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경 Mar 07. 2021

엄마가 되고 생긴 능력

애가 둘이면 일하기 더 힘들다고?

얼마 전 "미역국 프로젝트"라는 예술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한국 여성들이 미역국을 한 사발씩 들고 줌으로 모여 미역국에 얽힌 출산과 양육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엄마가 되고난 후에 달라진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미역국을 퍼먹으며, 생각이 많았다.  


아이가 둘이 되면 어떤 세상이 시작될까


둘째를 낳기로 했을 때는 더 많은 걱정과 우려가 있었다. 한 명의 아이로도 이렇게 힘든데 둘이 되면 얼마나 더 힘들까. 사람들은 아이가 둘이 되면 두 배 더 힘든 것이 아니라 네 배는 더 힘들다며 겁을 주었다. 그렇게 태어난 둘째는 아토피가 있었다. 심한 정도는 아니지만 가끔 아이는 가려움에 몸부림친다. 벅벅 긁어 딱지가 생기기 전 단계에서 진행을 멈춰야하기에 가려움의 전조가 보이면 집중 관리를 해준다. 인스턴트와 밀가루를 끊고, 더 많은 물을 먹인다. 과자를 찾는 아이가 되지 않도록 키우기 위해 평소에 더 부지런해진다.


"긁지마!" 라는 말은 얼마나 의미가 없는가. 네 살 아이가 가려움을 참는 것은 불가능하다. 놀랍게도 가려움을 잊게 하는 법은 더 많은 사랑이다. 아이가 긁으려할 때마다 무릎에 앉혀 말을 태워주고, 같이 춤을 주고, 쎄쎄쎄를 하며 놀아주면 가려움을 잊는다. 숨바꼭질을 하고, 같이 흙장난을 하며 놀면 긁지 않는다. 가려워서 잠못들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얼마나 예쁜지 얘기하며 쓰다듬어 주면 울지 않고 잠든다. 최대한 아름답게 이 시련을 버티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것은 나만의 시간이 아니라, 너와의 시간이니까.


그것은 이 아이를 만나기 전에는 없던 능력이다


임신하고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실은 이전처럼 일을 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하루면 될 일을 3일에 걸쳐 하고, 두어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면 허리가 아파 누워야했다. 아니, 아이를 낳기도 전부터 이럴 일인가?


엄마의 이력서 워크숍을 처음 만들 때도 그랬다. 온식구가 돌아가며 아팠고, 아픈 아이 둘과 지지고 볶으며 '감기에 걸릴 것 같은' 상태로 일주일이 지나고나자 나도 감기 몸살에 걸렸다. 워크숍 오픈을 며칠 앞두고서 말이다. 엄마는 꼭 마지막으로 아프다. 아이가 없었다면. 일을 해야하는데 몸이 아픈 상황이 아마도 화가 났을 것이다. 혹은 아파도 일해야 하는 내 자신이 불쌍하거나. 하지만 아이 둘을 키우며 경력을 멈췄던 나에게 이 기회는 쉽게 짜증내기에는 너무 소중했다. 아이가 태어나면, 둘이 되면 더 힘들어진다는 말은 일면 맞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 한 살이었던 둘째가 그리고 찢고 노는 동안 공부하며 워크숍을 준비하던 시간


감기와 아이들과 바닥에 앉아 공부를 하면서 하루하루 워크숍 일정이 다가왔지만, 어떻게든 되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어떻게든 되게 하는 것이, 엄마가 되고 나서 얻은 가장 큰 능력이 아닌가. 생각해보면 가장 힘들 때, 가장 외로울 때, 가장 자신없을 때. 바로 그때에 새로운 엄마의 힘이 피어난다. 그 날 하루를 버텼던 것, 그것이 엄마의 힘이다. 그 시간을 찾아서 잘 닦아 마음 속에 품어두는 것이 중요하다. 필요할 때 꺼내어 나를 다시 밝힐 수 있도록.


엄마는 자란다


그 시간은 헛되지 않다. 그 노력과 눈물과 애정이 내 안에 아무것도 만들지 않는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 비록 엄마가 되기 전에 꿈꾸던 일을 지금 하고 있지 않더라도, 내가 자라고 있음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그렇게 한 발 나갈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 엄마의 이력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