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나를 믿을까?

믿음을 방해하는 보이지 않는 경계에 대한 믿음

by flowb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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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을 하든 나를 믿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노력했음에도 결과가 좋지 않을 때, 내 의도와 다르게 상황이 펼쳐질 때, 사람들의 불신이 온몸으로 느껴질 때, 나조차도 나를 의심하게 될 때, 다 놓고 싶을 때에도 내가 나를 믿어야 한다.


다음번의 기회가 반드시 다시 찾아올 것이라는 믿음. 이번엔 잘 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순수하게 쌓아온 노력이 거품처럼 사라지진 않을 거란 믿음을 박음질하듯이 다시 마음에 새겨놓아야 한다.


자책과 후회의 제자리걸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신을 몰아세우는 것은 만회할 기회를 놓치고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마음처럼 인생이 잘 되지 않더라도 언제나 삶은 그 자리에 멈춰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시간에 엉켜 버린 마음의 끈을 풀어버리고 다시 제자리도 돌아와 분명한 눈동자로 앞길을 응시할 용기를 기다리고 있다.


내가 나아가는 것을 막는 것은 과거에 안일했고 부족했던 기억과 현재의 나를 자꾸 같은 사람으로 연결 지으려 하는 마음 때문이다.


좋았던 나와 싫었던 나, 잘했던 나와 실수했던 나 모두가 뒤섞여있는 기억 속에서 지금의 나로 필연적으로 이어진 모든 순간들 중 제외되어야 하는 것은 없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 일지라도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른 물살을 타고 있다.


우리는 원인과 결과이고 같은 이름으로 불리지만 다른 태양 아래 있는 것이다. 다른 순간의 공기를 마시고 다른 바람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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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나를 부정한다 생각이 들더라도, 가장 약한 모습으로 스러져갈 때에 외면당하더라도, 그 처절하고 외로운 순간에 나마저 나를 놓아버리면 안 된다. 잘못한 일은 바로잡고, 달라질 수 있다면 노력하고 그리고 자신에 대한 비난을 속삭이는 것 대신 일단 믿고 다시 한번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아무도 그럴 필요가 없다는 듯이, 나의 작은 아픔과 절망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세상은 가던 길로 빠르게 지나가도 그 냉정함 앞에 주눅 드는 것을 멈추고 금기처럼 그어졌던 내 발아래 선을 넘어 새로운 한 걸음을 걷기 시작해야 한다.


사실 그 누구도 시간 위에 넘을 수 없는 선을 그을 수 없다. 그 빨간 선은 우리 정신에만 존재할 뿐이다. 없으나 있는 것으로 믿고 두려워하다 보면 존재하지도 않는 경계가 실제의 힘을 갖게 된다. 우리의 마음이 그렇게 생각하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허공에 그어진 선은 그 무엇보다도 강력한 바리케이드가 된다.


세상이 넌 안된다고, 이건 아니라고, 이 선을 넘으면 지금보다 비참해지고 더 큰 것을 잃을 거라 겁을 주지만 세상이 그어놓은 그 모든 금지선의 권력은 내가 그렇게 믿고 따르며 두려워하기로 선택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어진다.


정말 내 마음과 상관없이 세상이 그어놓은 나에 대한 판단과 나의 미래에 대한 결정을 절대적인 것이라 믿으며 갇혀 살 것인가? 그렇게 겁이 만든 투명한 막을 건드려보지도 못하고 주저앉아 포기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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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있는 자리가 아무리 맘 편히 숨 쉴 수 조차 없는 좁은 틈이어도, 내 존재가 세상의 틈바구니 사이에서 찌그러져 가고 있다 해도 나를 그렇게 가둔 건 오직 마음속 두려움이 그들의 판단과 의지에 가장 큰 힘을 실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그어놓은 촘촘한 경계망 밖으로 나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내가 나에게 그들과 상관없이 살아볼 수 있도록 허락하는 것뿐이다. 그렇게 살 수 있다고 믿어주는 것뿐이다.


과거가 어떠했든, 세상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든 그것들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힘은 오직 새롭게 살 수 있다고 믿는 내 마음의 의지이다. 내가 나에게 새로운 기회를 허용한다면 무서울 정도로 피하고 싶었던 금지선이 사라지고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느끼며 헛웃음을 짓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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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말 할 수 있는가? 나는 정말 앞으로의 내 인생을 책임질 수 있는가? 그동안의 만족스럽지만은 않았던 과거의 나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나는 잘할 거라고, 아무도 가능할 거라 믿어주지 않아도 나 자신은 해낼 거라고 믿어줄 수 있는가?


불확실한 미래, 나도 점칠 수 없는 성공, 뿌연 연기로 막힌 것 같은 길 위에서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는 건 지금 내가 여기 서 있고, 내가 가기로 결정하면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사실이다. 가는 길이 편하지 않더라도 축 처진 어깨를 펴고 가장 무거운 내 마음의 무게를 짊어지고, 다시 발을 들어 앞으로 조금씩 옮겨보기로 한다면 미묘한 변화가 생기고 그것이 충분히 쌓이면 분명 좋은 날이 올 것이다.


지금도 나를 믿을지, 믿지 않을지 그 갈림길에 서 있다면 한숨 한 번 깊게 쉬고 두려워하고 있는 내 여린 마음에게 괜찮다고 한 번 더 해보자고, 앞으로 어떤 날이 오든 내가 옆에 있겠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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