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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맛도리주인장 Jan 16. 2024

크리스마스에는 김장김치를 대접하고 싶어요

크리스마스와 김장김치, 어울리지 않나요?


언젠가부터 크리스마스에는 케이크를 먹는 것이 새로운 전통으로 된 것 같다. 새해에 다시 시작하자는 의미에서 케이크 가격에도, 칼로리에도 너그러워지나 보다. 뭔가 나도 크리스마스에 케이크 하나는 있었으면 했다. 나만 없으면 서운하잖아. 뭔가 맨날 조각 케이크만 먹다가, "옳다 쿠나. 이때가 기회다." 하면서 홀케이크를 사는거지. (뭔가 생일에만 홀케이크 사면 또 아쉽잖어) 


뭔가 넘 강력한 이미지인데, 크리스마스 케익은 이런 기분이다. 

이번엔 파리크라상의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사전예약해 본가로 가지고 가서 같이 먹는 나름의 세리머니를 했다. 그런데 사실은 케이크를 다 같이 먹었긴 했는데 뭔가 헛헛했다. 부족했다는 말은 아니고, 정확하게는 공허했다는 말이 더 맞는 표현인 것 같다. 뭔가 비었어.



그다음 날, 연말 맞이 어머니가 김장김치를 담갔다며 꺼내주셨다.

김치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낼 때 그 웅대함! 두둥!

아! 저거 였구나.

나에게 김장김치는 파워풀한 기운을 주는 음식이다. "올해의 밥반찬은 내가 상대해 주지." 이런 든든한 느낌. 내가 우리 집 김장김치를 유달리 좋아하는 이유가 따로 있다. 시중의 김치는 젓갈이 적게 들어가기 때문이고, 남부 지방의 김장 김치는 젓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육지의 김치와 해안 근처의 김치는 크게 젓갈이 많이 들어가느냐 아니냐로 달라진다. 젓갈이 적게 들어간 김치는 아무래도 호불호가 없고 먹고 나서 짠 기가 깔끔하게 쉽게 사라진다. 그래서 무난하게 모든 사람들에게 잘 어울리는 김치라고 할 수 있다. 보통 시중에서 파는 김치는 대중적인 입맛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해안지방의 김치, 특히 남부 지방의 김치는 젓갈이 많이 들어간다. 아마도 남부 지방 중에서도 해안가 지역은 더우니 이것저것 상하지 말라고 많이 넣었을 것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젓갈이었다. 젓갈을 넣으면 한편으로는 쿰쿰해지기도 하고 꼬릿해지는 맛이 있다. 근데 나는 이 맛에 익숙하다 보니, 젓갈이 들어가지 않은 김치는 아무래도 심심하다. 그 쿰쿰함은 라면에도 잘 어울리고 호박고구마에도 잘 어울리고,  그. 리. 고. 무엇보다 수육에 정말 잘 어울린다.  


수육을 하는 부위는 삼겹살 부위지만 정확하게는 지방이 많이 붙은 갈비 쪽이 아닌 살코기가 많은 쪽을 추천한다. 지방이 너무 많아 버리면 뜨거운 물속에서 풀어져 버리는 수가 있고, 그렇다고 너무 지방이 없으면 퍽퍽하다. 그래서 그 중간이 삼겹살 부위 중 나름 지방이 적은 쪽이 밸런스가 좋다고 할 수 있겠다.



이 김장김치와 수육의 조합에는 빠질 수 없는 것이 있다. 다들 예상하셨다시피 술이다. 그중에서도 이 음식 조합에는 막걸리를 추천한다. 여기서 잠깐 막걸리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면 슈퍼나 편의점에서 막걸리를 살 때 생막걸리이냐 살균 막걸리로 나눌 수 있는데, 살균 막걸리는 생막걸리 안에 있는 효모를 제거한 술이다. 그만큼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보통 그 지역에서만 파는 막걸리는 생막걸리이다.  즉, 효모가 제거되지 않아 오래 보관되지 않고 이 때문에 유통이 그 지역에서만 되는 만큼, 또 특색 있게 그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막걸리라는 뜻이기도 하다. 대신 생산한 지 꽤 시간이 지난 막걸리는 점점 시어진다. 



여수에서 유명한 막걸리 2종

이번에 마셔본 여수 막걸리에는 크게 2종류가 유명하다.


'개도 생막걸리'와 '여수 생막걸리' .  블로그 내에서는 개도 생막걸리가 유명한데, 매우 달큰한 막걸리이다. 그래서 술맛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개도 생막걸리를 하나의 칵테일처럼 마시기 좋을 것이다. 나는 여수 생막걸리를 더 추천하는 바이다. 막걸리에는 크게 탄산, 당도, 산도, 농도가 잘 어우러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밸런스가 더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균형 있는 막걸리를 마시고 싶다고 하면 여수 생막걸리가 좋은 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막걸리를 음미할 때는 탄산, 당도, 산도, 농도를 음미하면서 마셔보면 재밌는 술이다. 특히 산도는 같은 생막걸리임에도 생산일자에 따라서 맛이 달라진다. 보통 갓 만들어진 막걸리는 달큰한 맛이 크고, 이후 시간이 지나면 내부의 아세트알데이트가 아세트산으로 바뀌면서 신맛이 도드라진다. 그래서 보통은 생산한지 2~3일 지난 막걸리가 가장 균형 있다고들 말한다. 






시중에서 파는 김치를 사 먹다가 집에서 담근 김장 김치를 먹게 되면 순간 이 음식에는 사랑이 느껴진다. 한 해 내내 김장 김치를 먹을 자식들을 생각하면서 어머니는 김치를 담그셨을 것이다. 그래서 크리스마스에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이 김장김치를 나눠먹고 싶다.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에 뽀얀 막걸리 한 잔과 수육 그리고 짭조롬한 김장 김치를 얹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대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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