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 안녕, 익숙했던 너
말은 끝났는데
대화는 남아 있었어.
문장을 덮었는데
공기 속엔
네 말투가 오래 머물렀어.
“나중에 얘기하자”는 그 말.
끝내지 못한 인사.
닿지 않은 마지막 메시지.
그 모든 것이
방 안 어딘가,
숨은 듯 퍼져 있었어.
나는 말을 멈췄는데
네가 웃던 공기의 밀도는
사라지지 않았고.
너 없는 공간이
오히려 더 네 목소리로 가득했어.
TV를 켜도,
물컵을 내려놔도
네 말버릇이 떠올랐고
어디선가 너의 말이
계속 되풀이되는 것 같았어.
그게 환청인지,
그리움인지,
그냥 습관인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어떤 말도 못 지우고 있었지.
공기 중에
‘미안해’가 떠 있었고
‘잘 지내’가 어딘가 매달려 있었고
‘나도 몰랐어’가
천장에 부딪히고 있었어.
마치 우리가 했던 말들이
다 납작한 숨결이 되어
나를 감싸고 있는 것 같았어.
그날 이후
누가 말을 걸면
나는 먼저 공기를 읽었어.
혹시 너의 대답이
거기 있지 않을까 싶어서.
말은 끝났지만
감정은 아직도
대화 중이었거든.
그래서 나는
침묵조차
네 말처럼 받아들이곤 했어.
그리고 오늘도,
문득
너와의 마지막 대화를
내 안에서 다시 꺼내 말해.
네가 아니라,
나에게.
그건 기억이 아니라
아직 끝나지 않은 대화의
공기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