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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토카 매거진 Mar 14. 2022

속도와 정지된 장면 사이

모터링 아트 19

테렌스 로스(Terence Ross)는 속도가 내는 극적인 효과를 살려내는 천부적인 멀티미디어 예술가이다 


테렌스 로스가 그리는 화려한 자동차 예술은 정말 생생하기 때문에 여기에 어울리는 음악이 필요할 정도다. 그는 고속으로 달리는 물체에 영감을 받아 풍부한 색채와 조각을 결합해 만들어낸다. 대표적으로 F1 월드챔피언인 질 빌르너브(Gilles Villeneuve)가 모는 페라리 312T가 바퀴 자국을 남기며 역동적으로 미끄러지는 장면을 표현한 작품이 있다. 그리고 미국 클래식카의 한 종류로 주로 장식을 목적으로 만든 차인 ‘랫 로드’(rat rod)가 흔적을 남기며 달리는 모습을 마치 캔버스 전체가 녹슨 것처럼 만든 작품이 있다. 이 작품에서 테렌스 로스의 뛰어난 감각을 엿볼 수 있는데, 역동성을 살린 멀티미디어 스타일을 강조한다.

  

제임스 헌트가 생전에 좋아했던 맥라렌 M23
스코틀랜드의 영웅인 짐 클라크와 상징과도 같은 로터스 25. 그의 여러 작품 중 가장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그는 먼저 작품으로 만들 대상을 찾고 몇 가지 아이디어를 스케치한 다음 특수 폴리머 클레이로 3D 작업을 시작한다. 그는 “나는 영화에서 특수 효과를 만들 때 사용하는 ‘슈퍼 스컬피’(Super Sculpey) 제품을 가장 좋아한다. 아주 유연하기 때문이다. 번거로운 가마 대신 오븐에 넣어 굽기만 해도 돌처럼 딱딱하게 변한다. 주조하기 위해 실리콘 틀을 만든다. 조금 복잡한 작품은 최대 20개로 나눠서 작업하기도 한다. 세밀하게 표현하기 위해 석고나 때로는 청동을 쓸 때도 있다. 무엇보다 완성된 작품의 안정성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질 빌르너브가 페라리 312T를 미끄러뜨리는 모습
천둥소리를 내고 달리던 거친 랫로드


주조 과정이 끝나면 문자를 써넣고 꼼꼼하게 색을 칠한다. 테렌스 로스는 “모든 조각은 각각 따로 손으로 직접 작업하기 때문에 조각마다 미세한 차이가 생긴다. 자세하게 묘사하는 부분은 주로 아크릴 페인트와 붓을 쓰지만 배경이나 특별하게 마무리하고 싶을 때는 에어브러시를 사용한다. 작품 하나를 만드는 데 보통 2달이 걸리며 이중 3주 정도를 자세하게 표현하는데 할애한다”고 말했다. 작품 하나의 사이즈는 길어야 최대 35cm 정도지만 벽을 장식하는 작품은 160×80cm까지 커지기도 한다.        


그는 하나의 작품을 위해 충분한 연구시간을 갖는다. 특히 F1의 살아 있는 전설 니키 라우다(Niki Lauda)를 만들기 위해 적절한 문장을 고민했던 시간이 재미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첫 번째 작품은 너무 진부하다는 비난을 받았고 그다음 의뢰인 2명은 작품에 조금 더 화려한 문구를 넣어달라고 요구했다”고 지난 일을 회상했다.     


가장 최근 작품인 150cm 크기의 발렌티노 로씨
세나가 맥라렌 MP4/7를 타고 고속으로 달리는 모습(테런스 로스는 빨간색이 절대 피를 상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니키 라우다의 라이벌이자 역시 F1 월드챔피언인 제임스 헌트(James Hunt)를 기리는 작품을 만들 때에는 미끄러지는 맥라렌에 바큇자국이 아닌 그가 생전에 좋아했던 술, 담배, 알몸의 여자로 대신했다. 그는 “나는 제임스 헌트가 월드챔피언에 오른 1976년을 실감 나게 표현하고 싶었다. 이베이에서 남성지 <펜트하우스>와 성인지 <메이페어>의 1976년도에 발행한 호는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때 나온 담뱃갑과 맥주 캔을 찾는 것은 악몽 그 자체였다. 결국 자료를 뒤져서 그가 당시 맥라렌 스폰서인 말보로보다 로스만을 더 좋아했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담뱃갑 그림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라고 과거의 고생담을 이야기했다.   


테렌스 로스는 옛날에 젊은 사진가를 만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우리는 촬영 중간에 휴식을 취하면서 자동차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로터스 코티나를 타고 싶다고 말하자 그가 자신이 소유한 트랙으로 나를 초대했다. 엄청 놀랐다. 그때에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찰스 세트링턴(Chales Settrington)이란 이름으로 사진작가 활동을 하던 마치 경(Lord March)을 만난 것이다. 테렌스 로스는 여러 차례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열었지만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자 지금은 자신이 직접 작품을 홍보한다. 옛 인연을 바탕으로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 앤 리바이벌’(Goodwood Festival of Speed and Revival) 기간에 매장을 연다. 


2017년 12월호 @autocarkorea I classic & sports c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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