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러닝머신이라고 말하는 운동기구의 정확한 명칭은 트레드밀(Treadmill)이다. 야외 달리기를 하는 나는 실내에서 하는 달리기를 선호하지 않는다. 야외에서는 맑은 공기 마시며 아름다운 경치 보며 눈 호강하며 달린다. 맥박이 140을 넘어 숨이 차면서는 몸은 무겁지만 오히려 머리는 맑아지고 기분은 상쾌해진다.
트레드밀에서 달리기를 시작한 지 서너 달 되었다. 우리 아파트의 스포츠센터는 규모나 시설이 꽤 괜찮은 편이다. 평소 스포츠센터를 이용하지 않던 나는 아내에게 운동을 권유하며 일주일에 두세 번 스포츠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내가 같이 안 가면 아내도 운동을 안 가려고 해서 할 수 없이 같이 가면서 그렇게 됐다. 보통 한 시간 좀 넘게 하는 운동에서 나는 10분 정도의 근력 운동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트레드밀에서 달린다. 달리기의 매력을 알기에 근력 운동보다는 여기서도 달리기에 시간을 쏟는다. 실내지만 운동은 역시 달리기가 최고다.
스무 대가 넘는 트레드밀에서 30분 이상 뛰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뛰어도 천천히 뛰고. 같은 시간을 투자하며 뛰면 몇 배의 효과가 있는데 걷기만 하는 모습을 보면 한마디 해주고 싶지만 그들만의 운동 루틴이겠거니 하며 내 운동에 전념한다. 사실 이건 탄천이나 한강 둔치를 달릴 때 많은 사람이 산보하는 걸(그것도 빨리 걸으면 그나마 운동이 많이 되는 데..) 보면서 느꼈던 부분과 같은 맥락이다. 트레드밀에서 가끔 오래 걷는 사람이 있는데 자신의 옆에서 한 시간 넘게 헉헉대며 달리는 나의 모습을 힐끗 쳐다보곤 한다. 그때 나는 걷고 있는 사람보다는 더 오래 트레드밀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마라토너의 자존심으로 계속 달린다.
트레드밀 화면 아래에 속도는 3,6,9 이렇게 표시되어 있다. 시간당의 거리다. 9는 한 시간에 9km를 뛰는 속도라는 것이다(10km는 1시간 6분 30초 걸린다는 뜻). 트레드밀에서 달리는 사람의 뒷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속도를 알 수 있는데 10 이상을 놓고 달리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달리는 시간도 일이십 분에 그치고. 왜 트레드밀에서는 오래 달리는 사람, 빠르게 달리는 사람은 없을까. 사실 트레드밀은 걷는 운동보다는 달리는 운동에 적합한 기구다. 걷는 건 집 주변을 산보해도 갈 곳이 많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사람이 트레드밀에서 걷기만 하니 달리기를 권장하는 나로서는 아쉬울 뿐이다. 트레드밀에서 걷는 사람은 아마도.. 야외에서도 달리기보다는 걷는 걸 선호하는 사람일 것이다. 오래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트레드밀에서도 달리기를 하면 최소한 30분 이상은 기본적으로 뛸 것이다.
트레드밀 달리기는 장단점이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씨가 추우나 더우나 꾸준히 자기만의 달리기 루틴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단점은 오래 달리기에 지루하다는 것이다. 특히 나에게는 10km 트레드밀 달리기가 야외 달리기의 루틴을 깨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이것도 아내와 함께 건강관리 한다는 의미에서 스포츠센터 같이 가는 걸로 위안을 삼고는 있다.
트레드밀에서 뛰는 게 야외에서 뛰는 거에 비해 속도가 빠른가 느린가? 구군가 나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나는 그 당시 트레드밀에서 달리기를 한 적이 없기에 막연히 야외가 빠르지 않을까 하고 답한 적이 있다. 야외는 공기나 경치도 좋고 속도도 자기 맘대로 조절할 수 있으니까. 결론은 트레드밀이 빠르다. 실내바람과 땅의 업다운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트레드밀 달리기 할 때 경사도를 1.5로 올리고 12km를 달린다. 특별히 정해서 그런 건 아니고 한 시간은 달려야 한다는 의무감에 그렇게 달린다. 트레드밀의 지루함을 한 시간은 참을 수 있다는 뜻이다. 다행히 우리 아파트 스포츠센터는 1층에 있어 야외가 훤히 들여다 보여 지루함은 덜하다. 에어컨이 빵빵하게 돌아가 실내는 시원하지만 달리기를 시작하면 금방 땀에 젖는다. 10km를 55분에 달리고 나면 온몸에 땀이 흥건하다. 요즘 한낮 야외는 뜨거워서 못 달리고 이른 아침에 달리니 실내에서 이렇게 많은 땀을 흘리고 나면 상쾌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근력운동하는 사람들에게서 보지 못하는 흘러내리는 땀을 훔치며 세면장으로 걷는 내 모습은 당당하기까지 하다.
속도 11.2(10km/55분)로 달리는 트레드밀
트레드밀은 쉽게 운동하기에 적합한 기구다. 야외 달리기에 시간이나 장소 핑계를 대며 미루던 운동도 트레드밀 달리기 계획을 짠다면 미룰 수 없다. 집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게으름이 적이다. 운동은 자기와의 싸움이다. 트레드밀에서 한 시간 넘게 달리다 보면 내 좌우자리로 많은 사람이 왔다 간다. 가끔 나는 오늘 몇 사람이 내 옆에 교체로 올까 재밌는 생각을 하며 달리는 데 돌아가는 벨트 위에서 끊임없이 발걸음을 내딛는 한사람, 내가 대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트레드밀이 야외에서의 달리기보다 재미가 덜한 건 확실하다. 하지만 달리는 운동의 효과 측면에서는 효과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특히 스피드 훈련할 때 좋다(나는 스피드 훈련을 할 땐 15로 놓고 달린다. 400m 달리고 600m 천천히 달리고. 이런 인터벌 훈련에서15는 1km를 4분에 뛰는 빠른 속도다). 운동은 결국 기구나 주변 환경보다는 어떻게 맘먹느냐에 달려 있다. 트레드밀의 지루함은 실내의 특성 상 야외에서 보다 더 많이 젖은 땀에서 위안이 된다. 이제 누군가 트레드밀에 대해 물으면 나는 야외 달리기도 좋고 트레드밀 달리기도 좋다고 말할 것이다. 다만 운동으로 자연을 걷는다면 맑은 공기도 마시고 좋은 경치도 눈에 담으니 좋은 운동이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트레드밀에서 걷는 거는 좋은 운동이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한 지점앞만 보며(혹은 트레드밀 TV를 보며) 내딛는 두발은 운동의 만족감도 덜하고 그건 곧 지루함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트레드밀에 시간 투자한다면 꼭 뛰라고 말하고 싶다. 좀 느리더라도 스피드 8~9로 놓고 한시간 정도 달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