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일 때 그린 낙서들
3년 다닌 직장을 그만두기 전 1년 동안 나는 무슨 일을 어떤 생각으로 하는지 기록한 적이 있다. 그때 글과 함께 작은 삽화도 넣고 싶어 하루를 시작하면서, 마치면서, 회의 중, 어디론가 가다가 눈에 들어오는 장면을 그렸다.
책을 읽고 저자의 얼굴을 보고 그리거나, 무언가 해먹은 뿌듯함에 남기는 음식, 필기구, 아침 수영을 열심히 다녀 해져서 못 입은 수영복도 그리고, 작은 내 방 풍경, 가족 얼굴 그리고 자주 마주하지 않던 내 얼굴까지 서걱서걱 그려보았다.
이전 30일 기한으로 플립북을 만들 때처럼 열정적으로 그릴 줄 알았지만 365일의 지구력 앞에서는 체력을 핑계로 의지가 박약이 되었다. 그럼에도, 그래도 자책하기보다는 모아보면 괜찮을 거라 나를 다독거렸다. 다음 1년도 있을 테니 이번 1년 다 못 그렸다는 이유로 다음에 하지 않을 이유로 남기는 건 아니다 싶었다. 내가 내게 주는 압박은 멀리하는 연습이 되었다.
이때 쓴 글과 그림은 <일하는 일기>라는 제목으로 독립출판하고 독립서점으로, 선물로 보내드렸다. 어떻게 보셨을까, 후기가 궁금하여 가끔 리뷰 글을 찾아볼 때면 마음을 다 잡는다. 그때의 나, 지금의 나를 토닥거리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