있기 때문이다.
착한 사람은 타인을 배려하고 예의가 바르다. 그리고 선한 마음으로 모두를 차별 없이 대한다. 다른 사람이 싫어할 일이라면 굳이 하지 않고,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면 그냥 내가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런 착한 심성이 '타인을 이기지 않으면 지는 것이 되는' 경쟁사회에서는 약체라는 뜻으로, 쓸모없는 것으로써 여겨지기도 한다.
착한 사람들이 약자를 돕고 공동선을 추구하는 이유는 그러한 경쟁논리보다 '한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마땅한지'에 대한 신념과 기준을 우선적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타인을 돌아보고 챙김으로써 그들보다 앞서 나갈 기회를 잃을 수도 있지만, 당장 누군가를 이기고 선점하는 것보다 도덕적이고 이타적으로 살면서, 양심을 저버리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인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경쟁 논리의 기준으론 약자일 수 있지만 '한 인격체로서'는 훌륭한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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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세상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면' 착한 마음을 가진 인격체로 사는 것의 의미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도덕적으로 올바른 판단과 행동을 하고 이타적인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해도, 많은 상대방들이 그러한 도움을 당연시하고, 선한 사람의 선의를 이용해서 그 위로 올라서려 한다면 양이 사자에게 잡아먹히듯이 생존하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즉, 착함이 약함을 의미하게 될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고, 큰 성공을 한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선한 마음을 가지라고 말한다. 부자이고 많은 지식과 명예를 갖춘 사람들이 순수하게 선한 의지를 유지하면서 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도 '착하면서 약하지 않은 사람들'은 존재한다. 크게 티가 나진 않지만 단단한 자존감으로 어딘가 쉽게 범접할 수 없고, 밝고 순수하고 이타적인 사람들의 모습을 그다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집단에서 화합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아무도 하려 하지 않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고 하는 사람들, 각기 다른 사람들을 경쟁자가 아닌 '구성원의 관점'으로 보려 하는 사람들이 그렇다.
이들은 착하지만 강하다. 그리고 이 사회에서 꼭 필요한 사람들이다. 관계를 연결하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하고, 결단이 필요할 때는 용기를 내며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지탱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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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서도 쉽게 행복을 느끼며 '스스로가 이 세상에서 중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며 산다. 그들의 인생의 목적은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거나 누군가를 이기고, 많이 갖는 것이 아닌, '자립하고 자존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타인을 돕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존중받아 마땅하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돕는 것이다. 즉 스스로를 존중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당연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남을 도움으로써 '그 과정 자체에서' 만족감을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보상이나 인정이 꼭 필요하지 않다. 자신이 믿고 있는 세상을 유지하고 가꾸는 데에 스스로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자신을 가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세상을 나아지게 만들고 실질적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으므로 '근거 있는 자신감'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착하면서도 강한 사람, '스스로 행복해지면서 세상에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세상에 대해 마음을 열고 바라보되, '자신을 지키는 것'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 세상과 구별되는 '자신만의 영역과 안정감을 느끼는 방식'을 스스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일상에서 '자신의 마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지에 대해 '타인의 기준과 상관없이 자신만의 기준'을 정립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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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신의 몫을 '혼자서 책임질 수 있는 만큼의 힘과 능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하고 주어진 일을 해내기 위해 필요한 체력을 단련하고,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키우려 노력하는 것이 좋다. 내 마음이 여유로워야 시야가 좁아지지 않고, 나의 입장뿐 아닌 타인의 입장과 전체적인 흐름을 보고 이해할 수 있다.
내 몫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만큼의 체력과 능력을 확보하는 것은 '주체적인 삶'을 사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시적으로는 타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삶의 방식자체가 타인에게 의존해야 한다면 독립적인 사람이 될 수 없다.
그리고 남에게 자신의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생각하는 관점은 스스로가 충분히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기회를 방해하는 것이고, 그 이면에는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마음이 깔려있다.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이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다'라고 믿고 있다. 자신을 존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은 건강한 성장의 과정으로써 삶을 살면서 타인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은 그를 더 단단하고 행복한 사람이 되게 하고, 세상에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게 한다. 선순환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세상에 대한 진정한 선의는 '자신에 대한 선의'를 우선으로 한다. 자신에게 친절하고 따뜻하며, 자신과의 관계에서 신뢰가 형성된 사람은 착하면서도 지혜롭고, 강할 수 있다.
" 우리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