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운동장, 축구전용구장은 아직 귀하다
새 운동장이 가득해진 시대, 아직까지도 축구전용구장이란 이름은 귀하게 허락되고 있다.
물론. 월드컵의 유산, 월드컵경기장을 포함하면 기준은 달라진다. 10개의 운동장이 새로 만들어졌으니.
정확하게 우리 K리그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10개 넘는 축구전용구장이 함께한다. 결코 적지 않다.
하지만.
이 전용구장이라는 프레임에서 월드컵을 거둬 낸다면 그 숫자는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정확하게 따지면 월드컵을 뺀 축구전용구장은 4곳, 결코 많다 하기 힘든 숫자다.
-광주의 경우는 월드컵 보조구장을 개조해서 만든 전용구장이기에 이 숫자에 넣긴 애매해 보인다.-
심지어 이젠 아주 먼 과거가 된, 1990년대의 전용구장 두 곳은 매우 특이한 케이스다.
한 대기업이 자신들의 근거지인 포항과 광양에 각각 전용구장을 지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전용구장을.
포항스틸야드, 우리나라 최초의 전용구장은 그 역사적 의미만큼이나 아직까지 훌륭한 시설로 꼽힌다.
광양축구전용구장과 함께 한 그룹의 구단으로 의미 있는 전용구장, 하지만 이후 전용구장은 한동안 없었다.
2002한일월드컵 당시 10개의 운동장 가운데 절반이 넘는 6곳이 축구전용구장으로 지어졌던 것이 다행,
그 가운데 4곳은 현재 1부리그 구단의 홈구장으로, 2곳은 2부리그인 대전과 제주의 홈구장으로 쓰인다.
1990년대 초반과 2000년대 초반까지 지어진 뒤, 한동안 없던 축구전용구장. 그 사이 야구장 건립이 이어졌다.
K리그의 여러 답답한 현실만큼이나 관람환경은 답답했고, 월드컵 당시 지어진 운동장도 한계는 있었다.
-일단 월드컵경기장은 다 너무 크다. 최소 3만 대 중반 이상의 관중석은 대부분 절반도 채우기 힘들었다.-
축구전용구장이 귀했던 우리 운동장의 역사, 2009년 창원축구센터에 이어진 전용구장은 그래서 반가웠다.
물론 이 공간 역시 따지면 월드컵의 산물이다. 월드컵 개최 잉여금으로 개최도시 이외 지역을 지원했던 것!
어찌 됐던 그래도 오랜만에 나타난 순수한 축구전용구장은 과거보다 탁월한 여러 장점을 선보였다.
K리그의 도민구단 경남의 홈구장인 이 곳은, 아담한 크기와 본부석 맞은편에 산이 위치해 경치도 좋다.
전용구장으로 포항이나 광양만큼의 집중도 역시 함께한 이곳, 그러나 오로지 운동장 기능만 있었을 뿐이다.
좀 더 본격적인 의미의 전용구장은 2012년, 인천에서 만날 수 있다.
숭의아레나, 과거 인천 체육에 의미 있던 공간에 지어진 이 축구전용구장은 본격적 의미의 전용구장이다.
상당한 규모의 예산과 고민이 투입됐고, 많은 논란도 있었던 운동장. 개발 논의와 함께 많은 기획도 있었다.
일정 부분 이뤄낸 것들과 또 여전히 남겨진 아쉬움 사이, 그래도 디자인부터 여러 가지 장점이 많은 운동장,
축구전용구장으로 가장 최고의 시설로 꼽힌 이 공간은 인천 팬들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이전까지 포항에서나 가능했던 그라운드와 관람석의 가까운 거리는 전용구장이 왜 필요한지 보여준 대목,
인천의 전용구장을 통해 축구팬들은 유럽과도 같은 운동장 풍경을 진정 경험할 수 있게 됐다.
월드컵경기장이란 틀을 벗어나 새롭게 축구전용구장으로 옮긴 인천의 사례는 타구단에도 자극이 됐다.
구체적으로 대구에서 이 변화의 효과를 더욱 극대화시키는 축구전용구장 프로젝트가 진행될 수 있었다.
인천보다 더 큰 도시재생 효과와 역사성을 담는 노력, 그리고 축구전용구장의 효과를 가득 뿜어낸 공간,
바로 K리그에선 여태껏 경험할 수 없던 매진의 행진을 만들어낸 DGB대구은행파크가 그 주인공이다.
개장부터 관심은 끌었지만, 이만큼의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었던 운동장의 변화는 분명 대단했다.
유럽의 축구 열기가 부럽지 않은 공간의 힘! 운동장은 경기마다 뜨거웠고, 말 그대로 대팍은 대박이 됐다.
공사비부터 효율성이 있었고, 도심 속으로 온 운동장의 풍경은 새로운 활력으로 자리했다.
공간의 힘, 운동장의 저력은 이렇게 크게 나타났고, 2019시즌 K리그의 핵심이자 우리 스포츠의 상징이 됐다.
운동장이 보여줄 수 있는 많은 것들을 통해 변화를 보여줬고, 스포츠 그 이상의 가치가 만날 수 있었다.
아직 우리 K리그에선, 아니 우리 축구환경에서는 귀하다 할 축구전용구장.
월드컵의 산물, 월드컵경기장을 제외하면 축구는 아직도 종합운동장이 더 흔하게 함께하는 우리 축구 현실,
-심지어 월드컵경기장 가운데 종합운동장으로 지어진 곳도 적지 않다. K리그는 이 곳들을 떠나고 있다.-
축구전용구장은 여전히 귀하고, 쉽게 선택하기엔 곁에 있는 거대한 월드컵경기장이란 존재가 부담이다.
꼭, 클 필요가 없다. 아직까지 1,2만 명 수준의 관중도 부담인 리그의 환경을 볼 때 작은 구장이 더 유용하다.
작은 경기장이라도 축구전용구장으로 함께한다면 우리 축구의 풍경도 분명 다르게 보이지 않을까?
코로나19 시대에도, 축구전용구장으로 대박을 거둔 대팍은 제한적 관중조치에 허락된 모든 자리가 매진됐다.
축구전용구장의 가치를 오로지 대구의 사례로만 말하긴 힘들겠지만, 그 분위기의 힘은 분명 볼 수 있다.
광주의 전용구장처럼, 부족함이 있더라도 축구전용구장을 향한 도전과 시도는 이어져야 한다. 그것이 축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