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던 것만 남기고 싶어서

3부 – 그럼에도 나는 나로 남기로 했다

by 엘리킴


한참을 미워했어.
잊으려고 애썼고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왜 그렇게 끝냈을까
하루 종일 곱씹으며
너를 지워내려 했어.


그런데 어느 순간
지우는 게 아니라
덧칠하고 있더라.


너의 좋았던 얼굴까지도
화난 마음으로 덮고 있었어.


그러다 문득
사진첩을 열었는데
우리가 웃고 있는 장면이
참 많더라.


잊고 있었어.
우리는
좋았던 날이 더 많았다는 걸.


그래서 이제
미워하는 일은
그만두려 해.


남기고 싶은 기억은
사실 따로 있었거든.


너의 웃음,
내 어깨에 기대던 너,
서로의 손을 꼭 잡았던 그날,
비 오는 날 편의점에서
컵라면 먹던 그 평화.


그런 장면들만
마음 속 서랍에
고이 접어두고 싶어.


우리는 끝났지만
그렇다고
모든 게 나빴던 건 아니니까.


가끔
생각나겠지.
그리고 그땐
“참 좋았지”
라는 한마디면
충분할 것 같아.


상처보다도
다정했던 말들이
더 오래 머물렀으면 해.


그래서 이제
이 기억엔
좋았던 것만 남기려 해.


그게 너에게도
나에게도
가장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다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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