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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페루인들의 자존심 '잉카' 먼저 맛보기

쿠스코보다 먼저 시작한 성스러운 계곡 투어

by 이몽 Mar 23. 2025

20250214 (3일차)

남아메리카 - 페루 - 쿠스코 - 성스러운 계곡 투어


이번 여행은 크게 세 파트로 나뉜다. 1)마추픽추-우유니의 하드코스, 2)파타고니아 라인, 그리고 3)부에노스아이레스, 이과수, 리우의 남미의 동쪽 도시 코스. 그 중 오늘 가게 된 마추픽추는 이번 남미 여행의 아주 큰 이벤트 중 하나였다.


페루 전통복을 입은 현지 주민과 친체로페루 전통복을 입은 현지 주민과 친체로

마추픽추를 방문하는 과정은 꽤나 복잡하다. 먼저 쿠스코라는 도시에서 고산지대 적응을 조금 한 다음에 잉카 문명의 흔적들을 볼 수 있는 '성스러운 계곡 투어'를 한다.(성계투어라고 줄여 부르며, 제외해도 되지만 보통 마추픽추 관람의 연속성을 위해 '멀리 온 김에' 같이 하는 편이다.) 마추픽추를 향하는 길목에 있고 그 구성은 고대 잉카 마을, 경작지, 염전 등이다. 이 투어가 끝나면 '오얀따이땀보'라는 도시를 향한다. 여기서는 잉카의 최후 격전지 요새를 볼 수 있다. 지금까지 나열한 이 과정들만 약 하루 가까운 시간이 소요된다. 당연히 이 과정이 끝이 아니다. 오얀따이땀보에서 마추픽추 근처까지 가는 유일한 교통 수단인 1시간 40분 소요되는 기차를 타야 한다. 유일한 교통 수단이기 때문에 꽤 비싸고, 이외의 방법은 다행히도(?) 트래킹이 있다. 이 기차의 종착역은 마추픽추 산 아래 위치한 '아구아스 칼리엔테스' 마을이다. 여기에 도착 후엔 긴 하루를 끝내고 1박을 한다.


다음날은 아침 일찍부터 메인디쉬인 마추픽추로 향한다. 산을 올라야 하는데 여기서도 두 가지 선택권이 있다. 걷거나 버스를 타거나. 물론 시간이 여유롭다면 걷는 것을 선택해도 좋을 것이다. 마추픽추 입구에 도착하면 선택한 서킷에 따라 투어를 진행하게 된다. 서킷마다 코스가 다르며, 소요시간이나 난이도도 다르다. 마추픽추 투어가 끝나면 또 지금까지 해온 루트의 역순으로 쿠스코로 복귀한다. 물론 성계투어를 또 하진 않는다. 어떤가, 읽어 보기만 해도 선택과 결정해야 하는 것들이 한 두개가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고 이 각각의 과정들이 일련적이지 않고 '각각' '해당되는 채널'에서 '적절한 시기에' 선택하고 구매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이것들을 보고 통합 투어 상품을 구매했다. 안 그래도 전체 남미 여행 일정 관리도 복잡다단한데, 마추픽추 하나에 약간의 비용을 더 투자하고 비교적 편하게 즐기는게 훨씬 효율적이었다. 지금도 이 선택은 후회하지 않는다.


잉카제국 최후의 격전지인 오얀따이땀보 요새잉카제국 최후의 격전지인 오얀따이땀보 요새

성스러운 계곡투어 중 개인적으로는 고대 잉카도시인 '친체로(Chinchero)'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왕궁이나 사원이 아닌 정말 서민들이 살았던 곳이라는 것이서 상당한 가치가 있다. 산속에 탁 트인 경작지와 정교한 벽들. 아마도 이게 진짜 잉카이지 않을까. 참고로 잉카 최고의 기술의 집합체인 마추픽추는 잉카 황제의 숨겨진 산속 요새다. 살리네라스 염전은 우와~ 산속에서 염전이 이렇게 가능하구나 정도였고 오얀따이땀보의 잉카 최후 격전지 요새도 그냥 저냥 볼만 했다. 아무래도 오기 전에 한국에서 준비한답시고 유튜브와 여행프로를 너무 많이 봤나보다. 마추픽추는 이런 느낌이 들지 않길 바라며. 사실 성계투어 자체보다 이 투어에서 만난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더 흥미로웠다. 가이드를 제외하고 나 포함 14명이었는데 국적도 독일, 네덜란드, 일본, 프랑스, 중국, 그리고 다국적 게이커플 등 다양하다. 홍콩 옆 선전에서 온 짧은 영어로 힘겹게 따라다니는 중국인 중년 부부는 내내 손을 꼭 잡고 다닌다. 프랑스 친구는 리옹 출신으로 자신의 도시에 대해 무한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만 지구온난화로 너무 더워서 큰일났다고 한다. 직업은 엔지니어인데 아시아에서 직업을 구하고 싶다고 한다. 문화나 외국인에 대한 개방성 등을 고려할 때 싱가포르나 홍콩으로 좁혀지는데 나는 중국으로 인해 지는 해가 된 홍콩보다 싱가포르를 추천해줬다. 다국적 게이커플은 캐나다인과 한국인이었는데 그 이후에도 몇 번 마주쳤지만 내내 둘만 다니는 것으로 보아 동성애에 억압적인 사회에서 벗어나 여행지에서 자유를 만끽하는 것으로 보였다. 외국에서 우연히 알게 되는 한국인은 처음에는 약간의 경계를 하지만, 이내 타지에서 묘한 안정감을 느끼게 해준다. 같은 문화와 한국에서의 상황을 기반으로 현지에서 비슷한 느낌들을 받기 때문에 서로 공감도 잘 되고 또 도움도 많이 된다. 또 한국인들이 보통 사진도 잘 찍는다. 이날 이후로도 세 번 정도 더 마주쳐서 식사도 하고 꽤 가까워졌다. 한국인 외국인을 떠나서 나는 그 순간은 짧지만 이런 다양한 관계를 이어가고 삶을 공유하는 것을 즐긴다. 삶의 요약본을 공유하는 것만 해도 삶이 더 풍족해지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쿠스코에 도착한 후, 계속 느껴지던 약간의 두통과 무력감을 안고 위생관념이 한국과 많이 다른 마추픽추의 전진기지 아구아스 칼리엔테스 숙소로 몸을 옮긴다. 역시 여행을 하면 살이 찔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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