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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 말을 건다는 것

이제 서른과 이제 마흔의 교환일기(34)

by 조아라

아라,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아라한테 많은 일이 있었네요!
이번엔 또 어떤 공간을 만들었는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자세한 소식 알려줘요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만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관계를 쌓고 있겠네요.
아라는 말을 건네는 것은 내가 살아있음을 드러내는 거라고 했잖아요.
저는 요즘 말이란 곧 신뢰를 전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생각을 해요.

방긋 웃으며 배려를 가득 담아 하는 말도 그 안에 알맹이와 신뢰가 없으면 모두 거짓처럼 느껴지더라고요.
그냥 텅텅 빈 껍데기같아요.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해야 하는 말이어서 내뱉는 느낌처럼요.
그래서 저도 상대방에게 하고 싶은 말을 건넬지, 해야 하는 말을 건넬지 매순간 고민하게 돼요.
소통은 일보다 훨씬, 늘 어려운 일이에요.

요즘엔 어딜 가나 AI 이야기뿐이잖아요.
AI가 인간보다 양적, 질적으로 더 말을 잘 건네고, 글을 잘 쓸 수 있다면
과연 인간만이 건넬 수 있는 말과 글은 뭘까 생각해요.
옳고 그름보다 상대방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건네는 말이 그 정답이 될까요ㅎㅎ

저는 멀리에 있는 아라가 늘 잘되길, 평온하길 바라요.
각자가 그리는 길은 달라도 진심으로 응원하면
내 길에서 고꾸라질 때 낙담하지 않고, 내 길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삶의 다양성을 인정할 수 있을테니까요.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한다면 나의 경로 이탈도 여행처럼 즐길 수 있는 것 같아요.

미래에 대한 걱정은 늘 존재하지만, 그래도 오늘은 신나는 금요일에요.
매캐한 삼성동 매연을 맡아도 가을 공기는 역시 가을 공기더라고요.
왠지 내일까지만 이 가을을 흠뻑 누릴 수 있을 것 같지만! 제철인 것들 맘껏 누리길 바라요.

그럼 저는 여러 생각들을 더 묵히다 또 인사할게요!

2025.10.17
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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