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에도 의미가 있을까?
삶이 평온하게만 흘러간다면 좋을 텐데 인생이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날씨가 매일 예고 없이 바뀌듯이 우리 인생의 명암도 계획 없이 다가온다. 하지만 비가 오는 날과 해가 쨍쨍한 날 둘 다 식물을 키우고 열매 맺는 데에 꼭 필요하듯이 인생에서의 기쁨과 슬픔 역시 사람을 자라고 성숙하게 만드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우리는 누구나 평온한 인생을 살기를 원한다. 지속적인 만족감을 느끼며 안정적으로 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하지만 그러한 의지와 상관없이 인생의 고통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기도, 또 성장의 과정에서 필수적인 코스처럼 던져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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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고통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일까?
이 질문을 하게 된 이유는 사는 게 고통스러워서,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내가 겪었던 고통 중 하나는 '상실'에 대한 것이었다. 오랜 인연이 갑자기 떠나가고, 내가 나라고 생각했던 조건이나 모습이 변해가면서 나에게 중요한 사람, 나의 존재의 일부가 사라진 후에 겪은 상실감은 삶을 뒤흔들 만큼 큰 고통이었다.
우리는 삶을 이루는 것들, 나라는 존재의 일부로 생각하는 것들을 잃었을 때 좌절과 슬픔을 느낀다. 오랜 시간동안 의지하며 살았고, 당연하게 여겼던 만큼 그 빈자리는 굉장히 큰 고통으로 다가온다.
오랜 꿈이 좌절되었을 때, 가족이나 친구를 잃었을 때, 소중한 재산을 잃었을 때, 사회적인 지위나 역할이 사라졌을 때, 또 건강을 잃었을 때 나의 일부였던 것들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체감하고 고통과 분노, 슬픔과 허무함을 느끼게 된다.
최상의 모습으로만 살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을 때, 노력과 의지만으로 소중한 것을 잃어버릴 수 있는 가능성을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을 느낄 때 인생은 가장 고통스러운 지점을 지나게 되고, 우리는 '왜 살아야 하는지, 고통이 왜 필요한지' 반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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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어질 정도의 고통의 구간을 겪고 난 다음엔 무엇이 있을까?
이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짚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우리가 편안하게 걷기 위해서 셀 수 없이 많이 넘어졌다는 것, 두 발 자전거를 자유롭게 타기까지 아주 많이 휘청거렸다는 것을 보면 인생을 사는 데에도 '시행착오'가 필요하며 그 고통 끝에는 좀 더 능숙해진 내가 있을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고통을 다루는 데에도' 적응과 훈련이 필요한 것 같다. 그것은 반복된 시도와 다음 단계로의 성장을 피하지 않고 경험할 때 이루어질 수 있다. 고통 자체를 피하려 하거나 고통을 미워하면서 노력하는 것을 멈춘다면 오히려 고통 너머의 성장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고통을 극복하는 방법은 '고통 자체를 영향력 있게 다루지 않는 것'이다. 슬프고 힘들고, 화가 나지만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상황이 내가 '어떤 마음을 먹고, 어떻게 살지를 결정하는 데에 중요한 기준'이 되도록 하지 않는 것이다.
나를 배신한 사람, 계속 좌절되는 목표, 가난하고 부족한 내 환경이 지금 삶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지만, 그것들 자체를 미워하고, 탓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마음이 무겁지만 웃어보고, 슬프지만 자책하지 않으려 하고, 두렵지만 한 번 더 시도해 보는 선택을 쌓아간다면 어느 순간 고통이 지나갔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고통이 사라진 자리에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한 나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고통이 없었다면 몰랐을 '더 큰 나'를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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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내가 찾은 고통의 이유이다. 우리를 성장시키고 '더 단단하고 넓은 내면을 갖출 수 있게 하기 위해' 인생에서 고통이 필요한 것 같다.
하나의 힘든 구간을 지나면 우리는 성숙해지고, 과거엔 버거워했던 어려움을 더 관대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 안에는 '작고 여린 나에 대한 포용력'도 포함된다.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던 막막한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나의 상처에 대해 여유롭게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그 관점이 세상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 같다.
나의 여리고 부족한 부분을 보는 마음이 편안해진 만큼 타인을 볼 때에도, 세상의 일에 대해서도 좀 더 여유 있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우리 모두는 '자신의 성장으로 세상을 성장시키는 과정'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고통은 매번 새롭게 아프고, 새롭게 두렵다. 하지만 아픈 부분마저도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또 잘 지나간다면 그전에는 보지 못했고, 느끼지 못했던 삶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어두운 골목길에서 코너만 지나면 밝은 세상이 펼쳐지듯이 말이다.
" 고통은 나를 힘들게 하지만 그것이 지나간 자리에는 언제나 깨달음을 남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