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걸까?

서로에게 말하고 있지만, 완전히 가닿을 수 없는 것들

by flowbella




때론 그냥 지나쳐야 하는 말이 있다. 우리가 만나는 모든 말들이, 모든 생각들이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들의 말이 나름의 옳은 말이었다 해도 나의 경우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그 말을 하는 목적이 나를 위한 것일지라도 내게 진정으로 와닿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들 사이의 간극이 아무리 가까워 보여도 어찌할 수 없는 굴절들에 의해 차이를 만들기 때문이다. 내가 보는 세상, 지금 내게 필요한 생각이 무엇인지 타인은 진심일지라도 타인이기에 다 알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의 진심을 느끼고 감사하는 것과 내 것이 아닌 옷을 입기를 거절하며 지나치는 것은 별개라고 생각해도 된다. 우리는 모두 다르지만 사랑할 수 있고, 사랑하지만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



만약 누군가의 말이 나를 위한 것이 아니고, 오히려 나를 해치려 하는 것일 때는 당연히 아무것도 내게 도달하지 않은 것처럼 지나쳐야 한다. 그의 입을 떠나 우리 사이를 채우는 공기를 타고 내게 왔지만 나를 거치지 않고 바람을 타고 날아가버린 것처럼, 이 공간에 존재했지만 사라져 버린 것처럼 대해야 한다.


사실 나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든, 나를 겨냥한 것이었든 아니든 상관은 없다. 이 세상에 떠돌고 있는 수많은 생각과 말들 중 내가 무엇을 머리와 마음속에 담을지는 내 기준으로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설령 내가 믿었던 사람이 나를 배신하는 말을 했다 해도, 소속감을 느꼈던 집단에서 무시를 당했다 해도 그들이 어떠한 목적으로, 어떤 이유 때문에 그런 생각과 말을 했든 상관없이 그 모든 것들은 나의 외부에 존재한다.


그 입을 떠나왔다고 내가 꼭 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내 귀에 들어왔다고 다 마음에 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들, 내게 의미 있는 생각들만 소중하게 다룰 선택권을 갖고 있다.


그런 생각들은 나를 만들고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 결정짓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너무도 중요하다. 나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존재는 세상에 없다 해도, 나를 위하지 않는 마음으로, 나를 깎아내리고 상처 입히기 위해, 자신의 이득을 위해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의 일방적인 말을 내 마음에 담는 것은 굉장히 이상하고 충격적인 일이다.


가끔은 나도 모르게 비관적이게 되어서 나를 향하는 나쁜 말들,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하는 악의가 가득한 말들이 진실인 것 마냥 스스로를 포기해버리고 싶어질 때도 있다. 믿었던 세상이 날 괴롭히고, 배신하는 것에 지쳐서 무기력함에 자포자기하고 싶은 마음으로 그렇게 될 때가 있다.



-


그런데 사실 우리가 가장 원하는 것은 고통스럽지 않고, 안정감을 느끼며 편안한 마음으로 사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사랑받고 싶어 하고, 내가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믿고 싶은 것이 아닐까? 배신당했다 해서, 세상이 나에게 비아냥거리고 무시한다 해서 더 깊고 날카로운 고통으로 파고들면 더 아픈 사람은 나 자신이고, 결국 그토록 원했던 안정과 평온함, 만족하는 삶은 점점 더 멀어지게 된다.


세상이 힘들어도, 그것이 사실이라 해도 부정적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하면 더 사는 게 힘들어진다. 나로서 사는 삶이 마음에 들지 않고 나라는 사람이 인정받지 못할 때 너무 수치스럽고 벗어나고 싶어도 이 삶을 그대로 벗어던지고 다른 존재로 살 수 있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나로 사는 삶을 조금이라도 덜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이 삶을 덜 부정할 수 있도록, 나로 만나는 세상이 덜 얼룩질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 생각과 말을 마음에 골라 담아야 한다. 그것들은 곧 나 자체가 될 재료들이기 때문이다. 그게 결국 내가 되고, 내 삶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




때론 너무 쉽게 타인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신뢰하고 절대적인 것으로 고정시키는 생각의 방향에 놀라곤 한다.


세상에, 특히 사람에 대한 것은 절대불변하기 힘든 것 같다. 같은 사람이어도 매우 자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쉽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바뀌는가?


나에 대한 판단도 달라질 수 있는데 내 시야로 보는 타인에 대한 판단이 정답인 것처럼 확신하기를 전제로 한 생각과 말, 행동을 볼 때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우리가 서로 소통할 수 있을지, 서로의 지금의 현재 모습을 보고 느끼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슬프게도 우리가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따라서 말 그대로 완벽한 공감은 어려울지도 모른다. 다만 지금도 시시각각 바뀔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과 우리는 서로를 완벽히 알 수는 없어도 의지를 갖고 서로를 바라보며 각자의 방식으로 소통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면 충분한 것 아닐까?


같은 세상에서 살고 있다 해서, 내 눈에 보이고 내 옆에 있다고 해서, 내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그 사람도 생각하고 세상을 바라볼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더 이상 따르지 않아야 사실 무엇도 완전히 알 수 없지만 그저 함께 존재하고 있다는 것 자체로 감사하며, 충분하다는 것을 비로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것이 누군가를 완전히 파악하고 간파하고 그를 이루는 모든 것을 공유하고 있어야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진정한 사랑은 나와 다른 존재, 세상에 하나뿐인 그 사람자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동반한다.

화합은 완전히 일치할 때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존은 그와 내가 다름을 인정하고 같아야 한다는 것을 내려놓은 상태임을 의미하는 것 같다. 조화는 서로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서로를 도울 수 있고, 채울 수 있음을 이해하고 상생하는 방향으로 어우러지기를 지향하는 것이다.


우리는 어차피 서로를 모르고, 아무리 노력해도 우리들 사이에, 서로 다른 존재이기에 가까워질 수 없는 거리는 언제나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문제라고, 모두가 같은 모양으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움직여야 '옳은 것'이라고 옭아매는 우리들의 존재에 대한 왜곡된 이해를 놓아버리지 않으면 같은 색으로 덮어버리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더욱 멀어지며 영원히 같을 수 없음을 확인하는 결과만 생길 것이다.



-



우리는 같지 않다. 모두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을 담고 있는 세상은 아름답고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한다. 내가 너를 필요로 하고, 네가 옆에 있기를 바라는 이유는 너의 다름이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고, 나도 몰랐던, 가둬놓고 있었던 내 억눌렸던 모습을 확인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너의 다름이 나를 괴롭히고 해치지 않는다. 나와 다른 존재가 옆에 있다 해도, 나의 고유한 색깔이 퇴색되거나 존재의 의미가 약해지진 않는다. 서로의 다름을 보고 뾰족해지고 그것을 깎아버려야 하는 적으로 반응하지 않아도 괜찮다. 다름의 존재가 나를 위협하지 않는다.


우리는 다르기 때문에 서로를 필요로 한다. 그렇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하며 그저 옆에 있어주면 안 될까?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월, 금 연재
이전 09화나는 왜 나를 믿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