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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지못한 글

by 투표맘 Feb 01. 2025

내가 쓰고 싶은 글


살면서 책을 쓰자는 제안은 몇 번 받았다,

세바시에서 산티아고 다녀온 강연을 얼떨결에 한 후,

부모님 모시고 남편 아들들과 100일 넘게 유럽여행을 다녀온 후 3곳의 출판사에서 제의를 받았다.


물론,

3대가 유럽을 대차게 떠돌다온 이야기도

7살 아이와 산티아고를 다녀온 이야기도

노트 어딘가와 구글 드라이브에 쿨쿨 고히 주무시고 계신다.


산티아고 다녀온 후 카미노 까페에 여행기를 연재하기 시작했는데, 나름 절찬리에 읽혀 지고 있을 때 제일기획에 취업이 되어서 여행기를 마치지 못했고,

엄마 아빠 모시고 떠난 여행 후엔 바로 다시 그 회사로 복직을 해서 카드값 값느라

글을 쓸 여력이 없었다라는 타당한 변명거리가 있지만


나는 안다.

내가 게을러 터졌다는 것을...

징글맞게 게을러서 책을 써보자는 3곳의 편집자들을 모두 나가떨어지게 해버렸다는 것을.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참으로 죄송하고 미안하다.

회사앞까지 찾아오셔서 얼마나 써보라고 용기를 주셨는데...

그렇게 내 앞에 굴러들어온 기회를 날려버린 것을

지금까지도 개포 7차 주공아파트 8억일 때 안산 것 만큼 후회하고 있다.


20년 넘게 글을 써서 먹고 살았지만

나는 참으로 글을 쓰기 귀찮아하고 글쓰기를 멀리하는 종자다.

솔직히 글을 전공한 것은 아니라서 항상 면접 때 글과는 일원도 상관없는 내 전공에 왜 하필 카피라이터에 지원을 ? 이라는 질문과 의심스런 표정을 숱하게 접했었다.


대학교때 내 진로를 정할때

평생 쓰는 사람으로 존재하고 싶다라고 희망을 가지고 있었으나 내 깜량으로는 소설가나 작가가 언감생신이라는 메타인지 정도는 있었기에

글을 쓰긴 쓰되 짧은 글을 쓰는 카피라이터로 정한 기억이 난다.(무지몽매함에 욕이 나온다)


책을 출간하고 싶다라는 버킷리스트도 가지고 있지만

나는 왜 이리 글을 쓰지 않는 것일까?

글쓰기를 정말 좋아하면서 왜 그리 징글맞게 안쓰는지...

꼭 마감이 있어야 글이 써지고

돈을 받아야 쓰던가

하다못해 주변의 강압이 있어야 나는 겨우 글을 끄적인다.

지금도 북클럽에서 쓰라고 해서, 회장이 이러면 안되지 하며 마감을 넘기고 겨우 쓰고 있는 것이다.

매일 글을 30분씩 자발적으로 쓰시는 분들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마감보다 미리 글을 써서 제출하는 사람들은 저 세상 분들이라 생각하다.


캐나다로 와서 하키뒷바라지하는 이야기를 쓰라는 말을

싸대기 맞듯이 그렇게 ㅊ들어놓고는 5년째 인트로만 써놓고 쳐다보고 있다.

이쯤 되면 병이아닐까 생각이 되지만

굳이굳이 내가 글쓰기를 꺼려하는 이유를 찾아보자면

기본적으로 글에 대한 기대가 높다.

함량이 미달된 글을 보면 욕을 하거나

글에서 깊이나 경험이 느껴지지 않으면 더 심한 욕을 한다.

미사여구가 많은 글은 매우 혐오하며

자기만의 문체가 아닌 어디서 본 듯한 카피 글들을 싫어하고 만연체의 글에는 인내심이 특히 없어진다.


아마

내 글을 내가 보면 욕을 3d로 찰지게 해댈 것이기 때문에

사실 글을 쓰는 걸 두려워 하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좋은 글을 너무 쓰고 싶은데 그러지 못할 나를 아니까

잘써진 글을 너무 숭배해서 그 발바닥에도 가지 못할 나를

내가 막아서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너무 사랑해서 떠나겠다는 놈들의 대사와 하나도 다르지 않는 역시 쓰고 보니 게으른 자의 변명이 확실하지만.


그럼에도

그래도 혹시나 늙어서 잠이 없어지던가

정말 지랄총맞아 매일 30분씩 글을 쓰는 사람으로 변하면

꼭 쓰고 싶은 꼭지는 있다.


1. 산티아고 여행기를 제발 끝맺고 싶다.

아들이 7살때 다녀왔는데 그 아들이 이제 21살이니 유효기간이 지나도 너무 익스파이어 됐지만

그 길을 걸으며 적어두었던 노트들을 보면 아직도 그때가 불쑥불쑥 마음에 들이치는 걸 보면,

사실은 독자분 중 하나가...이 여행기는 꼭 끝맺음을 읽고 싶다고 했던 댓글이 계속 맴돌아서,

언젠가는 그 길을 다른 아들 혹은 그때 그 아들과 다시 걷고, 시작은 했으나 뒷방에 데굴데굴

방치되고 있는 글들에 마침표를 달아주고 싶다.


2. 운동선수 엄마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

아직도 아들은 운동을 한다. 외국에서 운동 뒷바라지를 하면서 너무 많은 일들을 겪게 되다보니 조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 설레발 치다 아이가 잘 안풀리면 어떻하나, 너무 잘나가는 선수들도 많은데 내가 무슨 돼지 엄마도 아닌데 글을 쓰나, 떨어지고 다치고 좌절하는 아들의 상황들이 자꾸 나를 멈춰서게 했다. 지켜보는 것도 너무 힘들어서 감히 쓸 수가 없었다. 그래도 또 혹시나 내가 조심의 방어벽, 걱정의 결계들을 풀게 된다면 100명이 시작해서 0.7명이 프로로 간다는 운동선수의 그 힘든 여정을 지켜본 얘기릏남겨두고 싶다.


3. 엄마 아빠와 여행이야기를 남겨두고 싶다.

3대가 여행을 갔을때 좋았던 것은 내 부모와 내 아이들의 세계가 거밋줄처럼 촘촘히 연결되는 걸 눈으로 지켜봤을 때였다. 할아버지 사투리를 흉내면서, 할머니 음식을 먹으면서, 엄마의 옛날 이야기, 할매할배의 청춘시절 이야기를 들으며 길에서 커가던 아이들과 손자 부축을 받으며 흐믓해하시던, 영어못하는 할매할배를 대신 외국인들과 손짓발짓하던 꼬맹이들을 쳐다보던 그 미소들을 꼭 글로 남겨두고 싶었다. 구글 드라이브에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는 7년전 엄마 아빠 여행사진 수백장을 보면서 이번에 캐나다에 오시면 꼭 또 다시 여행길에 올라 3대가 여행을 하고 그 이야기를 남겨놓으리라 다짐만 한다.



그래서 언제 쓰실건데요?

오늘도 내 완벽한 비서를 몇번이나 돌려보시고 계신건가요? 영어로 글을 쓰고 싶다는 건 망상이신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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