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만해서' 사랑하는 걸까?
삶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사랑은 '나에 대한 사랑'이다.
하지만 동물과 타인, 일 그리고 물질에 대해서는 비교적 쉽게 사랑할 수 있지만 자신 있게 나를 사랑한다 말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가끔은 내가 밉고 이해되지 않을 때도 있다. 기대만큼 잘하지 못하거나 가진 것이 남보다 부족할 때, 삶이 만족스럽지 못할 때에 특히 그렇다. 우리는 남에 대해서도 기대를 많이 하지만, 나 자신에 대해서는 더 높은 기준으로, 많은 부분에서 기대하게 된다. 그래서 더 쉽게 실망하고, 나를 사랑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다. 어떤 기준에 도달할 정도가 되어야 나를 사랑할 만한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나를 사랑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과거에는 꼭 그렇진 않았다. 친구가 "난 내가 좋아."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걸 듣고 흠칫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때의 나는 나를 사랑하는지 아닌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고, 그저 현재 주어진 과제나 결과에 대해 부담을 덜 느끼고 행복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날씨가 좋거나 맛있는 것을 먹을 때, 재밌게 놀 때는 행복했고, 또 어려운 과제를 해야 할 때, 부담되는 일을 해야 할 때는 괴로웠다. 하지만 그때에도 자각하지 못했을 뿐, 나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행복해지려고, 기분 좋아지려고 책을 읽고 고민도 하고 운동도 했을 것이다.
-
어쩌면 우리는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 자체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존재하기 때문에 원하는 것들이 생기고, 내가 안정적으로 사는 데에 필요한 것들을 갖추려 노력하고, 행복을 느끼기 위해 움직인다. 그런 것들이 살아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것이라 해도, 아니면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일지라도 모두 나를 위해, 나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 선택하고 있는 일들이다.
살아가는 것 자체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그 둘을 분리하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한 것 같다. 나이기 때문에 표면적으로 때론 내가 맘에 안들 때도 있겠지만, 본질적인 마음은 나를 굉장히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더 잘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든다는 것은 스스로를 아끼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삶이 너무 괴롭고 불만족스러워서 '살아갈 힘조차도 없을 때에는' 내가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이 와닿지 않을 때가 있다. 살아갈 동력이 바닥나서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지를 알 수 없을 때에는 나의 존재가 점점 희미해져 가는 느낌이 든다. 나의 본질적인 마음이 원하지 않는 영역에, 나랑 맞지 않는 방식으로 많은 에너지를 소진했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먼저 나를 사랑하기로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날 사랑할 뚜렷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살아있기 때문에' 사랑하기로 마음먹는 것이다. 그리고 '사랑하는 대상을 대하듯' 나를 귀하게 생각하고 아껴주는 행동을 해야 한다. 소중한 대상을 돌보듯이 일상을 체크하고 나를 위한 말을 하고, 나에게 본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건강한 음식으로 세끼를 제때에 챙겨 먹고, 가끔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취미 생활이나 일탈을 허락해 주는 것이다. 남들이 응원해주지 않는 일이라 해도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라면 도전해 보고, 나의 공간을 쾌적하게 정리 정돈하고 애정이 갈 수 있도록 꾸며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체력관리와 인생의 활력을 위해 귀찮더라도 운동을 하고, 자연 속에서 산책을 하는 것처럼 나에게 좋은 일상을 선물하는 것도 좋다.
이렇게 내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꾸어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랑할만한 표면적인 이유'가 생기게 될 것이다. 건강해지고 생기가 생기고, 사람들도 나를 좋아하게 될 것이다. 사실 내가 날 사랑하는 것은 타인이 날 좋아해 주든지, 아니든지 상관이 없다. 하지만 세상이 나를 긍정적으로 생각할만한 이유가 생긴다면, 힘이 바닥났을 때에도 나를 좀 더 쉽게 사랑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주변의 좋은 영향을 받아 고갈됐던 내적인 에너지도 점점 충전이 될 것이다.
한 번 그런 어려움을 극복해 내면 자신에 대해 더 자세히, 제대로 알 수 있게 되고, 스스로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나로서 사는 삶에 대한 확신이 생기고, 모래로 지은 성같이 연약한 삶이 아닌, 단단하게 뿌리내린 고목 같은 삶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가장 좋은 삶은 나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좋을 때에도, 그렇지 않을 때에도 흔들림 없이 살 자신이 있는 삶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인생이지만 내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느끼면서, 그 끈을 놓지 않고 산다면 비바람에도 거뜬히 버틸 수 있고, 좋은 날에는 행복해하며 쑥쑥 성장하는 삶이 될 것이다.
" 일단 나를 사랑하기로 다짐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