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지 않는 사람들의 말》 당신도 나를 지나쳤다
전화기는 하루에도 몇 번씩
신호 없는 침묵을 반복한다.
숫자에 갇힌 시간들이
내 손에 자주 붙어있다.
문 앞에 쌓이는 전단지는
어제와 오늘을 구분해준다.
우편함에 손을 넣는 순간,
누군가 다녀갔다는 안도와
광고뿐이라는 쓸쓸함이
같이 온다.
말하지 않은 날이 며칠째인지
이젠 굳이 세지 않는다.
냉장고 속 묵은 반찬처럼
내 목소리도 다 쉬어 있다.
지나가는 오토바이 소리에
괜히 창문을 열었다가
아무도 아닌 풍경을 닫는다.
누군가를 기대하지 않으면서도
문 쪽으로 귀가 먼저 간다.
고요는 소리보다 더 시끄럽다.
나를 둘러싼 공기의 무게가
점점 벽에 가까워진다.
TV 속 뉴스 앵커의 얼굴만
내 안부를 묻는 사람처럼 익숙해진다.
종이컵 하나에 끓인 커피처럼
진하지 않지만 따뜻한 무언가를
나는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다.
오늘도,
전화기는 울지 않았다.
그 대신,
나는 무음의 하루를 살았다.
from. 노인 단독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