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쨍쨍 Oct 05. 2019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유현준, 을유문화사

공간은 사람을 지배한다.

공간은 사람을 지배한다. 는 말이 어디서 처음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평소에 개인적으로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왔던 말인데, 이 책을 보면 ‘공간이 왜 사람을 지배하는지’를 여러 가지 건축사례를 통해 자연스럽게 설명해준다.

공간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서 사람의 행동이 달라지기 때문에, 건축은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기도 쉬웠다. 하지만 건축가이자 이 책의 저자가 하고 싶었던 말을 독자의 입장에서 해석해보자면 공간이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 것인지를 대중들에게 인지시켜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건축은 정말로 사회를 구성하는 인문학 그 자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
심리학, 경제학, 디자인, 미술, 사회학, 부동산 원리 등 많은 요소들을 건축에서 찾아 조목조목 설명해주기 때문에,
아마 이 책을 읽은 후부터는 평소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거리나 건물, 동네에 대해서 예전과는 달리 분석적으로 한편으로는 감성적으로 내가 만나는 공간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 같다.  

또 산업디자인과 건축을 비교하는 설명도 많이 사용하는데, 우연히도 나는 산업디자인과 소비자 행동을 전공해서 인지 책에서 익숙한 부분도 종종 보이고 아주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 많았다.

건축의 행동 유도 기능과 이에 관련된 심리 이론(방관자 효과나 판옵티콘, 자세나 위치에 따른 권력 효용 체감 이론) 들이나, 상업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부분들 (이벤트 밀도가 높은 거리는 상권이 좋을 것이다) 은 실생활에서 내가 살 집의 구조를 결정하거나, 사업을 하거나, 부동산 투자를 할 때 유용한 점이 많을 것 같다.

또, 내가 지금 디자이너가 아닌 기획자나 마케터로 일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디자인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은 여느 디자이너라면 해봤을 고민이기도 하고, 작가 말대로 창조하는 직업이라면 한 번쯤은 고민해봤을 나의 정체성과 대한민국인으로서 내가 만들어내는 것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나름의 대답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한편으로는 건축가인 저자가 산업디자이너들이 건축에 많이 진출하면서 가볍게 접근하는 방식이나 고유한 영역이 침범당한다고 느끼고 있어서 다소 비판적으로 디자인과 건축을 함께 하는 자하 하디드 같은 건축가들에 대해 언급한 것 같기도 하고..ㅎㅎ)

건축가로 대한민국에서 살면서 느끼는 설움과 사회적 대접에 대한 억울함도 비슷한 전공을 가진 사람으로서 짠한 마음이 들기도 하며 어찌어찌 무난히 잘 읽은 책.

이외,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아래에 따로 정리하면서 간단히 마무리할까 한다.

[이벤트 밀도와 거리의 속도]
걷고 싶은 거리는 걸으면서 만나는 새로운 경험이 자주 있어야 하고 (이벤트 밀도) 어쩐지 머무르고 싶게 끔 거리의 속도가 늦춰주는 카페의 야외 데크가 많으면 좋다. (거리의 속도), 그리고 어쩐지 들어가는 게 자연스럽게 느껴지게끔 절처럼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오픈되어있어야 한다 (절과 교회의 구조적 차이)

[공간은 권력을 상징한다]
공간은 구조와 위치를 만든다. 그래서 공간은 권력을 상징한다.
그래서 종교적 건축의 구성이나, 왕이 사는 성의 구조는 경외감을 불러일으키게 구성되어 있고, 정치적으로 이용가치가 아주 많은 기술이었을 것이다.  

[팔리는 건축은 감정이 있어야 한다]
만약 자본주의 사회에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감성을 꺠우는 공간을 건축한다면 더 잘 팔릴 것이고 현대 도시는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건축은 과거에 과학이었다?]
과거에 건축은 과학이었다. 의술은 미신이었다. 이 두 학문은 19세기에 운명이 바뀌었다.
의학은 과학을 택해서 서비스가 되었다. 건축은 예술을 택해서 사회적 대접이라는 면에서 퇴보해왔다.
건축은 예술이기도 하고 과학이기도 하고 경제 정치 사회학이 종합된 그냥 ‘건축’이다

작가의 이전글 절대로 배당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 켈리 라이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