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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하진 Nov 27. 2023

경제위기와 기후위기

이를 극복할 톨파구는 무엇인가?

한국개발연구원(KDI)는 2024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로 내다봤다, 국내외 다른 기관들도 대략 2%대 초반 성장률을 예상하고 있지만 자칫 대외 불안요인이 현실화될 경우 2년 연속 1%대 저성장이 될 가능성도 예상하고 있다. KDI가 예상하는 대외 불안 요인은 국제유가 급등 및 중국 부동산 경기 급락이다. 그런데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위기 요인이 단기 경제전망에는 제대로 반영이 안 되는 것 같다. 아마도 기후위기를 장기적 위험요인으로만 인식하고 있는 거 같다.


하지만 기후위기는 이미 우리 삶 전반을 옥죄는 무서운 위협이 되어가고 있다. 이미 농산물 가격의 급등은 현실이 되었다. 또한 특산물의 이동도 급진적이다. 사과하면 대구였던 것이 지금은 38선 근처의 양구사과가 으뜸이다. 아마 수 년 내에 남한에서는 맛있는 사과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동토의 땅이었던 시베리아 등에서는 농작물 수확이 급증하고 있다. 머지않아 세계 인구의 대규모 이동은 불가피할 것이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2100년쯤에는 지구온도가 3도 내지 4도가 올라 한국이 속한 중위도 지역은 많은 곳이 사람살기가 어려운 환경이 된다. 또한 해수면 상승으로 주로 해안지역 도시들이 큰 피해를 입게 되면서 이들의 이동 또한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부자들은 높은 곳으로 거주지를 이동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변화가 불과 수십 년 안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 이것이 과연 장기적 위험요인인가. 어찌되었건 간에 새로운 경작지를 가진 국가에서 기후난민을 온전히 받아줄 지는 미지수다. 아마도 세계 도처에서 이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이는 국가 간의 심각한 갈등요인으로 전쟁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영국 국영방송인 BBC의 2021년 9월에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Bath 대학이 10개국 청소년 1만 명을 대상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조사에서 청소년의 60%는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 답했다고 한다. 이와 같이 기후위기가 해결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기후낙담자’는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할 것이고, 이들은 미래에 대해 매우 부정적일 수밖에 없으며 부모세대와 같은 꿈을 키울 수 가 없다. 결국 그들은 학업포기, 취업포기, 결혼포기, 출산포기 등에 쉽게 동조하게 될 것이고, 마약 등 범죄에 쉽게 노출될 것이다. 이들은 정부를 신뢰하지 않고 부모세대를 원망하며 특히 부자들에 대한 적개심도 커질 것이다. 왜냐하면 1%의 슈퍼리치의 탄소배출량은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16%를 차지하고 이는 소득하위 66% 만큼의 탄소를 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슈퍼리치는 머지않아 지구공동체를 파괴하는 주범으로 인식될지 모른다. 자신들의 목숨과 직결된 일이라고 인식하게 되면 어떤 적개심이 작동할지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다.  

                                                           이미지 출처 ; Root Letter (https://tinyurl.com/2f4nhk9)



시간이 갈수록 사회구성원의 대부분이 잠재적 ‘기후낙담자’가 될 것이고 그 중에 저소득층일수록 기후재앙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게 된다. 이들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사회불안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는데 이를 통제할 공권력이나 기득권층이 이들의 주공격 대상이 되면 사회는 무정부상태가 될 수도 있다. 복원력이 없는 사회는 그야말로 지옥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최근에 미국에서 자주 벌어지고 있는 집단떼강도 사건은 아마도 그와 같은 미래의 전조현상인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강도짓은 범죄자의 모습이 아니라 게임 참가자 같은 모습이라는 점이 더욱 충격적이다. 이런 사회불안이 악화되는 시점도 그리 오래 걸릴 것 같지 않다. 해를 거듭할수록 기후위기 징후는 더욱 명확해지고 이에 대응하는 국제사회의 미온적인 행태를 보면서 분노하는 청소년의 숫자는 이미 절반이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기득권층인 부모세대는 아직 잘 느끼지 못하겠지만 임계점이 넘는 순간 통제가 불가능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아마 그 때쯤이면 고급차를 타고 다니는 것 자체가 공격의 대상이 될지도 모르겠다. 


한두 가지 소설처럼 들리는 이야기를 했지만 더 무서운 사실은 모든 인류가 동시에 기후낙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펜데믹 때문에 전 세계가 멈춰 섰던 때는 그래도 나만 안 걸리면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 하지만 기후위기는 온도가 올라 식량이 부족하고, 물이 부족하고 홍수로 집이 떠내려갈 확률이 우리 모두에게 닥친 일이고 나 혼자 피해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기후위기의 직접적인 영향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바로 우리 옆에 있는 기후낙담자가 기후절망자가 되어 언제든 나를 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누구도 믿을 수 없는 디스토피아가 될 수 있음을 예상해야 한다. 


물론 이것이 공상과학 소설이길 간절히 바라는 바이지만 아마도 상당 부분은 수 년 내에 우리 일상이 되어 있을 것 같은 두려움이 앞선다. 그 이유는 지도자들의 인식이 매우 부족하다는 점 때문이며 그와 더불어 우리들의 인식도 발등에 불만 꺼보려는 생각에 이런 거대한 변화에 너무 둔감하다는 점 때문이다. 머지않아 이런 위기를 우리가 직감하게 될 때는 이미 늦었을 때다. 그 때는 고스란히 이 디스토피아를 감내하는 방법 밖에는 달리 도리가 없을 것이다. 마치 늦게 발견한 말기암처럼 말이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 종이컵 줄이고, 플라스틱 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구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과연 어떤 비전을 가지고 어떤 일을 해야 가장 임팩트 있는 지구 살리기가 될지를 숙고하고 이를 실천해야 한다. 개인이나 기업 더 나아가 국가 역시도 이제는 지구적 선을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지구적윤리관(Ethical)에 따라 지속가능한 방법(Sustainable)을 강구하여 지구적 선(global Good)을 추구하자는 ESGG 프레임워크는 이런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중요한 일은 바로 탄소감축이다. 이것 역시 보다 정략적인 목표관리를 통해 행동에 따른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자발적 탄소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확립해 나가야 한다. 그저 개인들의 호의적 행동에 의존할 단계가 아닌 것이다. 이를 위해 SDX탄소감축위원회가 제시하는 기후성과인증(GCR) 및 탄소감축인증(CRC)의 제도화도 시급하다. 아무쪼록 정부를 포함하는 사회지도층에서 보다 강력한 제도기반의 탄소감축을 서둘러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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