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퍼진 입술 – 백설공주

6장. 백설공주

by 엘리킴


처음에는
달콤한 향이 났다.
익은 사과,
붉은 겉껍질,
손에 닿은 부드러움.


그것이 마지막 감각이었다.


나는 먹었고,
모든 것이
안으로부터 조용히 무너졌다.


혀끝에서부터 퍼졌다.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입술은 움직이지 않았다.


“왜요?”
그 한 마디,
그 단어 하나조차
내 입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나는 쓰러졌다.
그 순간, 세상은
빛을 껐다.


몸이 무거웠다.
숨은 얕아졌고,
내 안에 있던 온기들이
하나씩
멀어졌다.


그러나
나는 들었다.
울음, 발소리,
유리관이 닫히는 소리.


나는 살아 있었다.
그러나 누구도
내게 말하지 않았다.


그들은 내 얼굴을 닦았고,
꽃을 놓았고,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내가 원한 건
말할 수 있는 순간 한 번뿐이었다.


나는 사랑한다고도,
아프다고도,
용서하지 않는다고도
말하지 못했다.


내 입술 위에 입맞춤이 닿았을 때
독이 움직였다.
그때서야 나는
숨을 쉴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입술은
나를 깨운 것이 아니라
내가 누구였는지를 지웠다.


나는 눈을 떴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
그 모든 감정은
이미 입술을 따라
사라지고 있었으니까.

keyword
이전 21화창밖으로 떨어지는 별빛 – 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