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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스비 Jun 02. 2023

독서가 만들어준 계획된 '수'

서비스 기획자로 커리어를 전환한 계획된 게임

나: 사회복지사를 그만둘 때 내가 말했던 전략 기억해?

아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스카웃을 당하겠다던 그 전략?

나: 맞아. 지금 생각하면 어디서 그런 에너지와 당돌함이 나왔는지 몰라.

아내: 진짜 해낼 줄 몰랐어. 터무니 없다고 생각했거든.

나: 그... 그뤠?


그렇게 사회복지사를 그만뒀고, 서비스 기획자가 되었다. 이 독특한 커리어 전환 과정은 우연이 아니었다. 독서가 만들어준 계획된 '수'가 있었다. 그 바둑판 위에서 나름 신중한 움직임으로 아이디어를 세웠고, 전략을 짰고, 결국은 이겼다.




첫 수  |  코로나 팬더믹에 대응할 수 있는 사회복지 서비스의 IT화로 관련 커리어 쌓기


독서가 내게 만들어준 첫 번째 '수'는 IT 서비스의 경험을 쌓는 것이었다. 애덤 그랜트의 <오리지널스>에서 혁신적인 사람들의 숨은 특성 '겁쟁이'에서 얻은 첫 수 였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혁신적인 사람들이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면서 어떻게 준비하고 실행했는지에 대해 '진취적인 특성이 아닌 방어적인 행동'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을 보니, 나도 사회복지 분야에서 할 수 있는 IT 서비스 경험을 직접 기획해야 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IT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던 나는, 내가 가진 사회복지 전문성을 활용해 IT 서비스에 접근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코로나 팬더믹 때, 어르신들은 식사 배달, 사회적 관계 증진을 위한 가정 방문을 활동이 일시적으로 중단 됨에 따라 코로나가 만든 무인도에 갇혔다. 이 섬을 '앱'이라는 다리를 놓음으로써 연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런 생각의 흐름은 자연스럽게 '지역 거점을 활용한 식사 배달 및 봉사 활동 앱'을 만들어 복지관에서 중단된 서비스가 지역 주민 자발적으로 진행되도록 지원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결과적으로, 나는 수원시 내 5개 이상의 기관이 참여하는 컨소시엄 형태의 식사 배달 앱 기획 사업을 주도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IT 서비스 개발자와 교수들과 협업하며 IT 서비스에 대한 깊이 있는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이 경험이 바로 사회복지사에서 서비스 기획자로의 전환을 가능하게 한 토대가 되었다. 


이 때를 돌아보면,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생소한 IT 용어들을 구글링해가며 서비스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일을 기획하는 것이 아닌 내가 앞으로 전환할 직업의 경험을 기획한다고 생각하니, 힘들지 않았다. 놀랍게도 상당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이 때 심은 경험이라는 씨앗이 있었기에 두 번째 수로 이어질 수 있었다.



두 번째 수  |  IT 기업과의 사회복지 사업 협업을 통해 스카웃 당하기


나의 두 번째 수는 IT 기업과의 사회복지 사업을 제안하고 성공적으로 이루어 그 기업에 스카웃 당하는 것이었다. 나름 첫 수의 성공으로 IT 관련 사업의 경험치가 반영되어 보통의 신뢰도가 확보된 제안을 해볼 수 있었다. 


협업 기업은 사회적으로 고립된 어르신들을 돕는 AI 로봇 회사였다. 협업사의 돌봄 로봇들이 지역의 어르신들께 전달되었다. 약 1년 간, 이 로봇들은 지역의 어르신들의 우울감과 소외감을 줄이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나는 정량적이고 정성적인 데이터로 해당 사업의 효과성을 증명해낼 수 있었다.


코로나 팬더믹으로 가정 방문도 멈춰버린 가운데, 이 로봇들을 활용한 사회복지 서비스 제공 사업을 수행했다는 것만으로도 영리 기업에서도 일할 수 있는 인재라는 것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순간이 바로 기회였다. 그 기회는 나에게 서비스 기획자로서의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성과 발표를 위해 협업 기업에 방문하였고, 해당 사업과 제품(반려로봇)의 고객 만족과 기대 이상의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해 전달했다. 동시에 적극적으로 구직했다. 사회복지 분야 1차 현장에서 실무하며 해당 제품을 직접 사용하는 고객(어르신과 그 가족들)과 이해관계자(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들의 니즈를 이해하고 있는 인재가 필요할 것이라고 침을 튀기며 구직했다. 


내가 말하면 뱉었던 침의 위력은 데일카네기의 <인간관계론>에서 비롯되었다. 첫 수였던 IT 서비스 경험, 협업 관계에서 배웠던 사람을 대하며 일하는 방법, 나아가 열정적으로 구직했던 그 순간까지 이 책의 가르침을 계속해서 생각하면서 적용시켰다. '인간 관계에서 상대방이 기대하는 그 이상의 한 가지가 뭔지 고민하고 실행하는 것과 내가 챙길 이득보다 상대방 그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모든 것을 바꿔놨다. 


결국 나는 서비스 기획자가 되었다. 



정리


30대의 내 모습이 바뀌었다. 20대 때 상상했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남들이 보기에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지만, 커리어를 걸었던 도전이었고 현재의 내 모습에 꽤나 만족하고 있다. 


독서가 만들어준 '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기회가 찾아오게 만드는 전략을 생각할 수 있었고, 뚜렷한 최종 목표를 향해 미친 듯이 실행할 수 있었다. 또, 인간관계까지도 챙길 수 있었다. 


세상과의 '수' 싸움에서 승리한 기분은 독서를 통해 실행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다. 이 한 번의 변화와 희열의 과정을 표준화하고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게 나는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성취의 싸이클을 지속적으로 돌리며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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