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공간이 있던 직장에서 종종 어떤 주제에 맞춰 기획전시를 벌였다. 시민의 참여를 북돋아 공간을 채우기도 했는데 나도 함께 참여하고픈 주제가 있어 조직의 허락을 받고 참여한 적이 있었다.
주제는 바로, 이주의 역사.
피치 못할 사정으로 떠나 떠도는 삶을 사는 망명인부터, 어쩔 수 없이 자국을 떠나 사는 난민의 이야기, 한국 곳곳 떠도는 삶 이야기 틈에서 서울에서 세입자로 살아온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때까지 2년 혹은 1년에 한 번씩 옮겨다닌 횟수를 기억과 기록에서 더듬어 보고, 살았던 공간을 떠올려보고, 집주인에게 준 돈의 액수를 세어보았다.
박스에 그림과 글을 쓰고, 글과 그림을 나타낼만한 오브제를 붙이고, 구멍을 뚫어 실을 연결하니 그때와 지금이 별반 다르지 않으면서도 지금으로 그때를 보상하는 마음이 들었다. 잘 살았구나, 기특하구나 하는 마음이었달까. 그때 조금만 더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서 더 나은 집으로 갔어야지 라는 후회나 자책은 할 수 없었다. 작업 중에 그런 마음은 감정 쓰레기통에서 소화(燒火)되었으리라.
나를 둘러싼 공간에 관심이 더 생기기도 한, 나를 채우는 작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