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앤 페이스풀, 그녀가 남긴 불멸의 멜로디
불꽃처럼 타오르고 재처럼 일어선 롤러코스터 인생, 메리앤 페이스풀, 그녀가 남긴 불멸의 멜로디
천재성과 파괴의 경계에서 춤추다
1960년대, 록 음악의 태동기에 메리앤 페이스풀은 신의 축복을 받은 목소리로 영혼을 울리는 가창력을 선보이며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롤링 스톤스의 뮤즈이자 시대를 정의한 아이콘으로서 그녀의 존재는 순수한 예술적 영감과 동시에 낭비와 방탕의 상징이었다. 19세에 밴드의 리드 싱어 믹 재거와의 열정적인 사랑은 그녀를 음악사에 영원히 각인시켰지만, 동시에 마약과 알코올, 끝없는 구설수의 늪으로 이끌었다. 재거의 유산된 아이와 파탄 난 관계, 경찰에 체포될 때마다 쏟아지는 언론의 선정적 보도… 그 모든 것이 그녀를 ‘타락한 천사’로 낙인찍었지만, 그녀의 인생은 단순한 몰락과 재기의 이야기를 넘어 예술가의 투쟁이었다.
"모피 깔개만 걸친 채" : 영광의 그림자에 숨은 고독
1967년, 마약 단속 현장에서 모피 코트만 걸치고 발견된 그녀의 모습은 당대 사회에 충격을 던졌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사랑과 신뢰를 잃은 여성의 고독이 있었다. 재거와의 이별 후 2년간 런던 거리를 방황하며 노숙 생활을 했던 시절, 그녀는 "내 영혼이 텅 빈 무대 위를 헤맸다"고 회고했다. 마약 중독과 우울증은 그녀의 목소리를 앗아갔고, 사회는 그녀를 ‘과거의 유령’으로 치부했다. 하지만 "파괴 없는 재창조는 없다"는 것을 증명하듯, 그녀는 자신의 상처를 음악으로 승화시키기 시작했다.
브로큰 잉글리시: 상처에서 피어난 두 번째 인생
1979년, 앨범 <Broken English>는 폐허 속에서 일어선 피닉스 같은 컴백이었다. 허스키한 보컬로 노래한 <Why’d Ya Do It?>는 분노와 절망을 원죄 없는 예술로 탈바꿈시켰고, 그래미상을 수상하며 세계는 그녀를 다시 주목했다. 1987년 <Strange Weather>에서는 재즈와 블루스로 전직해 과거의 화려함 대신 깊이 있는 음악성으로 승부했다. 심지어 코로나19로 인해 목소리가 망가졌을 때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2021년 앨범 <She Walks in Beauty>에서 워즈워스의 시를 낭송하며 “목소리가 아니라 영혼으로 노래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았어, 단지 변했을 뿐"
그녀의 삶은 ‘완벽한 성공’이 아니라 ‘상처의 치유’를 향한 여정이었다. 마약과 사랑의 상처, 노숙의 추위가 그녀를 파멸시키지 않은 이유는 음악에 대한 집념 때문이었다. “난 항상 무언가를 증명해야 하는 여자였어. 그게 나를 지켜줬지.”라는 그녀의 말처럼, 페이스풀은 타인의 시선을 견디며 자신만의 예술적 진실을 추구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보다 어두운 터널 끝에서 빛을 발하는 것이 진정한 아티스트의 길임을 보여준 것이다.
유언(遺言) 대신 유향(遺香): 그녀가 남긴 불꽃의 교훈
메리앤 페이스풀은 불륜, 동거, 마약, 노숙으로 ‘인생의 황금기’를 마약과 방탕으로 태워버린 듯 보였지만, 실은 그 재를 거름 삼아 새로운 예술을 피워 올렸다. 그녀의 죽음은 단순한 별세가 아니라, 불완전함을 견디며 예술을 구원한 한 여성의 전설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우리는 모두 부서진 영어를 말하지만, 그 조각들로 시를 쓸 수 있다”
그녀의 메시지는 여전히 울림으로 남는다. 타오르는 삶의 열정이 재가 되어 내려앉은 후에도, 그 위에서 피어날 꽃을 믿게 하는 힘, 그것이 메리앤 페이스풀이 세상에 건넨 마지막 선물이다.
"추락은 비행의 시작일 수 있다. 단, 날개를 접지 않는다면." - 메리앤 페이스풀을 기억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