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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서른과 이제 마흔의 교환일기(35)

by 조아라

낙엽이 비처럼 내리는 오늘은 기필코 조이에게 글을 보내리라 마음을 먹고 메일함을 열었어.


잘 지내고 있지? 많이 추워졌는데 따뜻하게 입고 다니길 바라.


지난 한 달간 공간을 준비하고 본가 이사를 돕고 새로운 일에 적응하느라 하루 또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흘렀어. 시간이 폭우가 내리는 계곡 물처럼 그냥 막 떠내려가는 기분이 들더라고. 새로운 공간, 새로운 집, 새로운 만남이 휘몰아치면서 한 달 전과는 완전 다른 삶을 살고 있는데 삶의 경로는 내가 예상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어. 언젠가 조이와 이 많은 일을 이야기할 수 있겠지?


어딜 가나 AI 이야기를 하지만 과연 AI가 뭘까, 내 일상의 무얼 변화시킬까 아리송한데 확실한 건 부모님께는 내가 AI구나 싶어. 궁금한 거나 해결이 필요한 이슈가 생기면 어김없이 내게 요청을 하거든. K-장녀의 일상을 학습하며 질문에 대답하는 AI를 만들 수 있으려나... 아무튼 30년 전 컴퓨터가 한창 보급될 때도 컴퓨터가 뭔지 모르지만 다들 쓰니 나도 쓰게 되는 것처럼 AI도 그런 양상처럼 주류 산업으로 키워지며 보편화될 것 같아. 내가 살고 있는 이곳 울산에서 최근 AI 도시가 되겠다 선포하고 일자리 창출, 무슨무슨 센터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마치 무인(대표:아이스크림) 매장이 아주 커진 모습이 될 것 같은 그림이 그려지더라고. 너무 비약인가 ^^;


결국 인간이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인간이 만드는 AI에게 기대는 게 아닐까 생각해. 요즘 챗GPT로 사주를 많이 본다고 하더라고. 서로 대면하고 기대어 보는 관계가 많이 줄어들기도 했으니 새로운 기생, 공생 관계가 나타난 것일 수도 있지만 글쎄, 나는 무인 매장은 도통 들어가고 싶지 않더라.


누군가가 내게 기댈 수 있는 품을 내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막상 내가 누군가에게 기대려고 하면 그게 또 그렇게 어렵고 어색하긴 해. 기대면 괜히 약해진 것 같은 마음이 드는 걸까, 나는 왜 이런 사람인지 AI에게 물어보기 전에 조이한테 먼저 물어봐야겠다


그동안 묵힌 조이의 생각도 궁금하네. 소식 들려줘!


2025.11.18

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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