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네트
봄의 침묵 앞에서
첫 벚꽃이 입맞춤하는 강물 위에
내 겨울은 영원한 서릿발로 선 채,
저무는 해는 진홍빛 화살 되어
얼어붙은 시간을 꿰뚫지만
그대 그림자만 그리는 눈꺼풀 속에
들꽃은 먼지로 흩날리고,
봄바람은 허공에 그린 편지 띠라
차가운 가슴에 묻히네
아마도 계절은 거짓말쟁이여서
흙 속에 묻은 씨앗도 배신하듯
내 한숨은 싹 틔우지 못한 채
새파란 하늘 아래 영영 얼어붙고
꽃향기들은 모두 유리 조각 되어
영혼을 베어 넣은 상처 위로 흐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