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십대 라니? )
학창 시절 엄마의 잔소리 레퍼토리는
“ 밥 안 먹어? 공부 안 해? 청소 안 해?”
“말대꾸할 거야? 커서 뭐 될래? 대학 안 갈 거야?”
“엄마 친구 아들 딸들은-”
성인 시절 엄마의 잔소리 레퍼토리는
“밥 안 먹어? 청소 안 해? 연애 안 해? “
”결혼 안 해? 선볼래? 나가 살아-”
“엄마 친구 아들 딸들은-”
반 백수가 된 요즘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엄마와 대화를 하다 보면
“취업 안 해? 결혼 안 해? 나이 먹고 혼자 살 거야?”
“돈 안 모아? 늙어서 혼자 뭐 먹고살래?”
“엄마가 천년만년 사는 것도 아닌데 걱정 돼서 하는 소리지!!!!”
대화의 끝은 항상 혼자인 40대 딸이 걱정인 엄마의 똑같은 잔소리다.
잔소리라는 게 걱정이 돼서 하는 소리라지만 누가 듣기 좋아하겠는가?
어릴 땐 엄마가 잔소리를 하면 가만히 듣고 있거나, 반항을 하거나, 짜증도 내고, 싸우기도 하고, 도가 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기도 했다.
엄마가 점점 나이를 드시면서부터 혈압 오르는 일을 하지 않게 짜증을 내다가도 아무 생각 하지 않고 듣고 있을 때도 있다.
어느 날 엄마의 잔소리가 그리워질 때가 있을걸 아니까....
어느 날 엄마가 나에게
“그만해.. 잔소리!! “ 하며 도망을 가셨다.
나도 엄마에게 똑같이 잔소리를 하고 있었다. 풉..
“엄마-“
”밥 안 먹어? “
“약 먹었어?”
“고개 좀 들어- 허리 좀펴 “
”아프면 병원 가야지 “
“짜게 먹지 마. 물 말아먹지 마 “
”그만 좀 치워 “
”쉬어 쉬어 좀 쉬어~“
“걱정해 주는 사람이 있는 게 어디야? “
“엄마, 엄마- 엄마? “
나는 씨익 웃으며
“엄마, 이 게 왜 잔소리야?
”나도 엄마 걱정돼서 그러는 거지? “
”그니까 아프지 말고 나랑 오래 살아줘~“
나이가 점점 들어가는 엄마를 걱정하는 마음에
나도 모르게 폭풍 잔소리를 하고 있다.
오늘도 엄마와 딸 잔소리 대결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